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8년 6월 19일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 모습.
 2008년 6월 19일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들도 한때는 '영혼 있는 공무원'이었다.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아래 4대강 조사위)가 30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 4대강 관련 대외비 문서와 감사원 자료에 나온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이야기다. 처음에는 '경제성이 없다, 현재 계획으로 충분하다'던 국토부는 점점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살폈고, 마침내 4대강을 '대운하'로 만들었다.

2008년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 기자회견에서 약속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그해 12월 2일 국토부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제출할 '4대강 정비방안(균형위 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홍수 대비를 위해 2.2억㎥ 규모로 준설을 하고, 수심은 2~3m를 유지하기 위해 경북 구미시와 칠곡군 왜관, 충남 공주시, 전남 나주시에 각각 소형보를 하나씩 세운다는 내용이었다.

MB "대운하 안 한다"고 했지만... "수심 6m" 계속 지시

 민주당 4대강 조사위가 30일 공개한 국토부 대외비 문서와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2008~2009년 경제성과 사업 효과를 이유로 최소 수심 2.5m 등을 주장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가 거듭되자 결국 대운하 사업의 내용을 상당부분 반영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균형위에 제출할 보고서에 '(사업목적이) 이상기후 대비'임을 강조하고, 수심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을 반영해 보고서를 재작성한 뒤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현재로선 수심 5~6m 확보 방안을 포함하는 것이 불합리하므로 마스터플랜 수립 때 검토하는 방안을 대통령실과 협의'하기로 한 뒤 균형위에 4대강 사업 계획을 냈다.

이듬해 2월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들어졌다. 기획단은 2월 8일 정종환 당시 국토부 장관에게 균형위안과 유사한 사업계획을 보고하며 "보는 다목적댐과 달리 연중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준설·보 설치로는 수자원 확보 효과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다음날 대통령실은 국토부에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 있으므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대운하 설계 자료를 검토해 4대강 사업에 필요한 부분은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획단은 대운하 설계팀과 최소 수심 6m 확보 등을 논의했지만 2월 16일 대통령에게 "기획단 안(낙동강 하구~구미 구간 최소 수심 2.5m)으로도 향후 어려움 없이 운하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 정도 수심이라면 홍수위는 1~2m 낮아지고, 하천 저수량은 3.2억㎥ 더 확보할 수 있기에 홍수나 물 부족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수심을 6m로 해 홍수위를 1~3m 낮추고, 저수량을 5억㎥ 더 확보한다는 대운하 안대로 추진할 경우 "과잉 투자한다는 비판 제기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계획이었을까. 그는 다시 "최소 수심은 3~4m 수준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기획단은 낙동강 하구~구미 구간 최소 수심 4m를 확보하고, 보의 개수를 5개에서 13개로 늘린 계획을 마련, 2009년 4월 8일 대통령에게 중간보고를 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요청한 '구미~상주 구간 수심 4m'는 "검토 결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경제성 떨어진다' 보고에도 "계획 재수립하라"... 최종 최소 수심 6m로

 민주당 4대강 조사위가 30일 공개한 국토부 대외비 문서와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대운하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위 표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4대강 살리기 기획단 등이 당초 내놓았던 4대강 사업 계획과 대운하 안, 4대강 마스터플랜을 비교한 내용이다.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계획을 수립하라."

국토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서 중간보고 때 대통령에게 이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실무자도 "구미~상주 구간에 최소 수심 4m를 확보하도록 준설하라는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털어놨다.

청와대 요구는 아직 남아 있었다. 2009년 4월 17일 권도엽 당시 국토부 1차관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은 "물그릇을 4.8억㎥에서 8억㎥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 구간의 최소 수심이 6m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4대강 마스터플랜 용역팀 관계자는 감사원에 "수자원을 8억㎥ 확보하려면 낙동강을 추가 준설할 수밖에 없어 낙동강 하구~구미 구간은 최소 수심 6m로 준설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8억㎥'란 숫자의 출처는 국토부도, 대통령실도 아닌 '한반도대운하연구회'였다. 대운하 사업의 틀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이 연구회 장석효 회장(현 한국도로공사사장)은 "2007년 검토해보니, 운하를 추진하면 수자원 8억㎥를 추가 확보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진술했다.

국토부는 이명박 대통령 지시를 충실히 반영했다. 그 결과 2009년 6월 8일 총사업비 18조 3000억 원(환경부 수질개선사업비 제외)을 들여 낙동강 하구~구미 구간 최소 수심을 6m로 만들고, 5.7억㎥를 준설하며 중·대형 보 16개를 세우겠다는 내용이 담긴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세상에 나왔다.

6월 말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연설에서 "4대강 살리기가 이름만 바꾼 대운하 사업 아니냐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4대강은 언제든 대운하로 변할 수 있는 준비 단계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3차 감사에서 2009년 10월 국토부가 5개 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 등과 회의에서 '보는 장래 갑문 설치를 감안하여 계획하라'고 전달한 내용도 확인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사업진행단계·증거 따라 달라진 것"
민주당 "정치감사·코드감사 논란, 감사원이 자초했다"
지난 10일 감사원은 "4대강 마스터플랜은 향후 대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수립됐다"며 그 목적이 한반도 대운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는 문제없다'던 2010년 1차 감사와 크게 다른 결과를 연이어 내놓는 감사원을 두고 '정치 감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감사원은 민주당 4대강 조사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동일한 대규모 국책사업이어도 사업진행단계, 감사 중점, 확보된 증거 및 관련자 진술에 따라 감사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적극 해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1차 감사의 중점사항은 예산 낭비와 비효율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업 계획과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당시 감사 결과에는 시설 규모나 준설 계획의 비효율성을 꼬집은 것 외에는 별다른 지적사항이 없었다.

이유는 '검토 기준의 부재'였다. 감사원은 "당시 4대강 사업의 예산 낭비, 부실 요인 제거에 중점을 뒀고 물 부족량의 적정성도 검토하려 했으나 물 부족량을 산정하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정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검토 기준을 확정할 수 없었다"며 "불합리한 준설계획을 지적할 여건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설계조차 완료되지 않았고, 수질관리분야는 감사대상이 아닌 것 또한 보의 안전과 수질 문제를 검토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했다.

2차 감사에서 처음으로 보의 안전성 문제와 수질 악화를 지적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감사원은 4대강 사업 종료 단계에서 보 누수, 세굴 등 부실시공과 수질오염 문제가 계속 제기돼 시설물 품질과 수질 등을 주로 점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불합리한 준설 계획을 수립한 원인과 배경을 확인하려고 노력했으나 국토부의 자료 비협조와 관련자 진술 미확보 등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앞선 감사와 달리 2013년 1~3월 진행한 3차 감사에선 관련자 진술을 확인하고 충분한 자료를 확보해 "4대강 사업이 이상기후 대비뿐만 아니라 추후 운하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특히 국토부 직원들의 사무용 컴퓨터 일부를 제출받아 분석하는 과정에서 국토부 공식 문서로 등록되지 않고 비밀파일형태로 보관되어 있던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4대강 조사위 간사인 박수현 의원은 "감사원이 1·2차 감사 때 자료 확보는 못했어도 충분히 정황을 알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럼 (국토부 직원) 컴퓨터를 이전에는 보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 변명에 궁색한 면이 있다, 의지만 있었다면 1·2차 감사 때 (수질·준설·대운하와 연계성 등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다"며 "감사원이 '정치감사', '코드감사'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4대강
댓글6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