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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본편 1부 '두 얼굴의 이승만' 포스터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본편 1부 '두 얼굴의 이승만' 포스터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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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놓고 진보-보수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앉아 토론을 벌였다. 양쪽은 영상에 등장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 행적과 평가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시대정신' 쪽은 24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오후 7시부터 약 50분 동안 열띤 논쟁을 벌였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시대정신 쪽에서는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이 토론자로 참가했다. 박 주필은 <백년전쟁> 내용에 반박하는 동영상 <생명의 길> 제작자이기도 하다.

<백년전쟁>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적 시각에서 평가한 다큐멘터리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해 지난해 11월 말 유튜브 등 인터넷에 공개한 이후 조회수가 300만을 넘어설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등에서 사실 왜곡을 주장하면서 논란으로 떠올랐다. 특히 방송 내용 중 ▲ 이 전 대통령을 '친일부역자'로 해석 ▲ 여대생과의 불륜설 등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성향의 매체에서도 이와 관련해 비판 기사를 쏟아냈고, 이 전 대통령 유가족 역시 제작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백년전쟁>, 대한민국 부정" - "친일·독재 미화 대응 위해 제작"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양쪽은 토론보다 '말싸움'이라는 표현에 가까울 정도로 언쟁을 벌였다. 상대에게 발언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중간에 끼어들면서 격하게 항의했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잦았다.

특히 이들은 <백년전쟁> 내용의 사실관계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드러냈다. 박성현 주필은 "중국·소련 공산주의 계열과 직접 연결될 수밖에 없는 무장투쟁 노선 하나만을 항일운동의 본류로 인정하는 것은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문제"라며 이 전 대통령의 외교투쟁 역시 항일운동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한용 실장은 "무장투쟁이라고 무조건 좌익계열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 계열도 존재한다"며 "한쪽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색깔론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의 외교노선 자체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외교투쟁 노선은 무장투쟁에 적대적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외교활동 역시 재정적인 면에서 큰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백년전쟁>에서 등장하는 다소 거친 표현들을 두고도 양쪽의 갈등이 이어졌다. 박 주필은 "영상을 보면 벌거벗은 여자들이 튀어나오는 등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대목이 나온다"며 "피땀 흘리며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선배 세대를 어떻게 그렇게 조롱할 수 있냐, 예의를 갖추고 접근했다면 이렇게 흥분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만든 수치스러운 나라이자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였고, 그 중심에는 이승만이란 놈이 있으니 그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만든 영상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실장은 "두 번이나 쫓겨난 경험이 있는 이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찬양 여론에 대항하고자 만들었다"고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뉴라이트 등 보수 진영에서 이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칭하면서 서울 남산에 동상을 세우는 작업을 추진했고, 더불어 대한민국 건국을 광복절이 아닌 단독정부 수립 시점으로 봐야한다는 '건국절' 논란이 벌어지면서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건국절을 주장하면서 '친일 경력이 있어도 정부수립에 참여한 사람은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일운동을 했어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관계 안 한 인사는 반국가 사범이라고 봤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억지로 논란을 일으킨 게 아니다. 그동안 통설로 인정된 역사적 인식을 뒤집는 친일·독재 미화야 말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의 반민주주의적 역사 인식을 주제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딱딱하지 않은 표현기법을 시도했다"며 "다큐멘터리는 논문과는 다른 하나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작가와 감독의 개성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백년전쟁> <생명의 길>, 후속편 제작한다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시각 역시 양쪽이 서로 엇갈렸다. 박 주필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초석을 닦은 주역"이라고 인식한 반면, 박 실장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해 4·19 혁명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박 주필은 "공산주의 체제 국가와 접경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길을 뚫어온 분이 바로 이 전 대통령이므로 일말의 존중심이라도 가져야 한다"며 "'과'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6·25 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을 이겨내거나 한미동맹을 성사시키며 우리나라를 개방세대로 끌고 간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했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1953년 부산정치파동 당시 국회 해산을 시도하고 대한민국 헌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탄압을 저질렀다, 그럼 사람을 주역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며 "초대대통령으로서 오히려 근본 가치를 훼손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체 체계를 기준으로 이 전 대통령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쪽은 각각 <백년전쟁>과 <생명의 길>의 후속 작품 제작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본편 4부와 번외편 2부로 기획된 <백년전쟁>은 현재 본편 1부 '두 얼굴의 이승만'과 번외편 1부 '프레이저 보고서'까지 공개됐다. 본편 2부는 현재 제작 중이다. 시대정식도 <생명의 길> 2편 제작에 돌입했다. 앞으로 6월 민주항쟁까지 시기를 설정해두고 8편 정도의 영상을 만들 계획이다.

한편, 진행자인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양쪽이 낸 영상 모두 표현 등이 거친 건 사실이다"며 "다음 편에서는 더욱 감정이 가라앉은 내용으로 역사적 논쟁을 다뤘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태그:#백년전쟁, #이승만, #민족문제연구소,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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