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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생각하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일까. 안 지사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봉하토요강좌'의 강사로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도지사 스케줄을 언급한 그는 "3⋅1절, 4⋅19, 5⋅18, 현충일, 광복절 등 행사에 가서 많은 분들의 눈빛을 보는데, 다들 다른 방식으로 저한테 요구한다는 것을 느낀다"며 "어떤 사람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위로해 주고 상처를 대신해 분노해 주기를 바라고, 국가권력에 의해 인권과 개인의 기본권이 침탈당했던 사람들은 빼앗긴 권리를 대신해서 분노해 주기를 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의 동질성을 어떻게 만들어 낼까 고민한다"며 "지역에서 재향군인회와 고엽제전우회, 5⋅18기념회 등 보훈단체의 모임을 함께 하자고 한다. 국가를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친 사람과 유족들은 정파를 떠나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봉하토요강좌'를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봉하토요강좌'를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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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지사는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기간을 겪으면서 거듭 느끼게 되는데, 보수주의자들이 볼 때 제가 객관성이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제가 볼 때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정권을 빼앗겼던 10년 동안 지나치게 두려워했던 것 같다"며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원초적 공포는 무엇일까. 사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정권을 빼앗기고 나서 지독하게 당한 사람은 이광재(전 강원지사), 안희정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진보로서 보수주의자들을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고, 시원하게 이기는 것은 못난 놈이라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끌고, 변방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김대중⋅노무현 후예들이 다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의 못 다 이룬 역사는 조선 변방의 역사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식민과 친일의 역사를 보면, 무엇인가 항변하고 싶어한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었다고, 나만 한 게 아니라고 한다. 불쌍한 항변이고 딱해 보인다. 그러나 나라를 빼앗겼을 때 독립을 위해 싸운 역사가 정의이고, 매국은 불의라는 사실만은 대한민국의 분명한 역사적 정의가 되어 있다. 역사는 진보로 가고, 정의의 바다로 가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어떻게 보면 역사가 '지그재그'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바지 물이 빠져 나가는 것처럼 우리 역사에서 식민과 분단의 상흔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며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평화와 인권, 경제적 번영의 기초를 보장할 것인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뉴라이트 새 교과서 등에서 보는 것처럼, 역사 퇴행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리 더워도 가을은 오고 겨울은 온다"며 "노무현 대통령한테 배운 것은 역사적 낙관주의이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봉하토요강좌'를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봉하토요강좌'를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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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 세웠던 '국가비전 2030'을 언급한 안 지사는 "경제개발 5개년은 들어봤지만, 국가의 재정 계획을 세운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말고 없었다"고 말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5년 짜리 나라다. 그래서 대통령과 대통령하겠다고 하는 모든 분들에게 제안한다. 역사를 바꿀 것처럼 소란을 떨지 말고, 지도자가 바꾸어야 할 것은 시민의 상식을 높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자본⋅대기업이 동네빵집까지 치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사회의 가치를 올려 주는 게 지도자다. 원전 수주한다고 사인하러 가는 게 지도자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노무현이 해온 그 역사를 이어받은 사람으로서, 이 질곡의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

안 지사는 "김대중⋅노무현이 이끌었던 국정운영의 주요 과제들은 '국가비전2030'과 평화프로세스 등이 많고, 이어 받아야 할 바통들이 즐비하다"며 "과거에 붙들리지 말고, 우리 조상과 선배보다 좀 다른 방식의 도전과 새로운 역사의 지평을 만들어 가보자"고 말했다.

질문이 쏟아졌다. 남북정상회담 기록물 공개와 관련해, 그는 "지도자가 재임 기간에 리더십 관련한 비망록을 까는 현실을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며 "아무리 화가 나도 내 집 아이가 옆집 아이를 때리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는 어떤 형태든 국가 통합을 위해 말을 아끼고, 통합적으로 가야 한다"며 "'저 사람은 안돼'라고 하기보다 '이런 것을 하고 싶다'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지사는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까지 연고주의, 이념과 동서냉전 구조, 경제성장의 주제로 흘러 왔다. 이명박 정권 때 보면, 보수주의가 나라를 잡아야 경제성장을 시킨다는 것이 깨졌고, 낡은 이념 대결의 통치도 안 된다"며 "지도자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삼가야 하고, 차별화를 해야 하며, 차별화에 자신이 없으면 새로운 정치가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봉하토요강좌'를 하기에 앞서 책 사인회를 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봉하토요강좌'를 하기에 앞서 책 사인회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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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내용이 나는 대통령 할란다는 소리로 들린다"는 질문에, 안 지사는 "말을 그렇게 해서 늘 사서 고생하고, 이등병 출신 주제에 사단장처럼 한다는 말을 듣는다"며 "어떤 경우든, 내 직급이 어디에 있건, 도지사로서 충남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아이가 자기 인생을 두 발로 서서 걷는 자력보행의 길에 국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평범한 노동자가 자기 발로 뚜벅뚜벅 산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며 "모두는 자기가 처한 조건이 다 다른데, 사회제도 운영체제의 개선을 계속 이루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탄생(9월1일) 67주년 기념 '봉하축제'를 열었다. 안희정 지사는 강연 마지막에 한 청중의 요청으로 고 노 대통령한테 인사를 했다.

"그 분 생일이다. 그 분께 충성을 다짐했다. 그 분이 저에게 한 자리 주신 것도 아니고, 저한테 돈을 주신 것도 없다. 하지만 노무현이 좋았다. 노무현은 역사를 바꾼 사람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말한다. 애비가 자식한테 애비처럼 고생하며 살지 말라며 출세하라고 가르친다. 그것은 억울한 일을 당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무현은 국민을 위해 충성했다. 저는 노무현이 좋았고, 그 분을 위해서 대신 감옥 가는 길이라도 행복하고 영광이었다."

노무현재단과 (재)아름다운봉하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앗간 마당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탄생 67주년 기념으로 "바로 오늘 여기에서 사랑하여라"라는 제목으로 봉하축제를 열었다. 사진은 생일 기념 시루떡에 붙여 놓은 촛불이 바람에 끄지려고 하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으로 바람을 막고 있는 모습.
 노무현재단과 (재)아름다운봉하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앗간 마당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탄생 67주년 기념으로 "바로 오늘 여기에서 사랑하여라"라는 제목으로 봉하축제를 열었다. 사진은 생일 기념 시루떡에 붙여 놓은 촛불이 바람에 끄지려고 하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으로 바람을 막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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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봉하토요강좌'를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봉하토요강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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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희정 충남지사, #고 노무현 대통령,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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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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