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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립하기 위해 사전심사를 청구한 일본 파친코 재벌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오카다홀딩스 자회사)와 중국·미국계 자본 합작사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 코리아)에 모두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 후 인천시·인천도시공사·인천경제 자유구역청 등은 '부적합 판정은 부당하다' '카지노사업은 창조경제의 아이콘이다' '인천경제가 뿌리째 흔들린다'며 한목소리로 인천에 카지노 사업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카지노와 연계한 복합레저산업으로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겠다며 카지노 유치에 안간힘을 썼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직접 카지노 유치의 필요성을 브리핑했다. 또한 문광부가 부적합 결정을 내린 뒤 열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로 일자리 만들려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쯤 되면 경제자유구역 내 카지노 사업은 인천에 장밋빛 미래를 안겨줄 메시아와 같은 존재다. 정말 카지노 사업이 인천경제를 구원할 메시아이기 때문일까.

인천시가 카지노사업 유치를 통해 복합레저 산업을 활성화 하겠다는 게 소위 미단시티개발사업이다. 미단시티개발사업지구는 영종대교를 건너 오른쪽(사진 오른쪽 상단)으로 중구 운북동이다. 영종도 내 카지노는 이곳 말고 네군데가 더 있다.
▲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시가 카지노사업 유치를 통해 복합레저 산업을 활성화 하겠다는 게 소위 미단시티개발사업이다. 미단시티개발사업지구는 영종대교를 건너 오른쪽(사진 오른쪽 상단)으로 중구 운북동이다. 영종도 내 카지노는 이곳 말고 네군데가 더 있다.
ⓒ 출처.인천경제자유구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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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을 안고 있다"는 송영길 시장

인천도시공사와 경제자유구역 영종지 구 내 운북복합레저단지 개발 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 미단시티개발주식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인천시가 왜 그토록 카지노 사업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2012년 12월 31일 기준 인천도시공사 의 자산은 약 10조1519억 원이며, 부채는 약 7조9271억 원이다. 이 부채 가운데 만 기가 도래해 올해 연말까지 갚아야하는 유동부채가 3조9576억 원이며, 그 중에서 악성인 유동성장기부채만 2조6813억 원이다.

유동부채의 내역을 보면, 검단신도시 사업을 위해 발행한 사채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가 1조2372억 원이며, 검단 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사업의 토지보상 채권 중 7505억 원이 만기가 도래했고, 금융권에서 빌려 쓴 장기차입금 중 6935억 원도 만기가 도래했다.

인천도시공사의 재무상황은 구월동 보금자리주택 분양 이후 이렇다 할 매매 실적이 없어 스스로 긴축재정에 돌입할 정도로 좋지 않다. 부동산 경기에 광풍이 불지 않는 이상 인천도시공사가 부채를 해결할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유동부채 3조9576억 원을 갚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 여기에 숨어있는 부채가 더 있다. 우발성 채무라 재무제표에는 계상되지 않았지만,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나 다름없는 미단시티개발㈜의 유동부채다.

미단시티개발㈜의 전체 부채는 8826억 원으로 이중 올해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8737억 원이다. 이 유동부채 중 약 7970억 원이 인천도시공사와 직접 연결돼 있다.

7970억 원 중 1120억 원은 미단시티개발㈜가 인천도시공사에 지급해야할 토지대금 어음이고, 나머지 6850억 원은 미단시티개발㈜가 인천도시공사의 지급보증을 토대로 은행에서 두 번에 걸쳐 차입한 돈이다. 즉, 미단시티개발㈜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 7970억 원을 해결하지 못하고 부도 처리되면 이 금액 이 고스란히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천도시공사와 인천시는 미단시티개발㈜가 추진했던 카지노 사업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알고 있 는 송 시장은 지난 7월 25일 열린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제 위원 위촉식에서 "폭탄을 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돈 없는 미단시티개발, 인천도시공사가 지급보증

인천도시공사는 미단시티개발㈜(당시 리포인천개발㈜)와 2007년 6월 중구 운북동(영종도) 1271번지 일원 56만 평에 대해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가는 조성원가의 120%를 적용한 6700억 원이었다.

특수목적법인 미단시티개발㈜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인천도시공사가 지급 보증을 해줬고, 미단시티개발㈜는 외환은행 등 11개 대주단으로부터 5369억 원을 빌려 일부는 땅값으로 지불하고, 일부는 운영비로 사용했다.

미단시티개발㈜는 빌린 돈 5369억 원 중 3427억 원을 갚아 현재 1942억 원이 남아 있다. 이에 외환은행 등 11개 대주단은 인천도시공사에서 미단시티개발㈜로 소유권이 이전된 14개 필지 6만8000평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 땅은 핵심상업지구에 속한다.

미단시티개발㈜는 자금줄이 마르자 2011년 12월 NH농협증권을 통해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를 발행해 5243억 원을 마련했다. 이때도 인천도시공사가 지급보증을 해줬다. 이 어음의 만기는 올해다. 미단시티개발㈜는 이 돈으로 기존 대출금의 일부와 인천도시공사의 땅값을 갚았다.

지급보증 내용은, 미단시티개발㈜가 5243억 원을 갚지 못하면 인천시가 환매한다는 것이다. 즉, 인천도시공사가 미단시티개발㈜로부터 받은 땅값을 환불하고 땅을 매입한다는 얘기다.

현재 미단시티개발㈜는 땅값 6700억 원 중 6400억 원을 인천도시공사에 지불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1120억 원은 올해 만기인 어음으로 결제한 것이다. 사실상 인천도시공사가 지급보증을 해준 돈으로 땅값을 지불한 셈이다.

인천도시공사, 송도컨벤시아로 유동성 확보 나서

미단시티개발㈜는 한국가스공사(3000평)와 종교단체(200평)에 분양한 땅을 제외하고는 분양 실적이 없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기대를 모았던 리포앤시저스의 카지노사업 사전심사조차 문광부로부터 부적합 결정을 받아, 미단시티개발㈜는 더욱 난관에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단시티 지역에 카지노 사업을 유치하는 것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 해당 카지노 사업자는 미단시티개발㈜의 대주주인 리포앤시저스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와 인천 정가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결국 이 상태로 가면 최악의 경우 미단시티개발㈜가 부도를 맞이할 수 있다. 인천도시공사도 이에 대비해 긴축 재정을 하고 있고, 인천도시공사 내부에서는 인천시 소유의 송도컨벤시아를 인천도시공사 자산으로 편입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미단시티개발㈜가 부도를 맞으면 인천도시공사는 미단시티개발㈜로부터 받은 땅값 6400억 원 중 어음 1120억 원을 제외한 5280억 원을 미단시티개발㈜에 돌려주고, 전체 56만평 중 미단시티개발㈜가 한국가스공사와 종교단체에 분양한 3200평과 외환은행 등 1차 대주단에 담보로 잡혀있는 6만8000평을 제외한 땅을 돌려받게 된다.

인천도시공사 또는 다음 카지노 복합사업 개발 시행사가 외환은행 등 1차 대주단이 근저당을 설정해 놓은 핵심상업지구 6만8000평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1차 대주단에 1942억 원을 주고 매입해야만 한다. 인천도시공사가 송도컨벤시아를 자산에 편입하려는 이유는 유동성 확보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인천도시공사 유동부채만으로 버티기가 버겁고 미단시티개발㈜까지 연결돼있지만 딱히 유동성을 확보할 길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자산을 늘리면 공사채 발행비율을 낮출 수 있어, 추가 채권 발행이 가능해진다.

인천도시공사 내부 분위기는 푹 가라앉아 있다는 평이다. 열심히 일하면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일을 해도 늘어가는 것은 빚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인천도시공사가 벌여놓은 검단신도시·검단산업단지·영종하늘도시·도화지구·청라지구·운북지구 사업 어디에서도 좋은 소식이 없다. 부동산 광풍이 불지 않는 한 인천도시공사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경제자유구역, #송영길, #카지노, #미단시티, #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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