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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던 19일 오후 2시, 여닫을 때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새나오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앞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을'살리기비대위·민주노총서비스연맹·롯데재벌피해자모임·참여연대 등 10여 개의 단체에 소속된 이들이다.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전력대란'에도 연중무휴 영업을 하는 백화점과 대규모 유통매장의 주 1회 휴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대형유통업체는 전력낭비 '주범'"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민주노총 등 10여개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의 주1회 의무휴업'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백화점 및 대형유통업체 주1회 휴업 촉구 기자회견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민주노총 등 10여개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의 주1회 의무휴업'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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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요즘은 '전력을 아껴야 한다'며 학교들도 찜통처럼 더운 채로 수업하고 중소상인들은 가게 문만 열어놓아도 과태료를 문다"며 "(사방이 트인) 전통시장은 에어컨을 트는 것조차 불법인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유통매장은 큰 매장 전체에 냉방을 한 채 365일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절전을 해야 하는 것이 누구냐"며 "앞으로도 계속될 블랙아웃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형유통업체가 앞장서 주 1회 휴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실장은 지나가던 버스에 붙어 있던 '함께 아낀 에너지, 함께 아낀 원전 하나'라는 광고 문구를 가리키며 "저렇게 광고를 하며 강조할 정도로, '블랙아웃'은 국가적 위기로 대두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위급할 때 국민들은 모두 위기를 넘기는 데 동참하는데, 대기업은 오히려 가정보다 싼 전기세를 이용해 냉방을 펑펑 하며 돈을 벌어들인다"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이어 "지난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법으로 제정할 때도 백화점과 하나로마트 등을 제외시켰는데, 대기업은 현재 시행 중인 의무휴업까지도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내며 훼방을 놓고 있다"며 "납품업자 등 수많은 영세상인들을 갈취하더니 이제는 전 국민이 동참하는 에너지 절약까지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위원장은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80% 이상이 대형유통매장에서 발생하는데, 그것은 시설점검을 제대로 할 시간조차 없이 쉬지 않고 영업을 하기 때문"이라며 "IMF 이전에는 백화점이 일주일에 하루씩 쉬었는데, 그것이 월 2회·월 1회로 줄어들더니 이제는 점장의 임의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백화점들은 월 1회 휴무일을 잡아 쉬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롯데백화점은 그마저도 하지 않고 연중무휴로 돈 벌기에 급급하다"며 "전력 낭비를 막고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대형유통업체는 주 1회 휴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재벌·대기업 불공정행위 감시단 등 발족 예정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의무휴업 촉구에서 그치지 않고, 롯데그룹을 포함한 대기업 유통업체의 불공정과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불공정행위 감시단'을 발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재벌 피해자모임 소속 박기용씨는 "대기업 중에서도 롯데처럼 중소상인과 납품업자를 쥐어짜는 곳을 보지 못했다"며 "그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중소기업을 온갖 방법으로 견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참여연대 등의 단체와 함께 롯데그룹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한 상태라고 밝혔다.

강규혁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일단 며칠 전 발족된 홈플러스 불공정행위 감시단과 연대해 롯데를 포함한 유통재벌들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고 고발할 것"이라며 "수 주 내로 '롯데그룹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관련당국에 롯데그룹의 세무조사와 비리 적발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유정아 기자는 <오마이뉴스> 18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백화점, #대형마트, #의무휴업, #블랙아웃, #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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