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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아르바이트, 파견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청년노동자들이 이제는 자기 목소리를 내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쟁취해 나갈 것이다."

경남청년유니온 조용한(33)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50여 명의 청년 구직자와 비정규직 등이 모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최근 '법내 노조'로 거듭난 것이다.

경남청년유니온은 지난 7월 17일 창립 총회를 연 뒤, 8월 13일 경남도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받았다. 경남도에 8일 노조 설립 신고서를 냈는데 서류 검토와 수정 과정을 거쳐 신고증을 발급받은 것이다.

조용한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이 경남도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발부받은 뒤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들어 보이고 있다.
 조용한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이 경남도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발부받은 뒤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들어 보이고 있다.
ⓒ 경남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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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청년유니온은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출범했다. 이들은 "2009년 경제위기 이후 청년실업의 문제가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되며 누적되고 있다"며 "장기간 실업과 구직활동,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 갇힌 청년들은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조용한 위원장은 "정부와 사회에서 청년구직자들에 대한 지원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과 복지 등의 대책이 없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며 "그렇다 보니 청년구직자들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지원이 몰릴 수밖에 없고, 무작정 청년들의 눈높이를 탓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법 아카데미와 월별 강좌사업, 무료노동상담과 심리상담 캠페인까지 벌일 것"이라며 "2014년에는 경남도와 함께하는 사회적 교섭, 그리고 지자체 선거에 대비한 청년정책의제 만들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용한 위원장과 20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청년유니온이 왜 필요하다고 보는지.
"지난 2009년 경제위기 이후 청년들의 실업 문제와 구직 문제 그리고 비정규직의 문제가 심각하게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정부에서도 매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허울뿐인 정책들이 많았다. 결국 청년당사자들이 나서서 자신의 문제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해결해나가기 위해 활동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었다.

요구되는 내용들이 대부분 노동과 취업에 관련된 내용인 만큼 노동조합의 형태가 구상이 되었고, 때마침 일본에서의 청년유니온 사례가 있어 청년유니온을 준비하게 되었다. 결국 청년들의 노동, 경제, 생활적 요구를 수렴하고 함께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그릇이 새롭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현재 경남청년유니온의 조합원은 몇 명이며,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나.
"현재 조합원은 50여 명이고, 다양한 직업계층에서 함께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구직자의 비율은 20% 정도이고, 나머지 조합원의 경우 정규직부터 비정규직과 사회적기업 종사자 등 다양한 형태의 직업군에서 함께 하고 있다."

- 청년유니온이 활동하는데 있어 '법내 노조'와 '법외 노조'는 무슨 차이가 있나.
"법외 노조의 경우 노동법상의 쟁의 활동을 할 수가 없고, 주장과 요구를 여론사업을 통해 반영할 수밖에 없다. 사측이나 정부측을 법으로 규제할 수가 없다. 조직의 힘보다는 고소·고발 등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내 노조의 경우 노동법상에서 보장하고 있는 쟁의행위와 교섭 등 다양한 활동의 법이 보장하는 범위에 따라 운영할 수 있다. 조합원이 자신의 회사에서 불이익 혹은 문제를 겪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경남청년유니온 설립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창립하게 되었나.
"사실 처음에는 청년유니온보다는 2011년 하반기부터 청년들의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청년일반노동조합을 준비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청년유니온을 구체적으로 하게 되고, 뜻에 있어 차이가 크게 없음을 알게 되면서 청년유니온을 경남에도 창립하자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에 청년유니온에 가입하고 있던 조합원들과 함께 경남청년유니온을 설립하게 되었다. 계기는 청년실업의 문제와 비정규직의 문제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조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있다 해도 특정 분야를 집중해서 바꿔나가는 조직이 부재했다."

- 경남은 전국에서 일곱 번째 설립이라고 들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상황은 어떠하고, 전국적으로 청년유니온이 출범하게 된 배경은?
"경제 위기 이후 청년계층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변화 그리고 청년운동의 범위에서 경제와 생활에 관한 문제를 특화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의 경우 현재 서울, 인천, 대구, 청주, 대전, 광주가 설립되어 있는 상황이고, 조합원 확대 사업과 정책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9월 초 부산에서도 광역단위 청년유니온이 출범한다."

-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실업이라는 문제의 원인은 결국 일자리의 수와 구직자의 수가 일치하지 않는 점과 조건과 의지가 맞지 않는 문제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전과 다르게 경제위기 이후 청년실업 문제가 확대된 이유는 대기업들의 일자리 축소와 비정규직 양상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해서 사내하청으로 대체하고 압박하면서 중소기업의 사정이 불안해 졌다. 이런 현상은 경제위기의 상황이 극복되고 있음에도 여전하다.

게다가 정부와 사회에서 청년구직자들에 대한 지원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과 복지 등의 대책이 없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그렇다 보니 청년구직자들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지원이 몰릴 수밖에 없고, 구직과 실업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무작정 청년들의 눈높이를 탓할 수는 없다."

-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등 정치인들마다 일자리창출과 청년실업 해소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 이루어지는 것은 미미한 수준인데, 정치인들의 구호, 공약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청년실업의 문제는 단순한 일자리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복지 등 사회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임에도 공약과 정책들은 대부분 일자리의 개수에 집착하고 있다. 즉, 선거용 혹은 인기용으로 이를 숫자로 제시하고, 인기용으로 구호만 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듣고,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 부처간의 경계를 넘어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주시고, 말을 꺼냈으면 직접으로 예산이 편성되어 실행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 청년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청년활동가들의 의견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취합했으면 한다."

- 장기간 실업과 구직활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정책을 제시한다면.
"우선 복지적 측면에서 장기실업자에 대한 생활비 부담을 지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실업이 장기화됨으로 인해서 부채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오히려 취업의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거지원과 식비(착한식당) 같은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구직활동 지원에 있어서는 대부분이 진학하고 졸업하는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서 대학졸업자에 대한 관리와 정보지원이 필요하다. 최소 3년간은 취업은 했는지 파악을 하고 좋은 일자리에 대한 정보와 중계를 꾸준히 학과에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지자체나 정부에서 공공일자리를 소모성 일자리가 아닌 사회복지분야 그리고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만들어서 채용했으면 한다."

- 경남지역에서도 청년실업으로 고통을 겪는 청년들이 자살하고 있다는데, 청년실업자들의 고통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고통의 정도는 수치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올해 초 창원에서만 취업으로 인해 5명이 자살을 한 것만 보아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작년과 재작년에 발생한 묻지마 살인이나 칼부림에서도 심리적 문제는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스트레스에 관한 실태조사'(창원지역 청년 200명 대상)에서도 자존감 자신감을 상실했다고 응답한 층이 26.3%, 의욕상실이 21.3%, 심지어 조울증,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청년들이 15%에 달했다. 게다가 자살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33.7%가 답했으며 자살에 대해 공감하는 청년들은 91.5%나 되었다."

- 청년 구직자들의 심리 상담 지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자치단체나 관련 기관에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요즘 들어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비전 형성에 대한 지원 서비스들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계층이 20대 청년들이 되어 버렸다. 취업을 왜 하는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설계를 지원하고, 자신의 목표를 찾고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심리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현재 장기실업과 구직으로 인해 혼자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지자체의 정책과 기관에는 청년에 대한 심리지원 혹은 비전 제시 같은 서비스가 없다. 있다 해도 멘토 강좌나 시스템 같은 일회성 혹은 보이기식 사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청년층에 대한 예산지원 그리고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 앞으로 경남청년유니온의 구체적인 활동 방향은.
"현재 경남청년유니온에서는 청년층이 주로 종사하는 직업군에 대한 노동조합 지회 설립 사업을 장기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매장, 비정규직 교사, 백화점 파견 직원 등등 함께 부조리한 노동환경과 조건을 바꿔나가면서 만들어갈 예정이다. 더불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법 아카데미와 월별 강좌사업 그리고 조합원 확대와 노동조합 대중화를 위한 무료노동상담과 심리상담 캠페인까지 준비 중이다. 2014년을 바라보면서는 경남도와 함께하는 사회적 교섭, 그리고 지자체 선거에 대비한 청년정책의제 만들기도 고려하고 있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흔히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저희는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는 것이 청춘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아픔을 당연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고 바꿔나가는 것이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자세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청년들의 아픔, 외침을 모아내고 공유하고, 어깨동무하는 것이 청년유니온이라고 생각한다."


태그:#경남청년유니온,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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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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