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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치 현안에 대해서 선긋기 전략을 구사해왔던 청와대가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의 '정통성'에 상처를 내려는 민주당과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2일 오전 8시 25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로,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으로 표현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발언을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이 수석은 "어제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 발언은 국회 의원 개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만아니라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는 볼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고 망언이었다"며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며 "국민과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 연이틀 강경 대응... 오전 8시 25분에 이례적 기자회견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12일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의 귀태(鬼胎)발언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 이 홍보수석은 "홍 대변인의 발언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12일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의 귀태(鬼胎)발언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 이 홍보수석은 "홍 대변인의 발언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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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전날에도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김행 대변인이 "금도를 넘어선 민주당 의원의 막말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이는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현 수석도 "요즘 가만히 보니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막말을 하는 것이 특정 정당 내에서 거의 스타일이나 유행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논란이 일자 홍 원내대변인이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춰졌다면 유감"이라고 밝혔지만 하루 후 청와대의 비판 수위는 더 높아졌다. 특히 청와대가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전 8시 25분에, 그것도 기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백브리핑이 아닌 공식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를 해야한다"고 요구한 대목을 보면 청와대의 강경 대응에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가 이례적인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우선 '귀태 발언'의 내용 자체에 대한 큰 반감에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박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한 것은 한 나라의 정상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욕이라는 것이다. 이정현 수석은 "우리 대통령에 대해서 북한에서 막말을 하는 것도 부족해서 이제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그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리 박 대통령이 미워도 어떻게 귀태라는 표현을 써서 부녀 대통령 모두를 모욕할 수 있느냐"며 "홍 원내대변인의 막말은 정치의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성 시비 경계해온 청와대... 민주당 도발에 '발끈'

청와대의 강경 대응에는 귀태 발언 자체도 문제지만 민주당 내에서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정통성 시비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기류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에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거론될 때마다 정통성 시비로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지난 7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보고대회에서 "권력집단에서 심각한 선거 개입과 수사 은폐가 발생했는데도 상응하는 조처가 없다면 선거 원천 무효 투쟁이 제기될 수도 있다"(임내현 의원)는 발언이 나오고 박 대통령을 '당신'으로 지칭하는 표현들이 나오자 당시 청와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이 따로 질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발언들은 국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며 "그런 부분들은 좀 자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9일 부산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대화록 불법유출로 지난 번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지고 그 혜택을 박근혜 대통령이 받았다"며 박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발끈 했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패배 당사자가 어떻게 자기 입으로 대선이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이제 와서 대선 불복을 하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정현 수석도 11일 기자들과 만나 "(대선결과에 대해) 승복을 할 줄 아는 사람만이 승복을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라며 "승복도 하나의 리더의 자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엔 국면 전환 호재... 대야 강경 드라이브 이어질 듯

청와대는 귀태 발언도 대선 불복과 정통성 시비 연장선상에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정현 수석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국민이 (참여)했던 대선을 불복하고 부정하는 발언들이 최근 민주당의 공식 행사에서 연이어 나온 끝에 대변인이 준비된 자료를 통해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며 "단순히 정치권의 막말 수준이 아니라고 인식해 이 부분을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거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 선거를 부정·불복하고, 대통령을 공존과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소멸의 대상으로 인식한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계속 대선 불복하면서 어떻게 상생의 정치를 말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새 정부의 정통성이라는 '역린'을 건드린 민주당과 정면충돌하면서 청와대와 야권의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게 됐다.

특히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도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청와대가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것은, 이번 파문이 확대되는 것이 정국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에서 다소 수세로 몰려있는 상황에서 주도권 회복에 좋은 소재가 생겼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기회에 정통성 시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민주당과의 전면전에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미 민주당에 사과는 물론 홍 원내대변인의 사퇴까지 포함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한 상태다. 민주당의 대응 수준에 따라 청와대의 강경 드라이브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태그:#홍익표, #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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