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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지혜

지난 7월 3일 KBS 이사회는 TV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그리고 인상에 따라 7가지 약속을 내놓았다. ▲ 최고의 명품 프로그램 제작 ▲ 한류확산 주도 ▲ 방송기술 투자 ▲ 보편서비스 확대 ▲ 약자 배려 ▲ 지역방송역량 강화 ▲ 공영성 강화 등 이다.

약속 대부분은 매우 추상적이다. 또한, 공영방송으로써 이미 실천해 왔어야 할 사항들 뿐이다. 수신료를 둘러싸고 KBS가 직면한 본질적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차원이 아니다. 시청료 거부 운동, 뉴스 편파성에 대한 국민의 불만, 정권 홍보 방송이라는 오명으로 점철 되어온 모습이다. 또한 국민적 동의와 합의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이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독선으로 국민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강요하는 행태다.

그럼에도 KBS는 여전히 국민들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신분석학자 라깡(Lacan)은 '거울단계' 이론을 통해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엄마의 모습을 통해 최초로 자신의 실존을 깨달으면서 동일화하는 단계를 설명하였다. 동일화된 아기는 엄마가 웃으면 따라 웃고, 엄마가 울면 따라 울면서 자기 주체에 대한 첫 깨달음을 허위의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지금 KBS의 모습은 바로 이 허위의식에 빠져있는 거울단계의 아기 모습과 같다. 권력이 웃으면 따라 웃고 권력이 울면 따라 우는 모습. 언론으로써 그리고 공영방송으로써 가장 본질적인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오직 정권의 얼굴만 바라봄으로써 매번 공정성 문제로 국민적 저항을 받는 모습을 보면 슬프기까지 하다.

KBS의 최우선 책무는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실현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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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제44조는 KBS의 최우선적인 공적 책무를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어서 양질의 방송서비스 제공, 방송서비스 및 방송 기술의 연구개발, 민족문화창달과 민족동질성 확보를 위한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준조세로 의무부과 되는 수신료는 이러한 공적 책무가 반드시 수행돼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98헌바70)는 KBS가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자유를 누리고 국가나 정치적 영향력, 특정 사회세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적정한 재정적 토대를 확립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수신료는 이를 위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임을 명시적으로 강조했다.

따라서 법률상 수신료는 KBS의 공정성과 공익성, 독립성을 위한 토대이며, 본질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공정성, 공익성,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의무사항으로 법률적 효력이 상실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공영방송의 경영 측면에서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

주요 국가의 연간 수신료를 보면, 영국 BBC는 145.5파운드(가구당 연간 26만 원), 독일 ARD는 204.4유로(36만6112원),  프랑스 France Télévision은 123유로(18만630원), 일본 NHK는 14,900엔(16만 7170원) 정도로  KBS 수신료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재원 중 KBS의 수신료 비중은 37%로, 영국 BBC 75.9%, 일본 NHK 96.2%, 독일 ZDF 86% 등 해외 주요국 공영방송에 비하면 수신료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KBS의 수신료 인상은 법률이 정하고 있는 선행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 즉, 단순한 재원 구조만을 비교하여 수신료 인상의 필연성을 주장할 수 없다. 이들 해외 방송 가운데  KBS처럼 편파성, 정권 홍보 방송이라는 이유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방송이 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수신료 인상에 앞서 먼저 선행해야 할 몇 가지

그러므로 KBS가 진정으로 수신료를 인상을 위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적인 선행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정권에 독립적인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의지이다. KBS내 공정성 확보를 위해 편성규약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 공정방송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소 1년 이상 방송 공정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후 국민들로부터 공정성 평가를 받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둘째, 광고 축소와 수신료 인상은 KBS 재원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상업 재원의 축소와 공공재원의 확대는 예산 편성 전략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상업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공익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구체적 편성 전략과 재정 투명성을 위한 계획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셋째, 지난 MB정부 때, 독립성과 공정성을 주장하다 해고되거나 징계 받은 기자, PD들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써 사회통합을 손수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부당한 피해와 증오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KBS는 공영방송으로써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수신료 문제를 푸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넷째, KBS가 종편채널을 먹여살리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다는 의구심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일시에 100% 가까이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은 강한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광고를 줄인다는 것은 시청자에게 부담을 떠넘겨 종편을 살리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KBS는 "공영방송의 광고 비중 문제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수신료가 독립성, 공정성, 공공성 중 어느 하나도 보장 하지 못한다고 인식한다. 또한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광고 비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KBS의 모습에서 찾고 싶어 함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태순 미디어로드 소장 입니다.



태그:#수신료 인상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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