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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보탑이 마주보고 서서 청량사를 지키고 있다
▲ 청량사 소나무와 보탑이 마주보고 서서 청량사를 지키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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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경북 봉화군 청량산을 찾았다. 산 이름만 들어도 무더위를 날려버릴 것 같다. 퇴계 이황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즐겨 찾던 곳이라 호기심이 생긴다. 과연 이름 그대로 맑고 시원한 곳일까? 차에 시동을 걸고 청량산으로 향했다. 안동에서 봉화로 가는 길에 이르자 도산서원이 길을 가로 막는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도산서원으로 들어섰다. 퇴계선생이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도산서당과 제자들이 세운 도산서원으로 아주 풍광이 뛰어난 곳이라는 기억 때문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서원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비포장의 흙길이라서 훨씬 정겹고 산책하기 좋다. 몇 굽이를 돌아서자 도산서원 앞으로 시원하게 강물이 흐르고 초록의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강 건너에는 높은 둑 위에 세워진 정각이 시선을 잡아끈다. 이곳은 도산서원에서 과거시험이 있었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시사단이라 한다. 안동댐으로 수몰될 것을 우려하여 둑을 높이 쌓아 만들었다고 한다.

도산서원에 이르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당에 큰 그늘을 만들어 놓고 오는 이를 반갑게 맞고 있다. 서원은 산자락에 여느 마을처럼 포근히 들어 서 있다.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마당에서 도산서원을 바라보니 명당이 따로 없다. 뒤로는 병풍같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으로는 맑은 강물이 쉼 없이 흐르며 넓은 풍요의 들판이 펼쳐 있으니 그야말로 풍수의 걸작이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마음에 평화를 얻어 학문에 정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이 직접 거주하며 후학을 가르치던 곳으로 한석봉이 직접 쓴 도산서원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청량산을 돌아 흐르는  예안강
▲ 예안강 청량산을 돌아 흐르는 예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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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계곡을 흐르는 물
▲ 청량산 청량산 계곡을 흐르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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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을 나와 청량산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퇴계로를 지나자 낙동강 지류인 예안강이 시원한 모습을 드러내며 여행길을 즐겁게 한다. 길을 역류하며 거침없이 흘러가는 강물은 푸르고 맑아 청량감을 더해준다. 주변의 산세도 제법 높아 강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 되고 누구라도 이 길을 걷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그만 풍덩 빠지고 말 것 같다

예안강을 따라 봉화로 올라가자 청량산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기다리고 있다. 그 주변에는 청량산 박물관과 음식점 그리고 래프팅하는 곳이 들어서 있고  강 건너에는 학소대라는 병풍바위가 강물로 쏟아질듯 솟아 절벽을 이루고 있다. 그 절벽으로 폭포라도 쏟아지면 가히 장관을 이룰 것 같다. 강가에는 캠핑족들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 있는데 예안강은 벌써부터 낚시꾼들의 은어 낚시로 야단스럽다.

다리를 건너 청량산으로 들어섰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 산세로 인하여 계곡에 갇힌 느낌이다. 간간히 민박집과 식당이 자리하고 있고 청량사로 올라가는 곳에 넓은 주차장과 정자가 있다. 청량사로 오르는 길을 먼데까지 살펴보니 제법 가파르다. 청량산 안내도를 살펴보았다. 청량사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고 12개 봉우리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청량산 입구에서 바라본 풍경과 전혀 딴판으로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지은 것으로 되어 있는 청량사는 큰 절은 아니지만 그림의 위치로 보아 분명 명당에 지어진 것처럼 보인다.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는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어찌나 가파른지 자동차도 오르기 버거울 만큼 급경사다.

산사로 향하는 길을 따라 연등이 주마등처럼 걸려 있고 산새들이 길을 따라 안내를 한다. 정겨운 매미소리도 들리고 졸졸 흐르는 계곡물도 친구가 되어 산길을 열어 준다. 한참을 올랐는데도 산사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땀방울이 이마에 쉼 없이 흐르고 숨이 거칠어져 잠시 쉬어갈까 하는데 보살님들이 줄지어 내려온다. 그 뒤를 올려다보니 절 지붕이 살포시 내밀고 나를 훔쳐보고 있다.

시멘트길이 끝나고 나무계단을 오르자 청량사 입구에서 약수가 반갑게 맞이한다. 어찌나 반가운지 얼른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 마셔보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가파른 산길이 만들어 준 물맛이 끝내준다.

청량사 대웅전 앞에 보탑이 하늘로 솟아 있다
▲ 보탑 청량사 대웅전 앞에 보탑이 하늘로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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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에 위치한 청량사 전경
▲ 청량사 전경 청량산에 위치한 청량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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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자리한 청량사, 금세 떨어질듯 한 기이한 바위 봉우리를 머리에 이고 가파른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찻집을 지나 대웅전에 올라서자 풍경이 확 달라진다. 벼랑에 세워진 높은 보탑이 하늘아래 높이 솟아 있고, 커다란 소나무가 대웅전 아래에 서 있는데 스님은 그곳에 앉아 산사를 찾아온 손님과 정다운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가파른 산자락에 절묘하게  들어앉은 곳에 청량사가 포근히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어느 절에서 느낄 수 없는 절경이다. 좌우로 바위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멀리 산등성이가 낮게 수평선처럼 펼쳐져 있어 무안한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청량사를 둘러보고 최고봉인 장인봉(870m)을 향해 일어섰다. 처음에는 편안한 산길인가 싶더니 가파른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계곡엔 물도 흐르지 않는다. 금세 산등성이가 나타날 것 같은데 쉬이 열어 주지 않는다. 산위로 올라 갈수록 나뭇잎이 더 푸르고 싱싱하다. 바위에 앉아 산속을 바라보았다. 다람쥐 한 마리가 눈을 마주친다. 정상이 아직 멀었냐고 물었더니 못 들은 척 종종걸음으로 사라지고 만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산속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자소봉과 하늘다리로 갈라지는 뒷실 고갯마루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하늘다리로 방향을 틀었다.

나무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난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갔다. 탁 트인 산 아래 풍경이 펼쳐지며 연적봉과 자란봉을 이은 구름다리가 놓여져 있다. 안내판에서 보았던 하늘다리(98m)다. 해발 800m이상에 놓여 진 우리나라 최고 긴 산악다리라고 한다. 하늘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청량산 풍경이 참으로 시원스럽다. 절벽에 서 있는 조마조마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온다. 마음 놓고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볼 수 없지만 남쪽으로는 산등성이에 쌓은 기다란 석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북으로는 몇 집 안 되는 파란 지붕의 산간 마을이 보인다.

장인봉으로 가는길에 놓여진 구름다리
▲ 하늘다리 장인봉으로 가는길에 놓여진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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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다리를 건너 장인봉(870m)으로 향했다.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바위 봉우리로 이어진 산등성이 길이 쉽지 않다. 장인봉은 깍아지른 절벽 위에 솟아 있는 봉우리로 청량산의 최고봉이다. 이곳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은 엄숙한 느낌마저 든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 청량산은 시원한 산바람도 좋지만 절벽의 봉우리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과 엄숙함이 색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청량산에는 붓을 뽑은 듯한 모습의 탁필봉을 비롯해 12개의 봉우리와 금탑봉 오른쪽에 있는 절벽으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어풍대 등 12개의 대, 그리고 8개의 굴과 4개의 약수터가 있어 여느 산 못지 않은 풍광을 자랑한다. 그리고 산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둘러 볼 수 있는 다양한 산행코스가 있고, 마음 좋은 아저씨가 사는 산꾼의 집이 있어 차 한 잔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 청량산은 풍류와 여유가 넘치는 정겨운 산으로 무더위를 한방에 날릴 수 있는 최고의 피서지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 청량산 내에는 민박집과 팬션 2곳 정도 있습니다.



태그:#청량산, #도산서원, #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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