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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콜롬비아 대선은 1차 투표결과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1,2위 후보간의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전통적으로 보수와 자유진영간의 대결구도가 중심이었던 콜롬비아의 대선은 정치적 변화를 겪고 있다.
 콜롬비아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콜롬비아 대선은 1차 투표결과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1,2위 후보간의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전통적으로 보수와 자유진영간의 대결구도가 중심이었던 콜롬비아의 대선은 정치적 변화를 겪고 있다.
ⓒ 안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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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6일 발표된 콜롬비아 주요 도시(보고타(Bogotá), 메데진(Medellín), 깔리(Cali) 및 부까라망가(Bucaramanga))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4년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M. Santos)의 재선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Presidente Santos seríareelegido en 2014, según encuesta. 2012/ 08/ 06 – El País Colombia)

응답자의 51%가 당시 산토스 대통령의 재선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41%의 유권자는 그의 선거운동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질문을 달리해서 물었을 때, 유권자들은 산토스 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응답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만일 이번 일요일, 당장 대선 투표를 하게 된다면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지시겠습니까?"

응답자의 43%는 산토스를 택했다. 뒤이어 지난 2010년 대선 당시 산토스와 경쟁했으나 산토스 정부 출범과 함께 내각에 장관으로 참여한 헤르만 바르가스(German Vargas) 건설부 장관이 24%를 차지했다. 끌라라 로뻬즈(Clara López) POLODemocarático Alternativo (POLO 대안 민주당) 전 보고타 시장이 5%로 뒤를 이었다.

모든 미디어는 산토스와 맞붙어서 경쟁력을 발휘할만한 후보감을 찾지 못했다. 언론들은 모두 산토스의 재선을 확신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산토스의 '4년 더(Cuatro añosmás, four more years)' 라는 계획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이 부재했다. 하지만 대선이 1년도 안 남은 지금 산토스의 재선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산토스 재선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응답은 꾸준히 증가

산토스의 재선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응답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4%, 11월 61% 그리고 올해 4월 63%까지 산토스 재집권 반대여론이 증가하는 추세다.( Inseguridad ydesempleo, los problemas que más afectan al país: Colombia Opina. 2013/ 04/ 22 –RCN La Radio)

통계 조사에 따르면 산토스에 맞붙을 수 있는 강력한 후보들로 헤르만바르가스, 세르히오 파하도르(Sergio Fajardo), 오스까르나랑호(Oscar Naranjo – 전 콜롬비아 경찰총장으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장직을 수행했다. 35년 간의 경찰 생활을 통해 메데진마약카르텔 소탕작전은 물론 최후에 남은 거대 카르텔인 깔리 카르텔까지 소탕하였다. 콜롬비아 내에서 그에 대한 인기 탓에 정치권 영입대상 1호이지만, 본인 스스로산토스 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내면서 정치에 참여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혔다.), 프란시스코 산또스(Francisco Santos – 알바로 우리베 정부 당시 부통령으로 재직. 우리베의 가장 충실한 대리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 끌라라 로뻬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反) 산토스 진영에서 활약할 수 있는 후보로는 세르히오 파하도르, 프란시스코 산또스 및 끌라라 로뻬즈 정도다.

파하도르 같은 경우, 지난 2010년 대선에서 녹색당(El PartidoVerde)의 부통령 후보로 안타나스 목쿠스(Antanas Mockus) 대통령 후보와 합을 맞춘 전례가 있다. 파하도르는 원래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그는 수학을 전공했고, 수학으로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콜롬비아로 돌아와서도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고 교육가로서 헌신했다. 그러던 그가 조금씩 정치적인 일들을 맡아가면서 사회참여에 적극 나서게 된다. 안띠오끼아(Antioquia) 주(州)의 수도 메데진(Medellín)에서 시장, 이후 녹생당 부통령 후보, 그리고 현재는 안띠오끼아주지사 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삶의 경로를 차근차근 돌아본다면 '콜롬비아의 안철수'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젊은 시절 게릴라 혹은 좌익 운동에 참여한 경력은 없지만, 그는 콜롬비아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수학자출신답게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공식을 풀 듯 명쾌하고 분명하게 접근한다. 만약 파하도르가 대선에 참여한다면 반 산토스 진영에 주요 후보로 선거를 이끌 것이다. (콜롬비아 EAFIT에서 경제사를 수학하던 시절 담당 교수 마우리씨오(Mauricio)는 본인과의 대화에서 다음 대선에서 강력한 후보로 파하도르를 꼽았다.)

프란시스코 산또스도 반 산토스 진영에 주요 후보이지만, 그의 집권이 정권의 성격을 바꿀 것이라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프란시스코 산또스는 정치적으로 우리베의 또 다른 화신(化身)이다. 알바로 우리베(Álvaro Uribe)전 대통령의 재단 '콜롬비아 우선'(PrimeroColombia)은 'Puro CentroDemocrático'(순수 중도 민주당)을 결성하여서 반 산토스 후보를 내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베의 계획대로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콜롬비아의 반대 급부로 좌파정당이나 개혁세력이 집권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산토스와 우리베가 현재는 척(隻)을 지고는 있지만, 오리지널 우리베의 화신(化身)은 산토스 현 대통령이었다. 우리베가 게릴라와의 전면적인 전쟁을 진행하는 동안 국방부 장관으로 일선에서 우리베의 지휘를 받은 인물이 산토스다. 그렇기 때문에 프란시스코가 집권하더라도 크게 보면 보수정권의 연장일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선거에 진보좌파 세력은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노릴 수 있다. 지난 엘 에스뻭따도르(El Espectador)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汎) 여권 및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의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La encuesta de 'Pacho' Santos. 2013/06/04 – El Espectador) 28% 후안마누엘 산토스, 27% 프란시스코 산또스 그리고 나머지 45% 의견 없음.

기존의 보수 정권에 투표하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마누엘 산토스냐, 프란시스코 산또스냐 하는 두 개의 선택 항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일견 보수층의 분열을 막고자 두 후보 간의 단일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는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산토스 현 정부 내내 산토스와 우리베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틀어져 버렸다. 궁극적으로 우리베와 산토스가 틀어진 지점은 어디일까? 바로 지난해부터 콜롬비아 무장 혁명군(파륵 - Fuerzas Armadas Revolucionariasde Colombia. 줄여서 이하 Farc)과 쿠바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화회담(El proceso de Paz) 이후 둘 간의 결정적인 정치적 결별이 발생했다.

우리베 입장에서 보았을 때, 게릴라와의 협상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그는 대중에 영합하려고 산토스가 이러한 쇼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산토스에게 이 프로젝트는 자신의 임기 최고의 치적(治績)으로 남을 수 있다. 결국, 보수 VS 보수의 구도는 이번 선거의 핵심이다. Ojalá(혹시나 – 스페인어 [오할라]) 평화회담이 깨지고 산토스가 게릴라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는 전략으로 선회한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진보좌파세력들의 집권능력이 성숙한 수준에 도달했느냐가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통합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통합 작업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지만 선거는 단 1개월을 남겨두고서도 전세역전이 일어날 수 있는 다이나믹한 종합 정치 쇼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것이 될 수 있다.

선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각 정당 및 세력 별 리더들이 선거를 앞두고 진보좌파세력들이 뭉칠 수 있음을 시사했던 수준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Nueva fuerza política jugaría en contrapeso a Santos y a Uribe. 2013/06/19 –El Colombiano) POLO의 하원 의원 이반 쎄뻬따(Iván Cepeda) 주최로 각 진보정당의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각 정당 별로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개정된 법안에 따라 콜롬비아 내 군소정당들은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재야 인사들 및 경쟁력있는 정치인들을 모아서 지지를 더 많이 받던지, 아니면 정당간의 합당을 통해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사진은 콜롬비아 대통령궁 바로 뒤에 있는 의회 모습.
 개정된 법안에 따라 콜롬비아 내 군소정당들은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재야 인사들 및 경쟁력있는 정치인들을 모아서 지지를 더 많이 받던지, 아니면 정당간의 합당을 통해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사진은 콜롬비아 대통령궁 바로 뒤에 있는 의회 모습.
ⓒ 안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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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O를 이끌고 있는 당 대표 끌라라 로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미 우리는 작년 11월 한자리에 모여서 이러한 연대의 구상을 논의했습니다. 이것은 우연한 정치적 결합이 아닌 많은 진보 세력의 일치단결하자는 생각에서 비롯됐습니다."

뒤이어 과거 M(Movimiento)-19 게릴라 운동을 진행하다 91년 헌법을 계기로 제도권정치인으로 변신한 좌파 그룹의 맏형 격인 안또이노 나바로 울프(Antonio Navarro Wolff)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유진영세력(진보좌파 진형의 대선 대결구도는 보수 VS 진보의 프레임이고 보수의 선봉장을 산토스 현 대통령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바로가 주장하는 자유진영이라는 언급은 보수에 대한 반대 급부의 표현으로 이해가 가능하다)의 연합을 위한 중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진영세력들이 국가의 단결을 가능케 할 것 입니다. 이러한 통합의 과정 속에서 모든 진영은 독립적인 존재로 간주될 것입니다. 인디헤나(원주민) 운동, 사회당 그리고 POLO나 녹색당과 같은 정당들 모두가 해당합니다."

녹색당의 하원의원 앙헬라 로블레도(Ángela Robledo) 하원의원은 이러한 통합촉진 활동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아직 이러한 제안에 '생태'라는 요소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라는 당의 입장을 밝혔다.

2010년 대선 때 야권세력이 녹색당을 중심으로 뭉쳤던 모습과 유사

기본적으로 지난 2010년 대선에서 반 우리베, 반 산토스 및 반 집권여당(빠르띠도 우 – Partidode la U)이라는 가치 아래 야권세력들이 녹색당을 중심으로 뭉쳤던 모습과 유사하게 갈 가능성이 높다.

당시 목쿠스는 이러한 압축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산토스와의 여론조사 대결에서 놀라운 반전들을 몇 차례 이끌어냈다. 이러한 구상이 이번 선거에서도 다시 등장할 것은 분명하다. 자신들의 정치세력을 과시하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번 연합에는 더욱 절박한 이유가 존재한다. 내년부터 정당 진입문턱이 높아진다.(Partidos políticos enpeligro de extinción 2013/01/19 – La Semana) 내년부터 치러지는 의회 선거(양원 - 콜롬비아는 상·하원의 양원제로 구성되어 있다)에서 3%의 유효표를 획득하지 못한 당 혹은 단체(Movimiento)는 법인을 유지할 수 없다.

현행 2%에서 3%로의 변화가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최소 420.000 에서 450.000표를 얻지 못하면 정당을 유지할 수 없다. 의회진입 '문턱'이 강화된 것이다. 지금 이런 마지노선에 걸린 정당은 일개 군소정당뿐만이 아닌 POLO나 녹색당도 해당한다.

의회 진입 장벽의 확대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정당간의 결합이나 연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 이 법안에 대해 맞대응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쿠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평화회담에 기대를 걸어왔다.

정부와 Farc간의 대화 결과, Farc의 정치참여 문제 및 회담에서 논의됐던 내용을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 제헌의회가 소집될 것이라 전망됐다. 그래서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하위 법인 정당진입법안을 무력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촉박하고 정부도 강력하게 제헌의회 소집을 부인하고 있다. 결국,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는 어떠한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좌파개혁 그룹 안에서 어떠한 규모 정도로 또 어느 정도의 파괴력 있는 연대가 이루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선거는 물론 1년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대선에서 1차 선거 한 달 전은 물론 일주일 전까지 야당 후보였던 목쿠스가 여론조사에서 산토스 현 대통령을 압도했던 전례를 비추어보면 아직 콜롬비아 대선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 향방을 종잡기는 어렵다. 물론 2010년 대선은 야당후보에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다주었지만, 이런 일이 이번에는 여당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태그:#콜롬비아, #대통령선거, #산토스, #진보좌파, #의회 진입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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