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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산성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다
 덕진산성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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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부터 치열한 격전지였던 덕진산성 안내 표지판
 삼국시대부터 치열한 격전지였던 덕진산성 안내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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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드디어 덕진산성에 도착했네요! 정말 오기 힘든 곳을 왔어요. 저도 몇 번이나 오려고 시도를 했다가 이번에야 인연이 닿아 처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경기관광공사에 근무를 하고 있는 하늬바람님은 덕진산성(경기도기념물 제218호) 안내표시판 앞에서 감격에 겨운 듯 말했다. 그의 말처럼 DMZ내에 있는 덕진산성은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8월의 태양은 역시 따가웠다. 용광로처럼 지글지글 끓는 찜통 더위 속에서도 45명의 평화누리길 회원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덕진산성을 올랐다. 오기 힘든 곳인지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평화누리길 파주담당 '도라산 박상현님(이하 도라산님)'의 안내로 약 5km에 달하는 덕진산성 답사에 나섰다.

단풍잎돼지풀이 성벽을 이루고 있는 덕진산성 초입 산책로
 단풍잎돼지풀이 성벽을 이루고 있는 덕진산성 초입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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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가 핀 산책길
 상사화가 핀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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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정해진 산책로길 외에는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이곳에는 아직도 매설된 지뢰가 있습니다. 그리고 뱀을 비롯한 독이 많은 파충류와 곤충들이 있으므로 매우 조심을 해야 합니다. 또한 사나운 멧돼지와 고라니도 자주 출현을 하므로 주위를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30년 넘게 이 지역에서 군생활을 했다는 도라산님의 달변과 유머는 무더위를 잊게해 주었다. 산성 초입에는 단풍잎돼지풀이 성벽처럼 무성하게 돋아나 있다. 외래식물인 돼지풀은 1년 동안 키가 3m나 자라며 토종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생태계의 교란종이다. 적막강산! 회원들은 태고를 숨 쉬는 숲속 좁은 길을 땀을 닦으며 묵묵히 걸어갔다. 낮은 산등성이를 넘으니 의외로 큰 인삼밭이 나온다.

DMZ 안엔 공해가 전혀 없으니 인삼 품질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삼밭 모서리를 돌아가는데 연분홍 상사화가 길손을 반긴다. 회원들은 그 청초하고 아름다운 상사화를 바라보며 잠시 넋을 잃은 듯 감상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다.

인삼밭
 인삼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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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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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핀 언덕을 지나니 'DMZ 해마루 농촌체험관'이 나온다.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에 위치한 해마루촌은 1998년 12월 실향민 1세대를 위하여 설립된 수복마을로 약 6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해마루촌 위원장이신 조봉연씨의 해설로 덕진산성을 돌아보았다. 그는 13년째 해마루촌에 거주하고 있다. 민통선 최전방 깊숙이 위치한 덕진상성 주변은 기름진 옥토와 천혜의 청정 지역으로 장단인삼, 장단콩, 장단쌀 등 예로부터 장단3백 생산지로 유명하며 임금님께 진상을 하였다고 한다.

해마루 농촌체험장
 해마루 농촌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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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산성 해설을 해주고 있는 조봉연 해마루 농촌체험장 위원장
 덕진산성 해설을 해주고 있는 조봉연 해마루 농촌체험장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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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 숲에 둘러싸인 해마루촌은 오랫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어 온지라 산림이 울창하고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을 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조봉연 씨는 해마루촌 위원장을 맡으며, DMZ농촌체험 프로그램, 먹을거리, 야생화탐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루농촌체험관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임진강이 바라보이는 탁 트인 들판이 나온다.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회원들의 땀을 식혀준다. 회원들은 임진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안고, 눈앞에 펼쳐진 태고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은 듯했다.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임진강.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 생태계의 보고 초평도이다.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임진강.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 생태계의 보고 초평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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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에서 임진강과 초평도를 바라보고 있는 답사회원들
 산성에서 임진강과 초평도를 바라보고 있는 답사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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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평평한 정상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니 임진강이 가까이 다가오고, 생태계의 보고라고 하는 초평도가 한 눈에 바라보인다. 초평도는 전시에 임진강을 건너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임진강 하구에 위치한 초평도 습지와 농경지에는 두루미, 흰꼬리수리, 구렁이, 독수리, 물수리, 재두루미, 삵,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흉칙하게 걸려있는 답사리본들
 흉칙하게 걸려있는 답사리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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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지대 표지판
 지뢰지대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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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바라보며 초목이 무성한 길을 따라 걸어가니 오색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 밑에 당도 한다. 이곳을 답사한 사람들이 소원을 빌거나 다녀간 족적를 남기기 위하여 걸어놓은 리본이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림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리본이다. 바람에 너덜거리는 리본이 옥에 티처럼 흉측하게 보인다.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한다면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나무그늘에서 잠시 숨을 고른 회원들은 오솔길을 따라 구릉 밑으로 내려갔다. 지뢰지대라는 표시판이 곳곳에 걸려 있다. 오솔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임진강과 함께 너른 벌판이 나온다. 이 지점이 해발 85m로 덕진산성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판문점으로 가는 통일대교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판문점으로 가는 통일대교가 보인다.
 판문점으로 가는 통일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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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덕진산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내성의 정상을 중심으로 산 능선을 따라 표주박 형태로 구축되어 있다. 임진강이 산 정상을 휘돌아 흐르고 있는 덕진산성은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전망이 매우 좋다. 오래 전부터 전략적 군사요충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 것으로 보인다.

1500년 전 고구려가 산 정상에 최초로 작은 규모의 석축으로 성을 쌓았다. 그 후 통일신라시대에 산성을 점령한 신라가 남쪽으로 이어진 봉우리까지 석성을 다시 쌓았고, 수백 년 동안 방치되었다가 조선시대 광해군 때 산성을 연결해 동북쪽으로 외성을 새로 쌓았다. 그리고 광해군 이후 산성은 폐성되었다.

표주박 형태로 축조된 덕진산성은 태고의 숲길을 간직하고 있다.
 표주박 형태로 축조된 덕진산성은 태고의 숲길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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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산성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지(東國與地志)>에 처음 소개되어 있다. 오랫동안 버려진 채로 묻혀있던 덕진산성은 1992년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의 <파주 덕진산성 정밀지표조사 및 시굴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전체 둘레는 1384m, 내성길이 600m의 산성은 장대지, 우물지, 덕진당, 문지 등의 유적지가 발견되었으며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기와편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

덕진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되어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치폐를 거듭하였으며, 인근 임진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호로고루성, 당포성, 은대리성, 무등리보루 등과 함께 임진강 북안에 설치된 중요한 삼국시대 성곽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전략적 우수성으로 다시 외성을 확장·수축하여 사용했던 특수한 사례를 보여줘 학술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큰 성이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걸어가는 산책로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걸어가는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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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상에서 한동안 풍경을 바라보던 회원들은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다시 리본이 걸린 나무 밑으로 돌아왔다. 삼국시대부터 치열한 격전지로 쟁탈전을 벌였던 덕진산성은 150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남북의 대치 하에 전운이 감돌도 있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것 같은데 태풍 전야처럼 곳곳에 전쟁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나라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이 땅에 전쟁위험이 없는 평화시대는 언제나 돌아올 것인가? 우리는 리본이 걸려있는 나무밑에서 각자가 가져온 음료수로 목을 축인 후 전운이 감돌고 있는 덕진산성을 내려왔다. 

덕진산성 위치 지도
 덕진산성 위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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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덕진산성(경기도기념물 제218호)은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다.
답사일자 : 2013.8.17
답사길이 : 왕복 약 5km
소재지 :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구암로 665(군내면 정자리 산 13 외 일원)
문의처 : (031)940-4354, 8342 파주시청 민북관광사업소
기 타 : 사전허가 후 안내원을 동반하여야 하며, 신분증 미소지자는 출입이 불가능하므로 신분증(외국인의 경우 여권)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태그:#덕진산성, #초평도, #해마루촌, #경기도평화누리길,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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