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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 포스터
 강연회 포스터
ⓒ 박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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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있다면 다른 데로 날아가고 싶어요, 그러나 갈 곳이 없어요."

처참한 몰골의 아마존 원주민이 화면에서 말했다. 그의 눈은 슬픔과 절망에 젖어 있었다.

"우리부족은 강가에서 삽니다. 어느 날 우리가 식수로 쓰는 강에 검은 물이 흘렀어요. 우리는 처음에 그것이 신기했지요. 그게 불행의 시작일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마존 세꼬야족 부족 대표 에더 파야구아제씨가 말했다.

지난 29일 오후 7시 전주의 한 유치원에서 열린 전북 환경운동연합 주최 강연회에 참석했다. 이 강연회에는 에콰도르의 환경 변호사인 바네사 바르함과 아마존의 세꼬야족 부족장인 에더 파야구아제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아마존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 지구적 행동에 우리의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온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지구 온난화로 잠겨가는 섬나라 투발루에서 온 분의 강연을 들었었다.

전날 이미 한 차례의 강연이 있었지만 나와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 오늘 딸과 함께 강연장에 가는 길에 하필이면 비가 내렸다.

이날 상영된 동영상
 이날 상영된 동영상
ⓒ 박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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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는 간단한 사건 개요 정도의 영상이 소개되고, 이어 아마존의 동식물을 촬영한 영상이 상영되었다. 강연장이 유치원인 관계로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참석했다. 아름다운 새들, 신기한 짐승들의 영상에 아이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어린이들이 아마존에 대해 호기심어린 질문을 해댔다.

"아마존에 피라니야가 있나요?"
"아마존 아이들은 뭘 먹어요?"
"아나콘다는 얼마나 커요?"
"아마존의 아이들도 우리처럼 젤리를 좋아하나요?"
"왕뱀이 무섭지 않나요?" 

이 질문에 대답하는 에더 파야구아제씨는 맘씨 좋은 할아버지 같았다. 어쩜 그에게도 저런 자녀나 손주들이 있을 것이다.

그가 에스파냐어로 말하면 동행한 바네사 바르함 변호사는 영어로 통역을 하고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통역하는 과정을 밟아 이야기 하는데 이 순간만은 그들도 우리도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웠다.

그러나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나간 다음, 현지 사정을 알리는 참혹한 영상이 소개되었다. 거대 석유자본이 이들에게 30여 년 동안 저지른 파렴치한 일들,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가는 현지 주민과 원시부족들. 원시 부족 중에는 보금자리가 파괴되어 아예 멸종된 부족들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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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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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방영된 티비프로그램 <아마존의 눈물>에서 말했듯이 아마존은 이미 사라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즉 우리는 이산화탄소 25%를 흡수하는 지구의 허파와 25%의 육상 생태종이 있고 15%의 지구 광합성을 하고 있는 인류의 보고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깨어나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동안 아마존에서 석유시추에 성공한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무지한 에콰도르 정부는 석유시추관련 현대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쉐브론 텍사코를 매우 신뢰했다. 그러나 쉐브론은 1964년부터 1990년까지 아마존 땅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2년에 떠날 때까지 값싼 구식 기술을 적용, 아마존 일대에 환경 재앙을 불러일으켰으며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아마존의 체르노빌'이라 부를 지경이 되었다.

더구나 석유개발을 하면서 원유찌꺼기와 폐공을 봉하지 않음에 따라 더 피해가 컸는데, 이것은 기술부족이 아니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고의로 저지른 짓이었다. 암을 비롯한 질병 발생율 급증, 생태계 파괴 등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농민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강가에 사는 사람이 맑은 물을 마실 수 없고 집안 식구가 괴질에 시달리거나 암으로 죽어나가는 일들이 있어났다.

법정에서 드러난 사실로만 봐도 셰브론 텍사코가 아마존 강에 유독성 폐기물 18억 갤론을 무단 방류하고 구덩이 900개에 폐기물을 버리고, 가스를 무단 방출했으며, 파손된 파이프 라인으로 원유 1700만 갤런을 방류한 것이다.

아귄다(Aguinda)대 세브론텍사코(ChevronTexaco)라고 불리는 이 법적싸움은 1993년 미국 뉴욕에 있는 연방법원에 에콰도르 아마존 지역 주민 3만명이 텍사코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루한 법정 투쟁 끝에 그들은 승리했다. 하지만 그 거대기업은 여전히 불복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 약소국이 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긴 대단한 사건이라고 한다. 사상 최대의 피해 보상액이며 민간인이 세계적 기업에 맞서 싸워 이긴 최초의 사건이란 이야기는 상징적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이들의 참상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아무리 생물학적 최첨단의 방법을 사용해도 어찌 이전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자연은, 자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반드시 기억한다."는 말이 무섭게 다가왔다.

석유 가스 시추를 둘러싼 사건사고는 그 채굴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이다. 화석연료의 환경적 피해가 단지 온실가스 배출에만 있지 않고 이러한 채굴 수송과정에서의 환경적 불평등에 의한 것임을 안다면, 환경운동의 방향이 더욱 폭넓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빗속을 달려 집으로 오는 길, 중3인 딸과 이야기 했다.

"에너지 문제는 마치 폭탄 돌리기 같다. 언제 터지냐가 문제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한, 반드시 어떤 식의 문제든 나타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신 공양을 강요하는 괴물이 있다면 이번엔 내 차례가 아니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다 함께 힘을 모아 그 괴물을 없애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겠냐."

덧붙이는 글 | 자료나 수치는 비디오 영상과 나눠준 환경운동연합의 자료집을 인용했습니다.



태그:#아마존, #생명의 땅, #에쿠아도르, #인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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