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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2011년 5월 5일(현지시각) 9.11 테러로 붕괴한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2011년 5월 5일(현지시각) 9.11 테러로 붕괴한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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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DC 국방대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알 카에다는 패배의 길에 들어섰다. 그들 자신을 알 카에다라고 이름 붙이는 모든 암살자들을 다 모아도 미국에게 위협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8월 4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부는 알 카에다의 테러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에 있는 20여 개국 대사관과 영사관의 문을 닫았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 등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중대한 위협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고, 미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색스비 챔블리스는 N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이를 "9·11 테러 이후 최근 수년간 본 것 가운데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미 정부는 6일 알 카에다 공격 위험이 높은 예멘에 주재하는 대사관 직원들을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철수시키는가 하면, 예멘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즉각 예멘을 떠날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예멘의 안보 위협 등급은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 역시 예멘 주재 영국 대사관 직원을 철수 시켰다. 

6일 CNN, <뉴욕 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주 미 정보기관이 입수한 알 카에다 최고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와 알 카에다 예멘지부 수장 나시르 알 우하이시의 교신 내용 때문으로 밝혀졌다. 자와히리는 우하이시에게 "이르면 4일 공격을 실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에 미국과 예멘 당국은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고,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알 카에다가 도망치고 있다고? 말도 안 돼"

CNN이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테러 공격 내용이 포함돼있는 알카에다 지도부 교신 내용을 입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CNN이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테러 공격 내용이 포함돼있는 알카에다 지도부 교신 내용을 입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 CNN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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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알 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로, '테러와의 전쟁'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같은 해 7월, 새로 임명된 레온 파네타 국방장관은 "알 카에다를 거의 무찔렀다"고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알 카에다는 내가 백악관에 들어오기 전보다 훨씬 더 약해졌다"고 강조했다.

<USA 투데이>, <맥클라치> 등 미국 언론들은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미 정부의 알 카에다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꼬집었다. 대테러 전문가인 다비드 가르텐스타인 로스는 <맥클라치>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행동은 지금까지 정부가 알 카에다의 힘에 대해 묘사해온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관료들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단체들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면서 그들이 "도망치고 있다"고 표현했다고 <맥클라치>는 전했다.

'전문가들, '알 카에다가 도망치고 있다고? 말도 안 돼'' <USA 투데이> 기사 제목이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독일 마샬 펀드의 분석가 하산 음나임네는 "지난 10년간, 미국을 상대하면서 알 카에다는 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중앙집중적인 조직에서 지역 활동가 조직으로 조직이 재구성됐고, 이러한 지역 활동가 조직들이 서로 연결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음나임네의 설명이다.

미국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알 카에다의 핵심 지도자들에 주목할 때, 알 카에다의 조직들은 북아프리카, 동유럽, 시나이, 예멘 그리고 이라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이 파키스탄에서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드론(무인공격기) 공격을 하는 동안, 새로운 지도자들이 탄생했고 핵심 조직은 점차 회복됐다. 음나임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성공한 것은 알 카에다 조직의 하나의 모델을 무찌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조직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다." 

미국이 '핵심지도자'에 집중하는 동안 활동 영역·능력 확대 

지역 조직에 기반을 둔 알 카에다는 여전히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전략연구센터의 후안 사라떼는 "우리는 테러리스트 위협의 또 다른 챕터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와 함께 몇 년을 더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라떼는 오바마 정부가 알 카에다 지도자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전쟁을 치른 것을 인정하면서도, 주요 미군 부대를 남겨두지 않고 이라크에서 철수한 것,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완전한 철수를 계획하는 것, 시리아에서 두드러지는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 등은 "근시안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이들 나라에 향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USA 투데이>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알 카에다의 활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UN에 따르면, 지난 7월에만 이라크에서 1000명이 사망했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큰 규모다. 대부분의 공격은 수니파 무슬림이 이끄는 알 카에다가 그들이 '변절자'라고 부르는 시아파를 향한 것이었다.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 맞서 싸우는 알 카에다 연계 전투부대는 알 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 자와히리에게 직접적으로 보고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알제리에서 수년간 계속된 알 카에다 테러 공격은 리비아로 뻗어나갔고, 말리와 니제르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11일, 알 카에다 연계 무장세력이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 영사관을 공격해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지기도 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프레드릭 W. 케이건은 "알 카에다 연계 집단은 2009년부터 이라크, 시리아, 예멘 그리고 서아프리카에서 급격하게 그들의 활동 영역과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지금 당장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고 있고, 몇몇은 그들이 미국을 공격하리라는 것을 부정하지만 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맥클라치> 역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알 카에다의 극단주의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확산되고 있고 새로운 활동 영역을 찾고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알 카에다를 마치 냉전처럼, 수십 년이 걸리는 전쟁을 할 수 있는 위협으로 봐야 한다"는 국제안보정책센터 세스 G. 존스의 조언을 전했다.  


태그:#알카에다, #테러, #미국,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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