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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은 지난 23일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중·고등학교 신입생 1인당 20만원 상당의 교복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강원도 학생 교복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 기자회견 하는 민병희 교육감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23일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중·고등학교 신입생 1인당 20만원 상당의 교복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강원도 학생 교복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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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교육감의 두 번째 도전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은 전국 처음으로 추진하는 '학생 교복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 조례(안)'을 9월 열리는 강원도의회 임시회에 상정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강원도교육청은 2011년 1월 무상 교복 지원과 현장체험 학습비 지원을 골자로 한 '강원도 교육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하고 2년반 만에 무상 교복을 다시 추진하는 셈이다.

이에 학부모단체들은 무상 교복 지원 사업을 적극 반기고 있다. 지난 8월 20일 강원도학부모연합회는 정기총회를 열고 조례안 제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관련조례안을 심의할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 일부 의원들은 '선심성 행정'이라고 맞서고 있다.

유창옥 위원장은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둔 시점에 무상 교복 지원 조례를 만들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강원교총 역시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건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포퓰리즘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인가, 복지 공약의 실천인가?

살펴보자. 이번 조례안이 내년 선거를 앞둔 때라 선심성 행정이니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례안 상정은 이미 2011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돌이켜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떠올려 보라.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편복지와 선별복지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유권자들은 누구나 최소한 삶의 질을 누려야한다는 보편 복지를 약속한 후보들한테 투표했다.

민 교육감이 승리한 까닭은 보편 복지 공약을 지지한 때문이다. '친환경 무상 급식', '교복 무상 지원', '고교 평준화' 같은 공약을 저버리지 않고 실천을 고민해야 하지 않은가. 그를 두고 '선심성'이니 '포퓰리즘'이란 말은 맞지 않다.

2010년 당시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는 "대상 방법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하지 않고, 중·고교 신입생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의 기부행위 금지조항(113조, 114조)에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교복은 공공재이며 필수재다

헌법 제31조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했다. 무상교육은 학생이 학교  생활에 드는 공공재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땅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 교복은 공공재이며 필수재이다 헌법 제31조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했다. 무상교육은 학생이 학교 생활에 드는 공공재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땅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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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교복은 공공재인가 아닌가 묻고 싶다. 우리 헌법 제31조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했으며, 교육기본법 제8조는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고 못 박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을 내년부터 도서·벽지 지역을 시작으로 2017년 전면 확대 시행하겠다고 지난 7월 30일 밝힌 바 있다. 이 말은 법으로 정한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에 이어 고등학교 3년 과정까지 무상교육을 하겠다는 말이다. 무상교육은 학생이 학교생활에 드는 공공재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땅히 지원해야 한다.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고 하는 교복을 왜 입는가? 1982년에 이르러 교복자율화 방침 발표, 1983년부터 실시했다. 하지만 교복자율화 이후 학생 지도의 어려움, 학생 간 지나친 소비의식 경쟁 같은 부작용을 들어 1986년 9월 1일부터 교복을 입어도 된다고 허용한다. 그 뒤 교복을 입는 학교 수가 꾸준히 늘어 1998년 3월에는 중·고등학교의 95.5퍼센트가 입는다. 학생은 자유 의지로 교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교복을 입지 않고는 정상적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운 까닭에 억지춘향으로 입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교복은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공공재라고 보아야 한다.

교복비, 너무 비싸다

끝으로 교복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도 무시 못 한다. 도교육청이 20만 원으로 정한 교복비 지원 수준은 2013년 전국 교복 공동구매 평균 가격인 19만9689원을 참고한 것. 하지만 20만 원으로 교복을 맞추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요즘 교복업체에서 내놓는 교복은 대개 몸에 딱 맞게 하거나 작게 만들어 말 그대로 드라마 속 예쁜 교복의 형태로 바뀌는 추세다.

학생들은 자기 몸에 맞게 교복을 입는 게 아니라 교복에 자기 몸을 맞춰 입다 보니 교복이 꼭 낄 때가 허다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좀 넉넉한 옷으로 사서 오래도록 입히고 싶지만, 아이들 생각은 다르다. 자연스런 귀결로 새 학년마다 교복을 새로 장만하는 일이 일어난다. 여기에 생활복이라고 교복과는 달리 여유 있고 신축성이 있어 활동하기 편한 옷을 도입한 학교도 많다.

교복이 정장 차림이다 보니 불편하기도 하거니와 학생 자율권을 존중하는 뜻으로 생활복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이 또한 교복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뿐인가, 체육복도 사야 한다. 재킷 한 벌로 입는다고 해도 블라우스나 셔츠는 한 벌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더구나 강원도처럼 소규모 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교복 단체구매가 어려워, 학부모 부담이 더욱 크다.

아이는 누구나 우리 모두의 아이다

갈 길은 또렷하다. 오늘 강원교육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뒤따르는 사람에게는 길이 된다. 학교는 평화와 행복과 인권이 살아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무상급식은 보편복지가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힘을 알려주었다. 교복 지원은 무상급식에 이어 우리에게 평등과 평화와 연대를 가르치는 교육이 될 것이다. 경기도가 세수 감소와 재정난을 핑계로 무상급식 지원 예산부터 삭감했다.

강원도에서 춘천시만이 예산 부족을 핑계로  평등한 밥상을 걷어차고 있다. 그 밑바닥에는 복지를 사람답게 사는 삶을 위한 조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돈 떨어지면 언제라도 복지부터 집어치울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정작 어려울 때 걷어 치워야할 일은 토목사업이고 전시성 행사가 아니겠는가.

19세기 유럽에서 스웨덴은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이미 1946년에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기 시작했다. 1947년부터는 아동수당을, 1955년에는 국민 모두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일도 1880년대 후반에 산재, 연금, 의료보험을 도입하고, 2차 대전으로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도 1954년부터 가족수당을 주기 시작했다. 곧잘 북유럽식 복지 과잉으로 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 빠졌다는 호들갑을 떨지만, 그건 복지 정책보다는 가진 자들의 부패 탓이 더 크다.

지금은 보편복지를 말할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들은 너나없이 살만한 때를 기다렸다가 복지를 시작한 게 아니다. 지금 여기서 시작하지 않으면 행복한 뒷날은 영영 오지 않는다.


태그:#교복, #무상교육,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무상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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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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