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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한누리학교 교문에서 본 풍경, 그리고 수업 풍경도 살펴보았다. 아래사진은 체험학습시 기념사진이란다.
 인천한누리학교 교문에서 본 풍경, 그리고 수업 풍경도 살펴보았다. 아래사진은 체험학습시 기념사진이란다.
ⓒ 인천한누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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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는 여러나라 학생들이 있어 왕따 없이 재미있게 지낼 수 있으니까 좋아요..."

서울에서 온 필리핀계 다문화가정 자녀인 중1 구손조셀린양은 조금 어색한 한국어로 웃으면서 말했다.

서울에서 온 필리핀계 다문화가정 학생. 맑은 미소로 인터뷰에 답해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에서 온 필리핀계 다문화가정 학생. 맑은 미소로 인터뷰에 답해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인천한누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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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중도 입국 자녀들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인 인천한누리학교는 학력을 인정 받는 학교다. 지난 3월, 다문화가정 자녀들 중 한국어가 서툴거나 일반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공식 개교했다.

한 학년,한 반 15명 정원이라서 그런지 교실이 아담하며, 교복도 없고 교사와 학생이 친밀하게 수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 학년,한 반 15명 정원이라서 그런지 교실이 아담하며, 교복도 없고 교사와 학생이 친밀하게 수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 인천한누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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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정규 교육과정 50%, 특성화 과정 50%로 이뤄져있다. 일반 학교 교육과정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특성화 과정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다문화교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제교류재단 등 지역기관과 협력관계를 맺어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또 한국어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중국, 몽골, 일본 이중언어 강사와 상담사도 두고 있다. 인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갖추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

세탁시설이나, 다리미실 등 학생들이 스스로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보기 좋았다.
 세탁시설이나, 다리미실 등 학생들이 스스로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보기 좋았다.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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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목표

한누리학교 박형식 교장 선생님은 "한누리학교는 한국어가 서툴거나 한국 문화에 익숙지 못한 학생들에게 1년 동안 한국어 교육 등을 해 일반학교 진학을 도와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2012년에 설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언어다. 이들이 일반학교에서도 무리 없이 한국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50%를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이해로 구성했다. 일반학교에서도 공식적으로 학점인정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현재 14개국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배우고 있다. 한누리학교의 가장 큰 목표는 이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며, 나중에 이곳을 떠나도 학생들이 자랑스럽게 한누리학교 출신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지난 3월 22일에 인천 시장님(사진 중앙)이 학교를 방문하며, 시청에서 마련한 기숙사도 시찰했단다.(시장님의 좌측에, 박형식 교장 선생님)
 지난 3월 22일에 인천 시장님(사진 중앙)이 학교를 방문하며, 시청에서 마련한 기숙사도 시찰했단다.(시장님의 좌측에, 박형식 교장 선생님)
ⓒ 인천한누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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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출발은 미약하지만 결과는 창대할 것을 믿고...

박형식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들은 공개모집을 통하여 뽑았단다. 이 학교에서 일하겠다고 스스로 지원한 교사들 중 면접을 통해서 뽑았다는 것. 이번에 학교 안내를 해준 3학년 담임 유혜경 선생님께 물어봤다.

- 이 학교의 교사로 지원하게 되신 계기라든가 동기가 무엇인가요.
"2006년에 제가 근무하던 송월초등학교는 차이나타운 근처에 위치했기 때문에 화교가정의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이 학생들 중 일부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고, 친구들에게 종종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방과 후 한국어반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고 제가 그 일을 담당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의 학생과 학부모님과 가까워지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상처가 무엇인지, 왜 다문화교육이 필요한 지도 알게되었습니다.

그때부터 7년 동안을 다문화교육 중심학교와 거점학교에 근무하면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문화가정 지원에 앞장서게 된 것입니다. 일선 학교나 교육청을 찾아 다니며 교사 연수를 하면서 다문화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기도 하였고, 교사를 위한 다문화교육 자료도 다수 개발해서 보급하기도 했지요.

한누리 학교의 설립이 거론되던 시기부터 설립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가 가야 할 곳이 이 곳이라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이곳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다문화가족을 보듬어 안고 싶다는 작은 희망이 있었고, 그래서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답니다."

유혜경 선생님과 학생들. 유 교사가 담임을 맡은 3학년의 학생은 단 3명이지만 선생님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
 유혜경 선생님과 학생들. 유 교사가 담임을 맡은 3학년의 학생은 단 3명이지만 선생님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
ⓒ 인천한누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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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이 학교에서 일하면서 느낀 보람 등이 있나요.
"한국어로 소통이 안 되는 다국적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교사와 학생을 가로막고 있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반학교에서는 너무나 쉽게 설명했을 용어인데도 이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은 점점 교사도 학생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학부모님의 상담이 제게 큰 보람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어머님의 딸은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학교 공포증에 시달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귀신까지 보인다고 호소할 정도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한누리 학교에 딸을 위탁하게 되었는데, 한누리 학교에 다니면서 밤에 잠을 푹 자는 모습을 보고 감격해서 눈물이 날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었어요. 지금 내가 하는 이러한 교육들이 헛된 일들이 아님을, 저 여린 생명들에게 구원의 빛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 일이었지요. 그래서 더욱 힘이 났습니다. 우리들의 출발은 미약하지만 결과는 창대할 것을 믿습니다. "

한누리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한국을 배우고 있다.
 한누리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한국을 배우고 있다.
ⓒ 인천한누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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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배경 학생들의 진로 진학에도 큰 도움 되었으면...

몇 년 전에 기자 본인도 다문화가정의 학부모로써 이런 학교가 설립에 대한 설문에 응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이런 정책을 시도 하는 자체가 학교에서 다문화학생에 대한 정책을 포기한 것과 같이 보여, 학교 개교에도 반대했었다. 난 그런 다문화 학교를 설립하는 대신 교육정책자체를 바꿔 갈 방향을 모색하여, 진학에 도움을 주거나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 일반학생 대상의 다문화이해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후 교육청과의 연계로 학교에서의 '다문화이해수업'이 다소 많아지기도 했고, 이중언어 교육에 종사하는 원어민 교사들도 배치 되었다. 그러나 기자가 다문화강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교예산으로 '다문화이해수업'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식으로 '다문화 이해수업'들이 보급하게 되긴 아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인천한누리학교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인천 한누리 학교의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에 임하며, 취재하러 온 우리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밝게 인사하는 모습들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다만 하나 걱정이 되는 것은 이곳에서 선생님들의 사랑을 가득 받아 상처를 치유한 학생들이 다시 원래 학교로 돌아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도 가능한한 일반학교에서는 진행하기 힘든 특성화교육 분야를 계속 개발하고 나가면서 이 학교만의 특성을 확립하여, 다문화 배경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에도 큰 도움을 줄 길이 열렸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청 공식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 #다문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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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6~ 이주민영화제 실행위원 2017.3월~2019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3 3월~ JK DAILY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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