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동구 홈플러스 입점 반대농성중이던 분도 학비노조 1인 시위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동구 홈플러스 입점 반대농성중이던 분도 학비노조 1인 시위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내일 오후 5시에 울산지역 동시다발 1인 시위 합니다. 울산 동구는 일산 해수욕장 입구에서 합다. 시간 되시는 조합원은 나와 주세요.'

지난 10일 오후, 문자를 한 통 받았습니다. 한 초등학교에 학교 일용직으로 출근하고 있는 저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 속에서 지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이렇게 잘리나 저렇게 잘리나 고용불안에 떨어야하니, 노조에 가입이라도 해놓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6개월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학비노조 울산지부는 현재 울산교육청(교육감 김복만)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노사협상을 진행중입니다. 저는 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지라, 학비노조 울산지부에서 진행하는 교육청 앞 집회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 8일 오전에도 '교육청에서 교육공무직 시행규칙안 시행절차를 강행하려 한다'면서 급히 교육청으로 모이라는 문자가 왔으나 못 갔습니다. 저는 그때 출근을 했습니다.

지난 7월 말에도 학비노조에서 문자가 왔었습니다.

'우리에게 불이익이 많이 가는 독소조항이 많은 시행규칙안을 졸속처리 하려하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8월 1일까지 교육청 홈페이지나 팩로 민원을 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저는 그 내용이 뭔지 감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학비노조 사무장과 통화를 한 후에야 그 내용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고 가까스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시행규칙안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11일 오후 5시, 저는 1인시위가 열린다는 일산동으로 향했습니다. 여전히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중부지방엔 비가 많이 와서 탈이라는데 남부지방은 가뭄이 들어 큰일입니다. 일산동으로 가니 10여명의 학비노조 관계자가 나와 있었습니다.

"오늘 울산지역 5곳에서 동시에 시위를 합니다. 동구, 북구, 중구, 남구, 울주군 이렇게요. 현재 울산시 교육청과 학비노조가 단체협약 협상을 하고 있는데, 교육청은 교육공무직 시행규칙안을 일방적으로 졸속처리 하려고 합니다. 그것도 울산 대기업들이 모두 여름 휴가를 들어간 사이, 지난 8월 1일까지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낸 300여 장의 의견서를 무시하고 지난 8일 독소조항이 가득한 시행규칙안을 강행처리 하려 했습니다. 그 시행규칙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우릴 맘대로 사용하다 맘대로 해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날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일단 졸속처리 하려는 걸 보류하는 것으로 막았습니다만 언제 다시 졸속처리 할지 우리는 맘을 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요일인 오늘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이시간에도 우리는 이렇게 1인 시위를 조직하고 모인 것입니다."

학비노조 울산지부장의 인사 후 각자 흩어져 피켓을 들고 섰습니다. 1시간 후 1인시위를 마쳤습니다. 참석자 중 일부는 먼저 집으로 가고 일부는 지부장과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는 저녁 먹는 자리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학비노조 이복자 울산지부장이 제 질문에 답을 해줬습니다.

이복자 학비노조 울산지부장
 이복자 학비노조 울산지부장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 들리는 이야기로는 교육감 직고용에서 빠진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요?
"울산에서 일하는 학교 직종이 모두 84개 직종입니다. 그중 이번 교육청에서 졸속처리를 강행하려는 시행규칙안은 무기계약 예외직종을 절반 넘게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감 직고용에 관해서는 이미 법정에서 판결 났음에도 불구하고 울산시 교육청은 다시 학교장에게 직고용을 위임하려 합니다. 우리는 모든 학교 비정규직에 대해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 직고용을 하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조례도 그렇게 시정하라고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300여장이나 냈는데도 일방적으로 통과 시행 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도 문서를 보면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교육청은 마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식하게 보는거 같습니다. 우리는 한 직종도 빠짐없이 교육감 직고용으로 조례가 해당되도록 싸워 나갈 것입니다."

- 지난 8일에 교육청엔 왜 모였나요?
"울산시 교육청 교육감은 우리 학비노조를 껄끄럽게 보고 있습니다. 강원도 같은 경우 벌써 교육감 직고용이 시행되고 있잖아요. 학비노조랑 단체협약도 맺었고요. 지금 울산지부는 강원도 교육청과 학비노조 강원지부가 맺은 단체협약을 모범안으로 하여 단체협약안을 만들었어요. 단체협약을 먼저 맺고 나서 조례안을 그에 맞게 시행하면 되잖아요. 울산시 교육청은 그것을 역으로 하려고 해요. 조례를 교육청 입맛대로 먼저 만들고 우리와 단체협약을 조례에 맞게 개악하려는 거죠. 이는 교육감 직고용은 일부만 적용하고 대부분 학교장에 채용권을 위임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묵과할수 없었어요. 독소 조항이 가득한 조례안에 대해 어떻게 묵과 할수 있나요?"

학교에선 고상하게 보이려 애쓰는 교육관료들. 학생을 위해 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복지시설도 늘리고 복지사를 두면서도, 잡다한 일을 처리하며 고용불안 속에서 떠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너무 야박한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교육청 조례안 내용에 있는 '울산시교육감 소속 교육공무직 정원의 총수'에 따르면 무기계약 대상자가 2706명, 무기계약 예외직종 대상자가 480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조례안 내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시 '교육감 채용 직종'과 '채용권한 위임 직종'으로 나누고 교육장 직고용, 직속기관장 직고용, 공립학교장 직고용으로 나누었습니다.

학비노조는 그리 될 경우 결국 실제 교육감 직고용 되는 직종은 한 직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파견직종도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청소요원과 낮 경비를 서는 분과 밤 경비를 서는 분은 파견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입니다. 이분들까지 포함하면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더 많이 늘어나게 되지만 교육청은 그 분들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라는 이유로 교육감 직고용에서 제외 되는 게 아니라 아예 그 존재 자체를 인정치 않고 있는 것 입니다.

저는 학비노조로부터 '교육공무원 채용 및 관리 조례 시행규칙안 입법예고' 문서를 입수 했습니다. 교육감 직고용이라 함은 교육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게 상식선인데 조례안 제 2조 2안은 그 상식선을 분리했습니다.

울산시 교육청은 비정규직 신분증을 학교장 명의로 만들게 조례안을 만들려 합니다. 교육감 직고용이면 울산시 교육청 이름으로 신분증이 발급되어야 할 것 입니다.
▲ 교육공무직 신분증 초안 울산시 교육청은 비정규직 신분증을 학교장 명의로 만들게 조례안을 만들려 합니다. 교육감 직고용이면 울산시 교육청 이름으로 신분증이 발급되어야 할 것 입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울산시 교육청 교육공무직 채용 및 관리 조례 시행규칙안 입법예고 첫 면.
 울산시 교육청 교육공무직 채용 및 관리 조례 시행규칙안 입법예고 첫 면.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2항 "채용권자"란 교육감 또는 교육감으로부터 교육공무직의 채용에 관한 사무처리에 권한을 위임받은 사업부서의 장 또는 기관(학교)장을 말한다.'

채용권자를 교육감과 기관장, 학교장으로 분리해 두는 것으로 보아 교육감 직고용도 어느 직종은 되고 어느 직종은 안 되는 걸로 보입니다. 이것은 교육감 직고용 의무에 위배되는 조항으로 여겨집니다. 그 외에도 조례안 조항 4조와 5조, 6조 1항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4조(정원관리의 일반원칙) ① 교육감은 교육공무직을 관리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이행하여야 하며, 채용권자는 정원에 반영되지 아니한 교육공무직을 채용할 수 없다.

1. 교육공무직의 정원으로 책정된 분야가 공무원의 정원으로 대체되는 경우에는 그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2. 인력진단의 결과에 따라 남는 인력이 발생하면 그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3. 채용목적과 일치되지 아니하는 인력이 있으면 그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② 울산광역시교육청 교육공무직 정원의 총수는 별표 1과 같다.
③ 정원책정 요구 및 승인, 정원책정 승인대장 등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이 따로 정한다.

제5조(정원관리의 특례) 채용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제4조제1항 후단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채용할 수 있다.
1. 일시․간헐적인 업무의 증가에 따른 6개월 미만의 단기 근로자
2. 공무원 및 교육공무직의 결원에 따른 대체인력

제6조(채용) ① 교육감은 별표 2에 해당하는 교육공무직을 채용한다. 다만, 조례 제6조제1항에 따라 별표 3에 해당하는 교육공무직의 채용에 관한 권한은 사용부서의 장에게 위임한다.'

위 내용은 교육공무직(비정규직)과 공무원(정규직)을 분리해 두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감 직고용으로 무기계약 되더라고 교육청에서 정규직을 발령하면 비정규직은 해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게 무슨 교육감 직고용이고 무기계약이란 말인가요? 교육청 관계자는 위 조항에 대해 해석할 수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 의미도 뜻도 모를거라고 여기시나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울산시 교육청의 교육행정 조례안입니다.

그 외에도 조례안 내용엔 특별 서식으로 학교회계직원 인사기록카드, 교육공무직 관리대장, 근무상황카드, 시간외근무 기록부, 교육공무직 신분증예시, 재직(경력)증명서를 별도로 관리토록 하고 있었습니다. 신분증이나 재직증명서 하단엔 발행처가 명시되어 있는데 교육공무원들은 교육감으로 명시되어 있는 반면 교육공무직은 여전히 해당 학교장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울산시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교육감 직고용은 말로만 행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청 건물엔 '희망과 감동을 주는 행복 울산교육'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 지난 7월 17일 울산시 교육청 앞 집회 교육청 건물엔 '희망과 감동을 주는 행복 울산교육'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교육공무원과 공무직의 차이를 둠으로써 차별행정을 여전히 진행 시키겠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교육공무직 업무성과서와 교육공무직 근무성적 평가표도 있었습니다. 그건 누가 평가하는지 모르지만 무단결근, 조퇴, 무단 근무지 이탈, 직무명령 불이행, 직원 품위손상이나 주의, 경고, 견책, 감봉, 정직 란을 두어 점수를 매기도록 하고 근무성적 평가표는 A에서 E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울산시 교육청에서 학비노조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심의위원회를 거쳐 시행을 통과 시키려는 조례안이 교육감 직고용이란 명목을 내세워 결국 학비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을 더욱 감시하고 두고 보겠다는 내용으로 와닿는 건 저뿐일까요.

학비노조 울산지부 이야기를 듣고 시행규칙안을 검토해 보니 왜, 학비노조가 교육청을 찾아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지난 8일 학비노조가 강력하게 항의 하면서 일단 시행규칙안 심의위원회는 보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울산시 교육청에서 언제 또다시 독소항목으로 가득한 말로만 교육감 직고용 시행규칙안을 일방적으로 심의하고 통과 시킬지 알 수 없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학비노조 울산지부는 12일 오전 11시 현 시행규칙안의 독소조항을 수정하고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교육감 직고용을 시행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합니다. 또한, 13일 오전 11시에는 교육감과 면담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울산시 교육청 건물 위엔 '희망과 감동을 주는 행복 울산교육'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습니다. 말로만 그런 교육행정을 펼칠 것이 아니라 교육감 직고용부터 올바르게 시행하여서 고용불안과 차별에 떠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희망과 감동을 주는 울산 교육청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교육공무직도 울산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원 만큼이나 또, 울산에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 만큼이나 행복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현 교육감이신 김복만 교육감님께 마음으로 의뢰해 봅니다.

참고로 저는 학교 일용직 시설관리자로 일하고 있는데, 이번 교육감 직고용 조례안에 보니 무기계약 예외직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지요. 이번 조례안에 의하면, 제 자리에 정규직이 발령나면 저는 언제든지 일자리 내놓고 나와야 하더라고요.


태그:#울산시 교육청, #김복만 교육감, #학비노조, #울산지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