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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을 대하는 태도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몸으로 부대끼려 하지만 어떤 이는 한 발 물러서 냉정히 관찰하려고 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전자는 1인칭 주인공, 후자는 3인칭 관찰자인 셈. 관찰자는 사안에서 한 발짝 떨어져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지만 동시에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때로는 이쪽 진영에서, 때로는 저쪽 진영에서 욕을 먹기 때문이다.

김두식 교수
 김두식 교수
ⓒ 김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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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경북대 교수는 관찰자다. 겁이 많아 사안에 직접 뛰어들지 못하고 관찰자의 입장으로 바라본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러나 <이털남>에서 만난 김두식 교수는 오히려 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을 "희생양을 찾는 사냥꾼의 사회"라고 평한 김두식 교수는 '누구나 나쁜 일을 행하며 사는 사회에서 고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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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촛불 관리하는 법 익혔다"

관찰자의 입장에서도 때로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직접 뛰어들고 싶을 때가 있다. 김두식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그리고 현재 국정원 사건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정원 사건 해결을 주장하는 쪽에 대해 문제의식도 느낀다고 말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현장에서 김두식 교수는 '촛불집회 주체들이 10만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며 자기 함정을 파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몇 명을 채워야지만 의미있는 운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광장을 꽉 채운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이어오면서 기득권 세력이 촛불집회를 관리하는 법을 익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나가보면 차벽을 쌓아서 바깥에서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게 해놨다. 이렇게 사람들이 볼 수 없게 만들고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정부 앞에서 시위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운동력을 저하시킨다. 기득권 세력이 관리법을 익힌 상황에서 촛불을 이끄는 사람들이 다음 단계에 대해 고민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정원 문제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어야 하는데 그걸 끝까지 붙잡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 출장을 갔다오니 국정원 사건이 사라져버렸더라, 보도의 문제도 있지만 문재인 의원이 NLL 대화록에 의원직을 걸면서 초점이 NLL로 옮겨간 것"이라며 "문재인 의원은 NLL문제가 노무현 정부의 명예가 달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 희생양을 찾는 사냥꾼의 문화"

그렇다면 우리 사회 전반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평할 수 있을까. 사냥질이 벌어지는 사회. 김두식 교수는 우리 사회를 이렇게 진단했다. 우리는 어느 정도 나쁜 일을 하면서 사는 비슷한 인간들인데, 누군가 걸리기만 하면 그 사람만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인 것처럼 몰아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회가 이렇게 된 원인을 '욕망할 자유와 건강하게 분출할 자유가 억눌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20대 초중반에 풀어야 했던 에너지가 공부하고 스펙 쌓고 취직준비를 하면서 억눌리는 바람에 40대 쯤 안정을 찾을 시기에 희생양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분출된다"고 말했다.

"'고백'의 가치를 인정해줄 필요 있어"

김두식 교수가 '고백'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욕망을 그때그때 풀고 살아야 하는데 여기서 고백의 가치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부패를 고백하는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그 바탕 위에서 '고백운동'같은 것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다. 모두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그걸 고백하고 앞으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이야기가 되어야하는데, 모두가 올바른 얘기만 할 것을 요구받는다. 사냥꾼을 만드는 위선적인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고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고백하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다른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더 좋은 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김 교수는 "이미 그런 것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는 보수, 진보를 넘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그:#이털남, #김두식, #촛불집회, #욕망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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