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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화천 어느 산골계곡을 찾은 이은채 양. 이런 원시적인 낚시기법은 처음이라며 즐거워했다.
 서울에서 화천 어느 산골계곡을 찾은 이은채 양. 이런 원시적인 낚시기법은 처음이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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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차갑다. 올여름 태양이 토해낸 그 살인적인 더위 때문일까, 아직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육박한다.

금년 여름은 유독 더웠다. 수은주는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바다와 강으로 몰렸다. '더위를 피해 바다를 찾았지만 그곳이 더 더웠다'는 푸념을 늘어놓은 사람들도 있다.

"행복한 고민이다, 난 일에 묻혀 살았다"는 서울 신당동의 김선일(가명)씨는 한여름 특수인 캠핑용품 판매업을 한다. 휴가시즌에 고객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매년 늦은 휴가를 다녀와야 했다. 그것이 가족들에게 늘 미안함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이 시기면 대부분 해수욕장도 폐장이다. 계곡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휴가시즌이 지난 계곡.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휴가시즌을 놓친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재미있고 유익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소개한다.

피라미와 메기 잡는 나만의 노하우

2013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 본선대회에서 '화천군홍보대사상'을 받은 이근하 양은 피라미를 한꺼번에 두마리나 낚았다.
 2013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 본선대회에서 '화천군홍보대사상'을 받은 이근하 양은 피라미를 한꺼번에 두마리나 낚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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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낚시에 관해선 고수였다. 당시엔 그 흔한 낚시 바늘을 살 여유도 없었다. 산골이다 보니 부모가 별도로 주는 용돈도 없거니와 낚시 바늘을 사려면 20여 리 거리에 있는 읍내로 나가야 했다. 70년대 초반 산골마을에는 시내버스나 택시가 없던 시기였다. 간혹 신작로를 따라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군용차량이 전부였다.

재수가 좋은날, 미군차량이 지나갈 때 'stop'을 외치면 가끔 서곤 했다. 신작로 외길을 따라 읍내에 도착할 즈음 '여기서 내려주세요'라고 큰소리로 말하면 미군 병사는 용케도 내 말을 알아들었다. 한국말에 능숙해서 일까, 아닐 거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던 녀석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건 내려달라는 표현으로 판단을 해서 인 듯싶다.

그러나 20여리길 읍내에 나가는 모험을 피했다. 미군차를 만난다는 확신도 없을 뿐더러 만났다고 하더라도 태워줄 거란 걸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철사를 구해 숫돌에 갈아 끝 부분을 최대한 뾰족하게 만들고, 7자 모양으로 구부려 낚시 바늘을 만들었다. 낚시 대는 기다랗게 자란 싸리나무가 제격이었다. 낚시 줄은 실태래에 감긴 하얀 실을 끊어 썼다. 그러다 보니 조금 큰 물고기가 걸렸을 때 줄이 끊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낚시가게가 없던 시절이라 낚시 바늘은 철물점에서 팔았다. 당연히 찌나 구더기를 팔 리 없었다. 봉돌은 조그만 조각돌을 실에 매달아 썼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의 낚시기법은 폼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지선 양(사진)처럼 나뭇가지를 편하게 들고 있기만 하면 된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의 낚시기법은 폼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지선 양(사진)처럼 나뭇가지를 편하게 들고 있기만 하면 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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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도 달지 않은 원시적인 낚시 대에 메뚜기를 달아 바위 옆 물 속에 드리우면 툭툭 건드리는 촉감이 손에 전해진다. 물고기가 물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낚시 대를 힘껏 뒤로 젖혔다. 집에서 만든 바늘이라 (잡힌 물고기가 빠지지 않도록 바늘 끝에 돌출된)비늘이 없기 때문에 놓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금강모치, 버들치 등 다양한 물고기가 잡혔다. 대를 힘껏 뒤로 젖혔을 때 숲속으로 날아간 물고기를 찾느라 한동안 법석대는 일도 많았다.

더 원시적인 낚시방법은 메기낚시였다. 긴 줄도 필요치 않았다. 나무 끝에 최대한 짧게 실을 매달고 낚시 바늘을 달았다. 당연히 봉돌은 필요치 않았다. 낮에 들에 나가 지렁이 잡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초저녁 가울가에 나가 (나무)낚시대 끝이 바닥에 닿도록 바위 밑에 집어넣고 기다리면 강한 입질이 손끝에 전달됐다. 당기면 여지없이 커다란 메기가 달려 나오곤 했다. 먹이를 보자마자 삼켜버리는 메기의 습성 때문에 버들치처럼 바늘에서 빠지는 경우도 드물었다.

민물고기 매운탕은 남편이 끓여야 제 맛

매운탕용 양념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잡은 물고기를 살 구이용 판에 구워 먹는것도 일품이다.
 매운탕용 양념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잡은 물고기를 살 구이용 판에 구워 먹는것도 일품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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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에 대비한 버들치 등 피라미들이 지금과 같은 늦여름이나 초가을엔 입질이 왕성하다. 늦게 떠난 휴가. 출발하기 전 낚시가게에 들러 낚시 바늘, 낚시 줄, 봉돌, 구더기를 준비한다. 바늘은 붕어용 바늘처럼 좀 큰 것을 권한다. 어린 물고기가 낚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낚시대나 찌는 필요 없다. 개울은 물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찌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낚시대는 인근에서 작은 나뭇가지를 꺾어서 쓰면 된다.

감각이 중요하다. 낚시 대를 드리우고 있다가 툭툭 건드리는 입질이 손끝에 전해지면 낚시 대를 가볍게 당긴다. 손수 숫돌에 갈아 만든 낚시 바늘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걸린 물고기가 쉽게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실패가 잇따른다. 몇 차례 빈 바늘만 걷어 올리다 보면 (입질의)어느 포인트에서 대를 당겨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잡은 물고기는 준비해온 고추장과 파 등 양념을 넣고 매운탕을 끓인다. 개울가에서 가족들과 함께 먹는 신선한 매운탕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삼겹살 구이용 팬을 가져왔다면 잡은 물고기에 소금을 약간 뿌린 후 구워 먹는 맛도 특별하다.

늦게 떠난 휴가, 원시적인 민물낚시를 통한 멋진 추억 만들기를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자는 강원도 화천군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화천, #이은채, #이근하, #김지선, #월드미스유니버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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