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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2차 촛불문화제'가 6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정치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규명을 위한시민사회단체 긴급 시국회의' 주최로 열리고 있다.
▲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2차 대규모 촛불집회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2차 촛불문화제'가 6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정치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규명을 위한시민사회단체 긴급 시국회의' 주최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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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 연일 보수세력들의 물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현 시국을 관통하는 사건의 핵심은 국정원의 18대 대선 불법 개입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끊임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문제 삼으며 변죽을 울려대고 있다. 또한 방송사를 포함한 보수언론들은 국정원 사건은 외면한 채 다른 사건들만 앞다투어 보도하기에 바쁘다.

정국운영에 있어서 자신들이 불리한 듯싶자 다른 이슈를 던져대는 여당이야 그렇다 치자. 문제는 역시 언론이다. 뉴스를 취사선택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톱스타의 열애설이나 결혼 혹은 스포츠선수의 트위터 발언은 주요뉴스로 다루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뒤로 밀리거나 보도되지 않기 일쑤다.

방송에서 사라진 촛불 집회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 6일 촛불집회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렸고, 1만여명(경찰추산 4500명)이 참석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였지만 방송3사는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재벌회장 아들의 물놀이 사망 소식은 주요뉴스로 다룰망정, 서울광장에 모인 1만명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언론 입장에서는 열심히 보도한 내용을 물타기로 폄훼하는 게 억울하다며 항변할 수도 있겠다. 새로운 소식의 제공은 언론 본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특종을 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자가 허구헌 날을 뜬 눈으로 지새웠던가.

새로운 소식 제공도 언론의 의무이지만, 그와 함께 그 사회가 논의해야 할 의제의 순서를 정하는 것 역시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방송과 보수언론의 역할이 지대하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의 언로는 그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그나마 공영방송들이 보수신문들과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지만, MB정권 이후 두 매체의 차별성은 사라졌다.

현재 우리 언론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보도해야 할 사건은 국정원 사태이다. 수많은 교수들과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사람들이 다시 촛불을 드는데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시대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민주공화국의 본질을 훼손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주요언론들은 이 사태를 모른 척 하고 있다. KBS의 어느 PD의 고백대로 그들은 국정원 사태와 관련된 뉴스들은 축소하기에 급급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그 빈자리를 연예·스포츠·날씨뉴스가 채우고 있다. 고의적으로 사회적 의제를 변경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의심스러운 원세훈 개인 비리 부각

언론의 물타기 만큼 의혹이 가는 사건은 또 있다.

지난 4일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 원장을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소환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를 문제 삼아 공적인 신분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어차피 똑같은 구속이니 무슨 상관이냐고도 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나 이상득 전 의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비리로 인한 구속은 그가 국정원장으로서 행했던 범죄들을 물타기하는 효과가 있다. 건설회사 사장에게 억대의 돈을 받았던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그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떻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했느냐는 사실이다. 더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은 법정에서 대선 불법 개입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나섰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10일 밤 결국 이 개인비리로 구속수감됐다.)  

아마도 검찰은 그의 개인비리를 집중적으로 까발리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함으로써 그가 원래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번 사건을 박근혜 정부와 상관없는 이명박 정권의 비리로 한정지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물타기다. 최근 NLL 정국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재 국정원 사태의 본질은 국정원장의 자질이 아니라 그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국가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는 방기한 채 사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구조,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대로 국정원을 방치하면 국정원은 계속해서 국내정치에 개입할 것이며, 지도자는 그들을 권력의 시녀로 활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전횡할 것이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 문제로 다시금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29만원으로 상징되는 그의 천문학적 비자금이 새삼스럽게 도마에 오른 것인데, 5공화국의 역사를 잊지 못하는 시민으로서 이는 씁쓸한 장면이기도 하다. 정권의 구조적인 문제가 '전두환 비자금'으로 통칭되며 그의 개인적인 비리로 귀결되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통치자가 마음만 먹으면 대기업을 날리고, 이를 대가로 비자금을 챙길 수 있는 구조. 우리는 아직도 그와 같은 공식을 바로 눈 앞에서 보고 있는데 말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물타기에 속지 않고, 현실을 제대로 보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태그:#국정원,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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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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