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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대통령흉상보존회에서 펴낸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 표지.
 박정희대통령흉상보존회에서 펴낸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 표지.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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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천안함 관련 언론 기고 글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호승 시인의 시가 박정희 대통령 관련 단체에서 2011년 펴낸 책 창간호에 축시로 수록돼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시인은 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정희대통령흉상보존회(회장 박계천, 아래 보존회)는 지난 2011년 10월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라는 제호로 이 단체의 회지 창간호를 펴내면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축시'로 실었다.

박계천 회장과 최인혜 동학 최시형 기념사업회장의 창간사 등에 이어 이 책자 8쪽에 정호승 시인의 축시가 등장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의 원래 제목을 '내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꿔 표기하고 12행의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를 '사랑'이 아닌 '사람'으로 바꿔 적어놓았다. 이어 정 시인의 사진과 약력도 소개했다.

이 책자 8쪽에 정호승 시인의 축시가 등장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의 원래 제목을 ‘내 사랑하는 사람’으로 표기하고 정 시인의 사진과 약력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 책자 8쪽에 정호승 시인의 축시가 등장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의 원래 제목을 ‘내 사랑하는 사람’으로 표기하고 정 시인의 사진과 약력까지 소개하고 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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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는 원래 1998년에 펴낸 정 시인의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수록한 시이다. 2000년에는 정 시인이 대표로 있던 출판사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시선집을 펴내기도 했다.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는 보존회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펴낸 책이다. 정호승 시인이 쓴 시를 이 책자의 창간을 축하하는 '축시'로 볼 경우, '내가 사랑하는 사람' 시의 내용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칭송과 흠모의 의미로 해석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원시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호승 시인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시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금시초문이다. 내가 (시를) 기고한 사실이 없다. (보존회에서) 나한테 연락도 안 하고 (마음대로) 한 것이다. 교과서에도 수록된 작품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며 "축시로 사용하도록 기고하거나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존회 박계천 회장은 "당시 회지를 만들던 편집자들이 알아서 한 일이고 그 후 모두 (보존회를) 나갔기 때문에 (정호승 시인의 시 수록 경위에 대해) 모른다"라고 말했다. 당시 편집자들이 알아서 한 일일뿐 회장인 자신은 관여하지 않아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 책도 창간호를 낸 후 더 이상 발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처신과 관련 누리꾼 비난 이어져

정호승 시인
 정호승 시인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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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주장이 나란한 가운데 정호승 시인에겐 이번 논란이 불편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시인이면서도 처신과 관련해 독자와 누리꾼들의 비난도 받고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호승 시인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 일간지에 기고문을 실어 일부 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유관순열사유족회 측의 항의로 이틀에 걸쳐 4개 일간지 광고란에 자신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1979년에 발간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에 수록한 '유관순' 이라는 제목의 연작시 9편에 '그리운 미친년' 바람난 어머니' '창녀' 등의 표현을 사용해 유관순 열사의 명예와 순국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에 같은 달 말에는 안도현 시인의 절필 선언에 대해 공감하고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비판하는 문인 217명의 성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태그:#정호승, #박정희,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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