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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적인 농법, 태평농법으로 텃밭농사와 시골집 정원을 가꿉니다.
▲ 저의 시골집 텃밭과 정원 풍경입니다. 자연생태적인 농법, 태평농법으로 텃밭농사와 시골집 정원을 가꿉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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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미생물을 직접 만들어서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나누어 줍니다. 시골집에서는 이 미생물을 얻어다가 수시로 시골집 토양에 뿌려준 결과 지금은 비옥한 흙이 되었습니다. 토양 속에 살아 있는 미생물로 흙이 부드럽고 비옥해져 식물이 잘 자라며, 흙을 손으로 떠서 냄새를 맡으면 좋은 흙냄새가 납니다.

이른 아침에 이슬 내린 텃밭 주위를 돌아다니면 향긋한 풀 내음에 기분이 상쾌합니다. 주황색 원추리 꽃이 피어나고 고혹적인 백합향기와 풀내음이 어우러진 아침에 깨어나는 생명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햇볕의 따스한 온기로 파란 생명이 일제히 일어서는 장면을 바라보면 생명의 환희를 느낍니다.

귀농 귀촌 5년차 농부는 살아 있는 흙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제초제나 농약, 비료를 자제하고 텃밭의 풀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할 때 손으로 뽑아내고 있습니다.

처음 이 땅을 밟았을때 이 대지를 허락하신 신에게 감사하며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제초제나 농약 대신 자연 생태적인 방법으로 흙을 돌보겠다고 자연과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풀은 호미로 뽑아내어 토끼와 닭의 먹이로 주고 일부는 토양의 거름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기계식 밭갈이를 자제하고 호미와 괭이로 텃밭을 일구고 퇴비와 미생물로 토양을 관리합니다.

제가 원래 산야초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효소를 담아 보려고 시골집 텃밭에 산야초를 찾았지만 5년 전에는 이곳에 그 흔한 쑥조차 보이지 않았지요.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세히 보았더니 원래 살던 분이 비닐을 땅에 씌워 밭고랑의 풀을 잡는다고 제초제를 뿌려 고추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토양에 제초제와 농약을 뿌린 관계로 당연히 다른 풀과 산야초들이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 토지의 주인이 된 후에 토양에 비료 대신 퇴비를 주고 제초제나 농약을 자제한 결과 2년 후에는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는데도 봄이면 냉이, 민들레, 쑥, 질경이, 익모초, 우슬초 등 산야초가 올라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돌미나리를 구해다가 시골집 마당에 있는 수돗가 물 흘러 내려가는 곳에 심은 후에 해마다 돌미나리를 채취해서 돌미나리 효소와 각종 산야초 효소를 항아리에 담습니다.

시골에 이사 오기 전에 도시에서 수십 년 동안 살면서 마트에 진열된 때깔 좋은 과일이나 채소를 사다가 먹어도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어 만들어 주시던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른이 되어서 입맛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귀촌하여 텃밭에서 유기농사를 하여 채소를 먹어 보니까 옛날 어린 시절 그 맛이 되살아납니다. 오이와 가지 그리고 다른 채소들이 고소하고 달콤하며 맛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현대의 농사법처럼 채소나 과일의 촉성 재배를 위해 비료나 약을 뿌리지 않고 옛날 우리 할머니가 하시던 대로 재래농사법으로 농사짓는 것이 토양도 살리고 맛좋은 채소를 생산하는 비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구들방 하나를 만들어 나무로 불을 지펴서 겨울 난방을 하고 아궁이의 나무 재를 대파밭에 농약 대신에 뿌려서 대파가 빨갛게 병드는 것을 예방합니다.

어린 시절 닭장 옆에 놓인 큰 질항아리에는 가족들이 밤새 내놓은 요강에 들어 있는 오줌을 모아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그곳을 지나가면 오줌지린내가 나서 코를 막고 지나가다가 일정 발효기간이 지나면 향기로운 냄새가 나던 것을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항아리에서 잘 삭힌 오줌을 고추나 가지, 오이에게 준 결과 채소들이 고소하고 맛났던 것 같습니다.

5년 동안 자연 생태적인 농사법을 한 결과 지금 시골집 주위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씨를 뿌리지도 않았는데도 냉이, 민들레, 익모초, 질경이, 우슬초 등이 피어납니다. 흙속에 숨어 있는 산야초 씨앗들이 올라왔는지 아님 바람 타고 식물 씨앗들이 날아 왔는지 참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새로운 산야초와 식물을 구해다가 심습니다. 그리고 시골집 주위에는 산야초들이 풀보다 점점 많아집니다. 당귀 꽃이 하얗게 피어나 씨를 맺고 땅에 떨어져 내년에 더 많은 새 당귀를 약속합니다.

자연 생태적인 시골집 작은 숲 속 오두막집에는 언제부터인가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꽃속에서 쉬어가는 풍경이 있습니다. 오이가 혼자 풀숲에서 늙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군자 매실을 따는데 베짱이가 매실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가느다란 더듬이를 움직이며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찮은 작은 곤충도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수십 알의 매실 중에 한 개를 이 베짱이에게 내어주고 나머지를 수확했습니다. 인간이 자연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농업이 아니라 자연을 지켜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오래도록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태그:#자연생태적인 농법, #재래식농법, #유기농사, #시골집, #토양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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