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모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녀에게 쓴 출산장려 편지들
 부모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녀에게 쓴 출산장려 편지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출산 장려를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편지쓰기를 하는 제도가 있는데요. 심사위원 좀 맡아 주실래요?"
"하필 나를 왜 심사위원으로?"
"글 잘 쓰시잖아요."

지난주 어느 날, 강원도 화천 보건의료원 김현미 주무관이 느닷없이 내게 심사위원을 맡아 달란 부탁을 했다. 이유는 글을 잘 쓰기 때문이란다. 글을 잘 쓴다? 난생 처음 들어본 말이다. 그녀는 여러 명의 심사위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원장(김진백씨)이 '특별히 나를 지목했다'는, 부탁인지 압력인지 모를 말도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덕분에 참 다양한 경험을 해 본다

# 팔자에도 없는 강의도 나갔었다 

지난 봄부터 초여름까지 교원들을 대상으로 6차례에 걸친 '글쓰기와 SNS를 이용한 홍보'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남들 앞에 나서 본 경험이 별로 없었던 내게 100여 명 앞에서의 강의 제안은 '한번 해보자'라는 '오기'가 발동하게 했다. 발단은 강원도교육청 교육담당직원이 지금까지 내가 써 온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강의를 요청한데서 비롯됐다.

'수강생들이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글쓰기나 홍보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일지 모른다. 실수했다가는 자칫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긴장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하나. 고민 끝에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례 중심의 설명을 하는 게 좋을 듯싶었다. 그렇게 두 시간여 동안 강의를 끝냈는데, 수강생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망친 모양이다.

"혹시 두 타임만 강의를 추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강사님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1주일여 기간이 지난 후, 교원수련원담당으로부터 받은 전화 내용이었다. 분명 강의 종료 후 쭉 둘러본 강의실 분위기는 형식적인 박수 외에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강사 자질을 묻는 설문에서 내가 1등을 차지했단다.

"강의할 때 가장 힘들었던 대상이 고위 공직자들과 선생님들이었던 것 같다."

어느 인기강사의 말이 생각났다. "재미있는 이야기였음에도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었고, 리액션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표정의 변화가 없어 당황했다" 던 그의 말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뭘까.

# 나 때문에 탄생한 시민기자도 있다 

화천군 홍보대사 유수란양. 나로인해 <오마이뉴스>시민기자가 된 유일한 사람이다.
 화천군 홍보대사 유수란양. 나로인해 <오마이뉴스>시민기자가 된 유일한 사람이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나 <오마이뉴스>에 기사 올렸어요. 계장님께 처음 자랑하는 거예요." <기사내용 : 음악과 영화, 자연이 함께하는 JIMFF가 온다>

2012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대회에서 '화천홍보대사상'을 받은 유수란(yousl)양이 지난주에 카톡으로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겨울, 산천어축제 홍보를 위해 화천을 찾은 그녀에게 (기사 작성을 위한) 축제체험 소감을 부탁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내게 보낸 글은 온통 축제찬양 일색. 그러나 상황 묘사 기법이나 흡입력 있는 문장구성은 수준급에 가까웠다.

"네가 직접 기사 써 볼래?"
"어떻게 하는 건데요?" 

기사작성 방법에 대한 내 설명 때문은 아니겠지만, '나도 기자 대열에 끼었다'고 은근 자랑이다.

"8월 달, 화천 토마토축제에 가서 진짜 맛깔나는 기사 써볼 생각이에요."  

# 남들이 쓴 글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고? 

지난 4월, <오마이뉴스> 주관으로 2박3일간 오마이스쿨에서 진행된 '오기만44기' 참여를 제외하곤 나는 글 쓰는 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내가 쓴 200여 건이 넘는 <오마이뉴스> 기사는 내 방식대로 쓴 글들이다. 따뜻한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때론 가슴이 먹먹하도록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만사 제쳐두고 찾아간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 나가듯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내 글쓰기 스타일이다. (그런 스타일에 대해선)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런 내게 남들이 쓴 글들을 평가해 달란다.

출산장려, 또 그것을 편지로 옮기자는 구상, 멋지다

김현미 주무관은 시간 날 때 평가를 해 달라며 두툼한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상당수의 원고가 담긴 봉투.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등 국가의 저출산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꼬집은 글도 눈에 띄였다. 어느 한 사람을 정해 높은 점수를 주기엔 모두 흠잡을 데 없는 글들이다.

"모두 만점 줍시다."
"그럼 평가의 의미가 없잖아요."

글쓰기 주제가 '출산장려'다. 그 내용을 자녀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대한 평가를 해 달란다. 그렇게 범위를 좁힌다면 점수를 매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반복해 읽기를 수십 번. 3일 만에 평가를 마쳤다.

왜 아이들에게 편지를 통한 출산장려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었을까. 김현미 주무관에게 물었다.

사진을 보내 달랬더니 증명사진을 보내왔다.
▲ 김현미 주무관 사진을 보내 달랬더니 증명사진을 보내왔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 공모전 기획도 그렇고, 주제도 괜찮은 듯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시부모를 모시지 않겠다는 생각을 넘어 결혼도 거부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과거처럼) 배우자에게 기대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능력을 갖추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사회적 문제 내지는 국가존립 위기로까지 대두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요즘은 어떤가. 이메일과 SNS가 보편화되면서 '손편지'라는 게 없어진 지 오래다. 그만큼 사람 사는 정도 메말라 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왕 시도 하는 것, '자녀에게 쓰는 편지'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었다."

- 심사를 하는 방법이 좀 포괄적이다. 어떤 방향에 맞추는 것이 좋겠나(아직 심사중인 분들을 위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자녀가 많아서 행복한 이야기도 좋고, 국가의 미래와 인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상관없다. 또 결혼이민 자녀를 포용해야 한다는 '다문화도 나의 가족'이란 주제도 중요하게 평가해 달라. 요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면을 당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이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기대했던 것도 있었을 것 같다. 또 앞으로 이 제도의 연속성을 살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하다. 저변확대가 목적이다. 지속가능 여부는 관심도에 따라 예산확보 등을 통해 전국규모로 확대해 볼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태그:#출산장려 편지쓰기, #화천군 보건의료원, #김현미 주무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밝고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마이뉴스...10만인 클럽으로 오십시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