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저녁 전남 여수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석 달 반 정도 장관 재임의 소회를 "괴롭고 외롭고 그립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일 7일 국회를 방문한 뒤 국회를 떠나는 차량에 오르고 있는 모습.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저녁 전남 여수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석 달 반 정도 장관 재임의 소회를 "괴롭고 외롭고 그립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일 7일 국회를 방문한 뒤 국회를 떠나는 차량에 오르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괴롭고 외롭고 그립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저녁 전남 여수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석 달 반 정도 장관 재임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교수 시절 만난 한 탈북자가 괴로움·외로움·그리움 이 세 단어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 일이 있는데, 류 장관 자신의 현재 심경이 꼭 그렇다는 것이다. 류 장관은 '괴로움'에 대해  "'어쩌다 공무원', '어쩌다 장관'이 된 입장에서 새로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괴로움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외로움'에 대해 류 장관은 "어느 누구하고도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간부들과 많은 논의를 하지만 자신의 고민을 다 털어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류 장관은 "중요 사안들이 벌어질 때마다 '과연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류 장관은 "교수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그땐 여행도 자유롭게 배낭 메고 걷고 생각하고 버스 타고 다니면서 푹 자곤 했다"며 "그런 자유로움에 대한 그리움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지금 매우 힘들다'는 것인데, 현재의 어려운 남북관계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표현했던 개성공단사업이 중단됐고, 새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시작되려다 좌초하고 말았다.  

그러나 류 장관은 두 사안에 대해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류 장관은 "잘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류 장관은 "(북측 수석대표가) 국장급이냐 무슨 급이냐에 우리가 집착을 해서 회담에 임했던 건 아니다"라며 "결과적으로 그런 식으로 비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사실은 이게 같이 대화하는 차원에서 상대를 정하자는 차원에서 접근했던 것인데 마치 무슨 격 얘기로 몰렸고 나중엔 실세논란까지 비화되는 걸 보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토로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간에 우리가 회담을 해서 대화로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 거지, 누가 나와서 급이 맞고 안 맞고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풀기 위해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오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했다.

류 장관은 "학자 시절에 늘 얘기했지만 북한의 의도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견지해야 하는 것은 도리와 배짱 아닌가 한다"면서 "우리가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북측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렇게 멀지 않은 시간에 남북관계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개성공단사업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류 장관은 현재의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류 장관은 "(현재 상황에선) 앞으로 개성공단이 재가동 된다 해도 그 운명은 뻔하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거기에 앞으로 어떤 기업들이 들어가서 활동하겠느냐"며 "개성공단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빨리 정상화부터 시켜야겠다는 즉자적인 대응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엔 "우리 부가 한 일이 아님"

국가정보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고 나선 일도 류 장관의 '외로움'을 배가시킨 사안이 됐을 걸로 짐작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류 장관은 회의록 공개에 대해 "우리 부가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을 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의견이 공개과정에 반영될 여지가 전혀 없었던 건 결국 현 정부에서 통일부가 설 자리가 넓지 않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류 장관은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는 우리가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상당한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화적으로 볼 때 과연 우리에게 힘이 있느냐"며 "문화적인 힘을 단순히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더 강한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나는 그게 '자기부정'이고, 우리 사회가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이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통일이란 게 얼마만큼 긍정적인 상으로 다가올지 고민"이라면서 "지금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자기부정'하는 통일, 통합론적인 통일, 열린 통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류길재, #통일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