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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우리들의 미래다.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명제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아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경쟁사회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렸을 때부터 생존기술을 익혀야 하는 게 우리 시대 아이들의 숙명이다.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어른들의 폭력과 범죄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두 눈 부릅뜨고 우리 아이들을 해치는 환경을 고발하는 감시자,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지킴이 역할을 하는 언론이 절실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의 문제를 가장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보도 활동을 펼치는 언론은 그동안 없었다. 어떻게 하면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부모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식의 보도에 머물렀던 게 우리의 현실이다. 구조를 깨뜨리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3년 전 <베이비뉴스> 창간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수많은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육정책만 있고 양육정책은 없다는 점, 보육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 아이들에게 유해한 제품을 팔고 있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시민단체가 적다는 점 등.  

<베이비뉴스>는 인터넷과 지면을 통해서 차근차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다. 지난 3년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을 피부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답답한 우리 사회의 현실과 마주하기도 했다. 가장 답답했던 것은 언론 환경이었다. 그중에서도 뉴스 소비의 창구가 되고 있는 대형 포털과의 관계였다.

아무리 좋은 기사여도 묻힐 수밖에 없는 현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간된 언론으로 곧 창간 3주년을 앞두고 있다. 베이비뉴스 종이신문 최신호 1면 모음.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간된 언론으로 곧 창간 3주년을 앞두고 있다. 베이비뉴스 종이신문 최신호 1면 모음.
ⓒ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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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형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접한다. 대형 포털 첫 화면에 기사가 오르지 못한다면, 그리고 대형포털 통합검색 결과에 기사가 검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기사라도 묻힐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베이비뉴스>는 끊임없는 시도 끝에 현재 다음과 네이트·줌·구글 등과 제휴를 맺고 기사를 공급하고 있다. 수많은 독자들이 이 포털들을 통해서 첫 육아전문지가 생산하는 기사를 읽고 있다. 하지만 첫 육아전문지가 생산해내는 기사의 가치를 인정받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가 찾는 대형 포털 네이버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첫 화면은 고사하고 기사 검색조차도 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는 비단 <베이비뉴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신생 언론사들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의 벽이다. 하소연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진정한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진정한 언론의 자유 보장을 위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온라인 뉴스 유통 서비스의 현황과 쟁점' 세미나가 열렸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도입 3개월을 평가하는 자리였는데, '뉴스스탠드는 실패작'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신규 언론사 제휴 과정을 두고도 '편향적이거나 폐쇄적이었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트래픽이 급감한 언론사 측에서도 불만을 쏟아내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곳에 대안언론이 설 자리는 없는 걸까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네이버 뉴스스탠드 설정 화면. 이곳에 풀뿌리언론도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네이버 뉴스스탠드 설정 화면. 이곳에 풀뿌리언론도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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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전환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언론의 저급한 온라인저널리즘 수준이 발단이 된 것이 사실이다. 각 언론사들이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서 쏟아낸 낚시성 기사 제목과 선정적인 제목과 사진은 인터넷 공해라는 지적이 많았다. 네이버가 옴브즈맨 제도까지 만들어 운영했지만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네이버는 첫 화면에서 기사 제목이 아니라 언론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그런데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로도 언론사들의 낚시 편집은 그칠 줄 몰랐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대안언론들이 낄 자리가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왕에 온라인저널리즘 혁신이 새로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이상,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뉴스를 생산하는 대안언론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사 개수와 언론사 규모로 뉴스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뉴스 가치 그 자체로 뉴스를 평가하고 좋은 뉴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뉴스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베이비뉴스> 기사는 언제 네이버에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하지만 "곧 되겠지요"라는 답변밖에 할 수 없었다. 일그러진 뉴스 유통구조의 문제점까지 그들에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베이비뉴스>의 기사뿐만 아니라 작은 대안언론들이 만들어내는 소중한 기사들이 네이버를 통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풀뿌리 언론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세상이, 우리 시대 소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네이버 뉴스스탠드, #네이버 뉴스캐스트,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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