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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지은이 남청┃펴낸곳 자유로운상상┃2013.07.20┃1만 4800원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지은이 남청┃펴낸곳 자유로운상상┃2013.07.20┃1만 4800원
ⓒ 자유로운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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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철학'이란 말에는 심오한 뭔가가 있어 보이지만 여전히 어렵게만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랬나 봅니다. 풋내기 대학생이던 30여 년 전, 미팅자리가 마련되면 '금속공학'을 전공하는 공학도라는 말 대신 '철학'을 전공하는 철학도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금속공학에서 주로 공부하는 철학(鐵學)과 철학(哲學)이 동음임을 이용한 기발한(?) 자기소개, 풋내기 대학생들의 장난쯤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굳이 금속공학을 전공하는 공학도라고 자신을 소개하지 않고 철학도(鐵學徒)라고 소개 한 것은 전공에 대한 편견을 회피하고자 했던 피해의식에서 기인한 시대적 자화상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지금도 그런 편견이 잔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는 공대생들을 '공돌'이라고 했습니다. 반면에 철학(哲學)을 공부한다고 하면 심오한 뭔가를 공부하는 사람,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는 고뇌 가득한 학자의 모습으로 연상되던 시대였기에 그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교양과목 시간에 듣는 철학은 어려웠습니다. 교단에서는 교수님이 열변을 토하며 열강을 하고 계시지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생소한 용어, 알듯말듯 한 철학자들 이름과 시대적 배경, 선뜻 이해되지 않는 말들만 지속되니 지루하고 아리송하기만 한 시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철학이 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습니다.    

철학은 나에게만 어렵고, 재미없고, 딱딱하고, 아리송한 과목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던 대부분 친구들이 다들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철학은 정말 어렵고, 재미없고, 딱딱하고, 아리송한 과목이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을 왜 어렵고, 재미없고, 딱딱하고, 아리송한 과목이라고 생각할까요?

현직 철학과 교수가 쉽게 풀어 펼치는 철학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남청 지음, 자유로운상상 펴냄)>에서 그 답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철학을 어렵고,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책에서는 철학 자체가 어려운 것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철학을 처음으로 소개한 60~70년대 철학자들에게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쉬 읽을 수 없도록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고, 가능한 한 어렵게 서술하는 것이 책의 권위를 높이는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어렵고 쉬 이해되지 않는 책들을 만들어 철학을 도입한데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본문에 앞선 Prologue를 통해 철학이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이유를 이와 같이 설명하며 독자들의 관심과 일치하는 내용을 쉽고 평이하게 풀어 쓰고,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예화를 삽입한 이 책을 통해 '철학도 쉽고 재미있는 학문이구나',' 철학책도 부담 없이 읽을 만하구나'하는 반응을 기대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어지는 설명, 철학은 무엇이고 철학은 어떻게 이어졌는가를 설명하는 글들이 편안한 발걸음으로 내딛으며 걸을 수 있는 숲 그늘 길처럼 평탄하게 펼쳐집니다. 시나브로 철학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고, 철학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스스로가 철학자가 되어가는 방법을 알아가게 됩니다. 심오한 뭔가가 있어 쉬 다가서지 못할 것만 같았던 철학자가 되는 게 난공불락의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심감하며, 철학이 흘러온 역사적 흐름을 알게 됨으로 철학의 실체에 한걸음 성큼 다가서게 됩니다.

세계사적인 인물들의 운명을 주목할 때 그것은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었고 그들의 전 생애는 힘겨운 수고와 노고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적이 이루어졌을 무렵에는 그들은 열매 없는 껍질처럼 시들어 떨어집니다. 그들은 알렉산더처럼 요절하거나 카이사르처럼 살해되거나 아니면 나폴레옹처럼 고독한 무인도에 유배됩니다.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 153쪽-

우리가 역사를 통해 탐구하고 이해하려는 과거는 결코 과거 자체 만으로서의 과거도 아니며 그렇다고 현재에 예속된 과거도 아닙니다. 마치 현재가 과거를 통한 현재이듯이 과거도 현재를 통한 과거입니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듯이 현재를 통해 과거를 배워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 181쪽-

창조가 성공해야 할 이유, 실패하면 힘에 의해 대중 통치하려는 지배자 돼

선입견, 스스로 어렵고, 재미없고, 딱딱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학문적 굴레를 벗어버리고 읽는 철학은 그동안에 즐겨 읽었던 여느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전에서 읽고 경전에서 읽었던 내용들처럼 고개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진리입니다.

정의, 행복, 역사, 도덕과 윤리, 실존적 문제 등을 철학적 관점, 역대 철학자들의 주장이나 설명을 빌어 조명하고 있으나 결코 무겁지 않습니다. 군데군데 곁들여진 예화는 이해를 돕고 재미까지 더해주고 있어 그동안 딱딱할 것이라고만 생각하였던 철학에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게 이끌어 줍니다.     

산모퉁이에 가려 반듯하게만 보이던 길도 높은 산에 올라서 바라보면 실은 구불구불한 길 중 한부분에 불과 할 수도 있고, 당장은 맛나기만 하던 음식도 시간이 지나며 독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 행복, 정의, 출세, 관계…. 등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문명이 붕괴하는 주된 원인은 이러한 외적 요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소수자의 창조력 상실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사회를 이끌어가던 지도자가 창조력을 상실할 때 대중은 더 이상 그들의 지도자를 따르지 않게 됩니다. 이 경우 리더십을 상실한 창조적 소수자는 힘에 의해 대중을 통치하려는 '지배적 소수자dominant minority'로 전락하고 맙니다.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 188쪽-

미국의 백만장자 록펠러에게 누가 묻기를 "사람은 돈을 얼마나 가지면 만족하게 됩니까?" 이 때 록펠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자기가 현재 가진 것보다 조금 더 가지면 만족하게 됩니다."

인간의 욕망은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갖기를 원하고, 또 조금 더 가지면 그 순간은 만족하지만 거기에 또 조금 더 갖기를 원하고… 이와 같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엇다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 287쪽-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지만 서예 시간에 영(永)자로 붓글씨 연습을 했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글자지만 길게 내려 써야 할 부분이 반듯하게 그어지지 않고 삐뚤삐뚤하게 써 졌습니다. 두 눈의 초점을 붓 끝에 맞추고, 손목에 힘을 줘가며 반복해 연습을 봐도 여전히 삐뚤삐뚤하게만 써졌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서예 선생님께서 전해 주신 비법(?)은 붓끝을 보지 말고 붓으로 내려 그으려고 하는 끝부분을 멀찌감치 보고 한 번에 내려 그으면 반듯하게 그려질 거라는 말씀이셨고, 정말 그렇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읽는 세상사가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당장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눈속임이 될 정치나 정책일수도 있고, 당장은 죽을 만치 불행하다고 생각되지만 좀 더 철학적 안목으로 들여다보는 자신은 행복한 주인공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와 함께하는 철학 시간은 무엇을 경계해야하고 무엇을 인식해야 하는 가를 가볍지만 깊고, 냉철하지만 따뜻하고, 두루뭉술하지만 명료하게 판단할 수 있는 깊은 사고와 지식을 살찌우는 산책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는 쌀밥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철학, 인생을 달콤하게 되뇌어 줄 침샘같은 철학을 무겁지 않게 새길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지은이 남청┃펴낸곳 자유로운상상┃2013.07.20┃1만 4800원



철학 무게를 벗다 - 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남청 지음, 자유로운상상(2013)


태그:#끊임없는 지식의 유혹 철학 무게를 벗다, #남청, #자유로운 상상, #철학, #배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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