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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대단하다. 그 대단함은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꾸어내는 항쟁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이번 일도 현 정권이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다면 큰 항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인 백남해(요한보스코) 신부가 한 말이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천주교 마산교구 사제 77명은 지난 7월 29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했다.

사제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최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불법개입과 공작정치, 그것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일련의 일들에 대해, 사제들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악"이라고 지적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백남해 신부.
 천주교 마산교구 백남해 신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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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양심과 경고를 담아 박근혜정부에 촉구한다'고 한 사제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사제들이 시국선언한 것은 부산교구 사제들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이며, 조만간 광주·인천교구 소속 사제들도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시국선언 등을 상당수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백남해 신부는 "대부분 언론들은 지난 대선 때 국정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기 때문에, 자신들의 죄상이 드러날까봐, 또한 그 연장선에서 왜곡과 피하기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국선언 뒤 찬성과 지지 밝힌 사람 많아"

다음은 백남해 신부와 30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시국선언 추진은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지?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중심의 신부들이 모여서 깊은 고민과 토론을 한 결과와 앞선 부산교구 사제들의 시국선언에 함께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선언하게 되었다."

- 시국선언 참여자를 모집할 때 반응은 어떠했는지?
"모두들 시의적절하다는 반응이었다. 꼭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말을 한다는 말씀들을 주셨다. 참여하지 않는다는 분은 안 계셨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여 모든 신부들께 다 여쭙지 못한 점은 아쉽다. 특히나 몇몇 분은 뒤늦게 시국선언에 대하여 아시고 함께 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아쉬워 하기도 하셨다."

- 천주교 마산교구 소속 신부들의 시국선언은 얼마 만에 이루어진 것인지?
"다른 여러 사안에 대하여(진주의료원 문제라든지, 밀양 송전탑 문제 등) 정평위 차원에서 성명서 발표를 한 적은 있으나, 대부분 사제가 한 마음으로 시국선언을 한 것은 1995년도 국가보안법 철폐 이후 처음으로 기억한다."

- 혹시 시국선언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교회 관계자 신자 등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설득했는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시간이 촉박하여 전체 신부나 신자들의 의견을 듣지는 못하였기에 반대하는 분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선언이 발표된 이후 예전 같이 않게 반대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고 찬성과 지지의 뜻을 밝혀오는 분들이 많았다. 예전의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게 직접적으로 욕설을 하는 분도 계셨지만, 이번 사안은 워낙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 현 정권의 실책이 큰지라 반대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웠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사건과 관련해,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소속 사제 77명이 참여한 가운데 29일 오전 양덕성당에서 "숨겨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는 제목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사건과 관련해,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소속 사제 77명이 참여한 가운데 29일 오전 양덕성당에서 "숨겨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는 제목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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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국선언을 진행하면서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안명옥 주교와 상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뒤에 반응은?
"워낙 생각이 깊으시고, 말씀을 아끼시는 분인지라 아직 말씀이 없으시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동의하지 않으실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 천주교 사제들의 시국선언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 보는지?
"제가 듣기로는 천주교 광주교구, 인천교구 등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멀리는 전국 '정평위' 차원의 입장 발표가 있기를 기도 드린다."

- 불교나 기독교 등 다른 종교에 비해 천주교가 유독 시국선언에 적극적이라 보이는데, 왜 그렇다고 보시는지?
"뭐, 다른 종교에 대해 말씀하기가 그렇다. 다만 천주교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세상의 질서와 제도 속에서 올바로 살아가는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는데 좀 더 적극적이지 않나 싶다."

"애초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

- 국가정보원의 지난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을 보고서 느낀 점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 개인이라도 본연의 정신을 벗어나서 월권을 하게 되면, 그 사회나 국가가 바로 서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바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그런 교훈의 전형적 모습이라 여겨진다."

- 국정원 사건이 터진 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는데, 불법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대화록 공개에 대해하고 싶은 말은?
"애초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누구도 꺼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국민에 의해 합법적으로 선출되고, 합법적으로 정상이 만나서, 민족의 염원인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하여 한 일인데 이것이 정쟁의 도구로 쓰였다는 것이 슬프고, 또한 역사의 준엄함을 무시하는 새누리당의 불법적인 행위에 뭔가 강한 일침을 가하여 후세에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 최근 들어 NLL 논란이 뜨거운데, 이 문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NLL이 초기 생겨날 때의 상황을 잘 알고, 그 정신을 잘 새겨서, 남과 북이 서로 공존하고, 통일을 위한 통증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한테 하고 싶은 말은?
"박 대통령께서는 이 일을 너무 오래 끌지 마시고, 내보낼 사람은 내보내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도 세우고, 특유의 고집불통을 이제는 버리고 넒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일을 마무리하여 민생에 힘쓰시기 바란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구현위원장인 백남해 신부.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구현위원장인 백남해 신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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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데,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는지?
"증인 문제 등에 있어, 사실 돌아가는 일들이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못하게 한다.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못한다면 현 정권은 더 큰 저항에 부딪히고, 자칫 식물 정권이 될까 우려된다.

- 시국선언문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정부의 뿌리가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의 연장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보았는지 좀 더 설명한다면?
"결국 사람이나 정권이나 자신이 하는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 아니겠느냐. 박 대통령이 하는 모습은 이전 독재정권 때의 제왕적이고,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으로 똘똘 뭉쳐서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까지 거론하는데,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지?
"그건 좀 심한 것 같다. 앞으로 되어가는 상황을 보면서 해야 할 이야기 같다."

- 국가정보원 사태와 관련해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오전에 종편 채널의 보수 방송국에서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저는 단호히 거절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제가 왜 피하겠느냐.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언론들은 지난 대선 때 국정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기 때문에, 자신들의 죄상이 드러날까봐, 또한 그 연장선에서 왜곡과 피하기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계속 될 것이라 보는지?
"계속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대단하다. 그 대단함은 자신의 권리를 썩히지 않는 적극성에서 드러나고, 그 대단함은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꾸어 내는 항쟁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이번 일도 제대로 현 정권이 사과하지 못한다면 큰 항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씀은?
"보수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어떠하든, <오마이뉴스>는 꿋꿋하게 가실 길을 가시고,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께서는 올바른 뉴스를 먼저 찾아서 보는 깨어있는 지성이기를 바란다. 더운 날 건강 조심하시고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의 바른 모습을 전해주도록 하자."


태그:#백남해 신부, #천주교 마산교구, #국가정보원,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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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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