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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하면 시드니, 브리스배인, 골드코스트 등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 꽤 있다. 이 지역들은 모두 호주의 극동에 있다. 이에 비해 같은 호주라도 남호주(South Ausralia)의 관광명소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12일(금), 남호주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캥거루 아일랜드'라는 섬에 다녀왔다. 남호주의 주요 도시는 필자의 가족이 살고 있는 아들래이드다. 아들래이드의 여행객이나 워킹홀리데이로 온 학생들, 유학생들, 또 이민자들에게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되고 있는 섬, 캥거루아일랜드, 호주인들은 'Kangaroo Island'의 이니셜을 따서'KI'라고 부른다.

캥거루 아일랜드는 1802년 영국탐험가 Mattew Flinders가 최초로 발견하고 여행했다고 한다. 크기는 섬길이가 155km, 폭이 55km이고 그 해변을 따라 둘레의 길이가 540km가 된다고 하니 제법 큰 섬이다. 섬 안내 소책자를 보니 남호주에서 직항으로 가장 빈번한 외국의 섬나라인 싱가포르와 비교를 해놓았다.

캥거루아일랜드는 싱가포르 크기의 7배면서 인구가 싱가포르의 1%인 4600명 정도라고. 우리 제주도와 비교하면 어떨까. 제주도 해변을 따라 둘레의 길이가 250km 정도에, 요즘은 인구가 늘어 6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캥거루 아일랜드에 비교하면 왠지 제주도가 혹사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캥거루 아일랜드 이름의 유래는 좀 싱겁다

캥거루아일랜드 지도. 캥거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지도모양을 보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캥거루아일랜드 지도. 캥거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지도모양을 보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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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아일랜드 이름의 유래는 좀 싱겁다. 캥거루들이 많이 살아서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 섬의 모양이 캥거루를 닮아서라고. '캥거루'란 말이 호주 원주민말로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사실은 무척 유명하지만, 막상 이 시점에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 캥거루 아일랜드라고 하는데 그럼 큰 섬 1, 2위는 어떤 섬일까. 제일 큰 섬은 예상대로 태즈매니아,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은 호주 서쪽에 있는 멜빌(Melville)이란다. 지도를 보니 호주 서해의 북단에 있다. 

이번 여행에서 주머니에 새끼를 담아서 다니는 캥거루는 보지 못했다. 운 좋게 포대기에 싸인 새끼 캥거루는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의 여정은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아들래이드에서 여객선(Ferry)를 타기 위한 여객터미털이 있는 케이프저비스(Cape Jervis)란 곳으로의 차량이동 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오전 여객선을 놓치고 저녁 배를 타개 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여행의 묘미가 다 그런 거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동행한 가족들의 불만은 많았다.

캐이프저비스란 여객터미널 앞. 오전 페리를 놓치고 밤8시반까지 차안에서 기다려야했다. 주차된 차들이 그 뒤로 보이는 페리를 기다리고 있다.
 캐이프저비스란 여객터미널 앞. 오전 페리를 놓치고 밤8시반까지 차안에서 기다려야했다. 주차된 차들이 그 뒤로 보이는 페리를 기다리고 있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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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배를 타고 밤 9시가 넘어 도착한 페네쇼(Penneshaw)란 곳에서 킹스코트(Kingscote)란 지역으로 약 60km를 이동했다. 이곳에 숙소가 있었기 때문인데, 말이 나온 김에 소개하자면 킹스코트란 지역은 캥거루 아일랜드의 커머셜허브(commercial hub)란 규모에 비해 다소 거창한 별명이 붙어있는데, 이유는 섬 전체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은행, 마트, 식당, 숙소 등 상가의 대부분이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란다.

그래 봐야 반 시간 안에 걸어서 다 돌아볼 수 있는 규모다.  도착한 숙소가 아늑하다. 늦은 밤인데도 친절한 호텔(호텔이라기보다 우리의 콘도 비슷하다) 주인이 우릴 정겹게 맞아준다. 라텍스 침대에는 전기 온도조절장치까지 있어 싸늘한 겨울밤이 두렵지 않다. 이곳은 6월부터 8월까지는 계절이 겨울에 속한다. 비도 자주 내리고 저녁이면 영상 7도 정도 되니 비도 내린 밤이라도 되는 날엔 뼛속까지 시리다는 말을 실감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간단히 아침을 해먹고 여객선 터미널에서 구한 섬 지도를 펼쳐 든다. 구경할 곳이 많다. 동서남북으로 잘라놓고 보니 필자가 도착하고 숙박한 곳이 극동지역이다. 따라서 섬 중앙과 동쪽을 위주로 구경하기로 했다.

'리틀사하라'라고 불리는 사막과도 같은 거대한 모래밭이 있는 섬 남쪽(South Island)이나 깎아지른 절벽이 볼만하다는 섬 서쪽(Western Island)은 이동거리와 시간 관계상 과감히 포기. 아메리칸 리버(American River), 섬 전망대(Prospect Hill), 판다나 야생동물 공원(Parndana Wildlife Park) 등을 구경하기로 하고 차를 몰고 나갔다. 나가다 보니 섬사람들을 위한 공동묘지가 보인다. 비석에 새겨진 망자들의 연대를 보니 200년이 넘는 섬의 역사가 한눈에 보는 재미가 있다.

1988년 섬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공동묘지, 묘비마다 망자들에 대한 자녀들의 사랑이 담뿍 담겨있으면서 이 섬의 이백년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
 1988년 섬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공동묘지, 묘비마다 망자들에 대한 자녀들의 사랑이 담뿍 담겨있으면서 이 섬의 이백년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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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나 야생동물 공원에 도착하니 막 태어난 캥거루 새끼를 안고 있는 동물사육사가 우릴 반갑게 맞았다. 가족 입장료 45달러를 내고 구경하는 동물들은 앵무새, 돼지, 공작새 등. 코알라와 캥거루를 제외하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데 이 동물들이 모두 야생으로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흰색 앵무새가 'Hello'하고 인사한다. 코알라는 나무에 착 달라붙어서 유칼립투스 이파리를 뜯어먹느라 여념이 없다. 전혀 움직이지도 않는다.

"코알라는 야행성이에요. 수명은 약 15년쯤 되고요, 두 살이면 완전히 어미로부터 독립해요. 재미있는 사실은 2m쯤 되는 가지와 가지 사이를 점프해서 건널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어요."

사육사의 설명이다.

게을러 보이는 코알라가 2미터도 넘게 점프한다는 사실, 헤엄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오줌줄기가 폭포수같아 또 한번 놀랐다
 게을러 보이는 코알라가 2미터도 넘게 점프한다는 사실, 헤엄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오줌줄기가 폭포수같아 또 한번 놀랐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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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는 순하다. 헌데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는 친한 사이 아니면 못 본다고 한다. 강제로 보려고 하면 할퀴기도 한다고. 큰놈은 키가 180cm가 넘기도 하고 직접 보진 못 했지만 점프 후 킥을 하기도 한단다. 권투장갑을 끼워주면 서로 권투 하는 모습을 광고화면으로 본 기억이 떠오른다. 두 뒷다리로 사람처럼 껑충껑충 잘도 뛰어 다닌다. 고개를 쳐들고 빤히 마주 보며 뛰어 오는 녀석들을 보면 어째 짐승 같지가 않다.

벌과 관련한 어떤 생물, 제품(꿀포함)의 반입이 금지된다... 왜

캥거루가 칠면조와 닭 등 여러 동물들과 어울려 지낸다. 사람을 마주 보고 두발로 뛰어올때면 좀 당황스럽다
 캥거루가 칠면조와 닭 등 여러 동물들과 어울려 지낸다. 사람을 마주 보고 두발로 뛰어올때면 좀 당황스럽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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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 섬의 토종꿀 상점을 찾았다. 일반 상점과 달리 이곳엔 섬에서만 양식하는 벌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Liqurian Bee'라는 벌이 그것인데 1885년 호주 국회가 희귀종으로 보호를 선언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따라서 이 섬으로 벌과 관련한 어떤 생물, 제품(꿀포함)의 반입이 금지된다. 위반 시 벌금은 만 불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닛지라는 아주머니는 "이 섬의 벌, 리구리안 벌은 육지의 벌과 달리 어떤 질병에도 감염되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벌이 질병에 걸린다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다는 나의 질문에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이 가게의 조합원이기도 한 닛지씨가 난감해 한다. 아무튼 환경에 민감한 벌이 전 세계적으로 그 개체수가 줄고 있다니 걱정이다. 벌이 살 수 없는 세상은 인간도 살수 없다고 하는 얘기를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들은 적이 있다.

호주 국가차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Ligurian Bee'는 캥거루 아일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토종이다. 전시와 판매를 하고 있는 조합
 호주 국가차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Ligurian Bee'는 캥거루 아일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토종이다. 전시와 판매를 하고 있는 조합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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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이면서 돌아가는 날, 아침부터 아메리칸리버(American River)를 찾았다. 250명 인구규모의 어촌으로 정작 고장의 이름과는 달리 이곳은 미국(America)도 아니고 강(River)도 없다. 1803년 일단의 미국인들이 물개사냥을 하러 왔다가 좁은 해안을 따라 정착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파도도 거의 없고 물결이 잔잔해서였는지 그들이 바다를 강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아메리칸리버'라는 지역명은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푸른 바다와 왕복 7km 정도의 해변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가 우리 제주도의 올레길을 떠오르게 한다. 참고로 이 섬에는 267종의 새와 891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펠리칸들이 사람을 구경하고 있다. 파고가 거의 없다보니 아메리칸들이 강으로 오해한 곳, 아메리칸리버에서
 펠리칸들이 사람을 구경하고 있다. 파고가 거의 없다보니 아메리칸들이 강으로 오해한 곳, 아메리칸리버에서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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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배를 타기 전, 우린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다. 전망대라 봐야 주차하고 약 200미터쯤 계단을 타고 오르면 된다. 이 간단한 수고로움이 섬과 섬을 둘러싼 해변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 섬을 처음 발견한 영국의 탐험가 매튜가 이 언덕을 올라서 사방을 관찰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전망대 정상에 오르니 5억 년 전부터 이 섬의 지질학적 변화를 연구한 결과를 보기 쉬운 그림으로 설명해놓았다. 약 17천 년 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역시 17천 년 전에 지금의 모습을 갖췄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의 현재를 생각하게 된다.

이백미터 높이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한라산에 비하면 점하나에 비할까마는 깨끗하게 관리하고 역사적인 가치를 하나하나 축적해가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부럽다
 이백미터 높이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한라산에 비하면 점하나에 비할까마는 깨끗하게 관리하고 역사적인 가치를 하나하나 축적해가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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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섬의 동쪽에 치우친 여행이었지만, 다시 와서 나머지 섬의 모습도 차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닷새와 식물들,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섬을 여행하는 며칠 동안 들었던 생각은 사실 이런 정도의 풍경과 동식물들은 우리의 제주도 또한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우리도 제주시와 국토해양부가 아름다운 풍경과 그 천연의 관광자원을 어떻게 보존하고 가꿀 것인지 고민하고 여태 잘 해오고 있었겠지만 왠지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캥거루아일랜드 곳곳엔 'too good to spoil(망치기엔 너무나 좋은)'이란 문구가 보이고, 관광객의 이용규칙 옆엔 반드시 만 불이 넘는 벌금예고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리고 그 넓은 섬에 골프장은 딱 한 곳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나마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알고 보니 그린피 10달러짜리의 현지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캥거루 아일랜드와의 단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우리 제주도엔 30개 가까운 골프장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다시피하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모습. 직원도 없고 아무 편의시설도 없다. 지역주민들의 편의시설 중 일부란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모습. 직원도 없고 아무 편의시설도 없다. 지역주민들의 편의시설 중 일부란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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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면 내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자연을 망치기는 쉬워도 복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곳 호주의 자연보존 상태를 본다면 그냥하는 소리가 아닌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들래이드도심에서 캥거루아일랜드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아들래이드 씨티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몸을 싣기만 하면 되는 이른바 팩키지 여행상품이 잘 소개되어 있다. 일박이일부터 일주일까지 상품이 있는데 가격이 부담된다. 또 팩키지 특성상 프로그램에 쫓겨야 하는 또 하나의 부담이 추가된다.

자가용이나 렌터카가 있다면 여객선에 차도 함께 태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차와 가는 사람 모두 '씨링크(Sealink)'라는 여객선회사에 왕복 여객선 티켓과 캥거루 아일랜드에서 머물 숙소(호텔부터 민박까지 다양하게)를 예약할 수 있다. 이렇게 지도 하나 들고 섬으로 들어서면 된다. 여유 있는 분들은 자가용비행기투어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태그:#캥거루아일랜드, #코알라, #캥거루,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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