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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녹취록엔 2012년 한 해 동안 당시 안철수 후보의 뒷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안 후보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생산한 사람이 누구고 이를 확대시킨 사람이 누구냐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데가 국정원 밖에 더 있겠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오마이뉴스>가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밝힌 '또 다른 녹취록'과 관련된 폭로 내용입니다. 민주당이 확보한 수많은 파일 가운데 안철수 의원의 사생활을 누가 어떻게 캤는지 그리고 이렇게 캐낸 정보를 누가 확대 재생산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박영선 의원이 확보한 파일엔 안철수 내용만?

2일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박영선, 박범계 의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2일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박영선, 박범계 의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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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난달 26일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일명 '권영세 파일' 이외에 민주당이 확보하고 있는 또 다른 파일에는 정치인 사찰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박영선 의원은 그 파일 안에 안철수 의원과 관련된 내용만 포함된 것인지 아니면 그밖에 또 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내용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대선 당시 특정후보에 대한 뒷조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파일을 민주당이 확보했다는 것은 꽤 놀라운 사실입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확보한 그 파일 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여전히 박영선 의원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그는 이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첫째, 누가 안철수 의원 뒷조사를 했다는 것일까 하는 점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데가 국정원밖에 더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실제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해 9월 6일 '정준길 전 검사와의 통화내용 폭로 기자회견'을 할 때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금태섭 변호사는 "안철수 전 원장이 20년 전에 재개발 딱지를 매입한 사실을 국가정보기관의 협조 없이 어떻게 개인이 밝혀낼 수 있었겠냐"라면서 "국정원 등의 국가기관과 새누리당, 보수언론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비슷한 시기에 박영선 의원도 검찰이 국회 법사위원들에 대한 사찰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지난해 8월 27일자 <뉴스1>의 보도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권재진 법무장관을 향해 "법사위원이 해외 출장을 갔는지 아니면 국내에 있는지 왜 검찰의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수소문하고 다니냐"며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법사위원의 동선을 추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검찰의 행동이 도를 지나쳤다"고 비판합니다.

묘하게 시기가 겹친 것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도 국정원도 야권 정치인에 대한 사찰을 했던 것은 아닐까 의문부호를 찍게 되는 대목입니다.

또한 당시 안철수 의원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사들이 검증의 형태로 쏟아졌는데 당시 이를 언론에 처음 알린 '최초의 제보자는 누구였을까' 이것 역시 매우 궁금한 대목입니다. 기자들의 취재에 응한 것이라면 그것은 취재에 해당하지만, 기자들이 취재도 하기 전에 미리 정보를 귀띔해준 것이라면 그것은 언론플레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과연 안철수 의원의 사생활 폭로, 그것은 취재였을까요, 언론플레이였을까요?

두 번째, 정치인에 대한 뒷조사를 벌이고 그것을 확대하는 방식의 일을 했던 팀이 있었다면 이 팀은 어디에 배속된 팀이었을까요? 국정원 내부였을까요? 검찰이었을까요? 새누리당 선대본부 안에 있던 네거티브팀을 언급한 것일까요?

대선 전 신문기사로 맞춰본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퍼즐 조각

지난 대선에서 당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월,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2001년 부인 김미경씨가 아파트 구입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월,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2001년 부인 김미경씨가 아파트 구입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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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의 폭로내용에 부합하는 언론기사를 검색해보니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지난해 9월 7일자 <내일신문> 보도내용입니다. <네거티브 대응팀 공세적으로 운영 … "과잉 충성경쟁이 빚은 사고">. 당시는 대선을 딱 100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야권단일화 문제가 대선의 핫이슈로 떠오를 때였는데, 당시 새누리당은 '네거티브 대응팀'을 공세적으로 운용하고 구성원들간 '충성경쟁'이 벌어졌고, 이른바 '정준길 파문'은 그 충성경쟁이 부른 자충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내일신문>은 이 네거티브 대응팀이 꾸려지기 직전인 8월까지 국정원 2차장을 지냈던 김회선 의원이 맡은 팀 등 3~4개의 네거티브 대응팀이 운용됐고, 대선기획단이 발족한 이후에는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네거티브 대응팀을 총괄하고, 대선후보 공보단 안에서는 정준길 위원이 언론담당 네거티브 대응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전언을 보도합니다.

<내일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본부 안에는 네거티브 대응팀이 족히 3~4개가 가동됐다는 건데요. 과연 이 팀들이 대선 때 무슨 역할을 했을까 여전히 의문이 남는 대목입니다. 또한 국정원 2차장 출신인 김회선 의원이 네거티브 대응팀을 맡아 운용했다면 현재 문제로 드러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무관했을까 의문이 듭니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대응팀 가동과 관련된 기사는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됩니다. <조선일보>는 2012년 5월 17자로 "친박, 前 법무장관 참여 네거티브 대응팀 가동"에 대한 기사를 씁니다.

2011년 8월쯤 검찰 출신인 권영세 의원을 중심으로 한 '네거티브 대응팀'을 꾸리려 했었고, 당시 대응팀에는 권 의원 외에도 법조인 출신인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 유영하 군포시 당협위원장, 손범규 의원 등이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는 요지의 보도를 합니다.

<주간조선> 2011년 8월 22일자 보도에는 "네거티브 대응팀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오랜 참모인 김재원 의원도 참여한다"는 내용이 나오고, "권영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는 김재원 전 의원과도 네거티브 대응팀 운영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합니다.

또한, <주간조선>은 "최근 박 전 대표 쪽에서 감각 있는 변호사를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 전 대표가) 선두 주자니까 아무래도 네거티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보고가 많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메이드 인 국정원' 꼬리표 떼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논설실장 및 해설위원실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논설실장 및 해설위원실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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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언론보도로 조합을 해도 여전히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퍼즐조각은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당시 선대위 공보단이 기자들을 상대로 한 공보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공보단이 공보역할을 하지 않고 다른 역할을 했다면 그것은 또 무슨 역할이었나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벌써 지난해 대선이 끝난 지 7개월여 되어가지만 당시 새누리당 선대본부,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국내정치 개입 의혹,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NLL논쟁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새누리당 사전입수 의혹 등은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의문의 고리를 풀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다시는 이 같은 범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핵심 당사자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나와는 무관하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불법적인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도 '셀프개혁'을 주문했습니다. 야권은 남 원장은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대통합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절반의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합리적 설득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국민대통합시대 약속은 유효한 것일까요?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하기를, "한국의 정보기관은 정치적 선동꾼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WP는 또 "국정원이 권력을 이용해 당파적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통합을 약속했지만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통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의 48%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그 48%의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검찰이 그리고 경찰이, 새누리당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선거에 개입했던 것인지 매우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완 무관하다, 내가 간여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민주당이 확보한 파일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진실의 퍼즐조각이 언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을 향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박 대통령 스스로 나서서 문제점을 짚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엄청난 선거범죄에 가담한 모든 관계자들에 대한 엄벌로 '죄와 벌'을 단죄해야 합니다. 그래야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임기 내내 '메이드 인 국정원'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태그:#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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