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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시골집 텃밭에서는 풍부한 먹거리와 정겨움이 있습니다.
▲ 한여름의 시골집 텃밭 한여름의 시골집 텃밭에서는 풍부한 먹거리와 정겨움이 있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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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여름의 시골집에는 매미 소리와 연둣빛 벼알이 맺히는 파란 들녘이 있습니다. 논두렁 콩 잎사귀 무성한 논둑길에는 가끔 어린 메뚜기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있습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워서 시골집 텃밭에서는 그저 먹거리만 거두어 먹고 풀잎 향기 즐기며 살았어요. 사람은 뜨거운 햇볓 아래에서는 덥다고 잠시도 견디기 어려운데도 식물들이 꿋꿋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농촌의 더운 시설 하우스 안에서 칠십이 넘은 고령의 농촌 노인들이 열무를 수확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식탁에 올려지는 먹거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습니다.

금순이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텃밭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여치 메뚜기·개구리 사냥에 열중입니다. 개구리가 보이면 금순이는 덥석 뛰어 풀더미 속으로 들어가는데요. 개구리는 펄쩍 달아나고 숨바꼭질 놀이를 합니다.

시골집 텃밭의 먹거리를 나눔하고 살아요.
▲ 시골집 텃밭의 먹거리들 시골집 텃밭의 먹거리를 나눔하고 살아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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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따서 고추 말리기에 한창인데요. 고추는 처음에는 망을 덮어서 말리다가 절반 정도 마른 다음에 햇볕에 완전히 노출해야 고추가 하얗게 탈색되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습니다. 귀농 첫해에 멋모르고 빨간 고추를 그냥 햇볕에 말렸다가 하얗게 변한 고추에 적잖이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닭장 지붕 위에는 호박넝쿨로 덮여서 호박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 고향 집에서 호박꽃잎 따다가 잎사귀는 찧여서 김치 만들고 노란 심은 예쁘게 잘라서 촛불 만들어 꽂아두고 동네 아이들과 소곱장난 하던 그 시절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농촌의 여름에는 토끼들이 매일 싱싱한 풀을 맘껏 먹을 수가 있어 호사를 누립니다. 토끼는 다른 동물에 비해 항생제 투여를 안 해도 신선한 풀만 먹으면 잘 자랍니다. 특히 닭들이 토기랑 함께 살면 병 앓이를 안 한다고 옛 어르신들이 말합니다. 이유는, 토끼 오줌이 독해서 그렇다고 하네요. 실제로 저희 집도 토끼랑 닭을 함께 키운 결과 닭에게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봄에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가 벌써 중닭이 되었네요.

닭장 지붕 위의 호박들을 따다가 애호박전, 호박나물을 만들어 먹습니다. 애호박이나 가지를 얇게 잘라서 햇볕에 말리면 겨울 저장식품으로 보관할 수가 있습니다. 여성 냉증과 여름철 건강에 좋다는 익모초가 보라색 작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노란 앙증맞은 오이꽃이 피어나고 잎사귀 속에서 오이가 늙어 갑니다. 올봄에 신나게 효소를 담던 돌미나리도 하얀 꽃을 피웁니다.

작열하던 태양 아래에서 눈부신 진홍 빛깔을 자랑하던 백일홍도 이제 여름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텃밭에서 일하다가 잠시 집에 들어와서 찐 옥수수랑 볶은 땅콩을 먹습니다. 지금 텃밭에는 땅콩이 익기 시작하는데요. 어떻게 알았는제 두더지가 흙을 파헤치고 잘 익은 땅콩을 꺼내 먹습니다.

화분에 로즈마리 허브나무 한그루 기르면 잎사귀 몇때 다서 이렇게 다기에 넣고 뜨거운 물 부어 우려 마시면 향긋한 향기가 나는 허브차를 즐길 수가 있습니다. 올봄에 텃밭에서 수확한 딸기를 냉동시켰다가 더운 여름에 믹서기에 갈아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습니다. 농촌에서 자라는 아이의 그림 속에도 시골집의 푸름이 녹아 있습니다.

올해는 가지도 주렁주렁 달리고, 고추도 풍년입니다. 텃밭에서 오이노각, 가지, 고추, 참외를 수확했습니다. 아침에 회사에 출근할 때 가지고 가서 동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농촌에 살면 내가 농사지은 채소를 나누어줄 수가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할 때 텃밭에서 일한 댓가로 먹거리 거두어 먹고 낮에 일터에 가서 일하면 풍요롭게 살수 있습니다. 귀농귀촌 해법은 이렇게 간단합니다.


태그:#한여름의 시골집, #고추말리기, #호박, #오니노각,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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