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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가 요즘 제 철을 맞았다.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블루베리는 다른 과일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블루베리가 요즘 제 철을 맞았다.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블루베리는 다른 과일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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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봉급이 넉넉하진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 없을 텐데. 왜 사서 고생 하냐고 핀잔을 들었죠. 그동안 힘들어서 남몰래 울기도 했고요. 근데 지금 생각하면 후회 없어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남들보다 일찍 은퇴 준비를 시작한 양화영(51·전남 담양군 고서면)씨의 얘기다. 양씨는 전남도청에 근무하고 있는 행정직 공무원이면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다.

"5년 됐어요. 40대 후반에 시작했으니까요. 퇴직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고 블루베리를 심었죠. 블루베리 좋다는 거 다 인정하잖아요. 시력에도 좋고 노화방지, 치매예방, 항암작용도 하고요."

양씨의 말이다. 양씨의 농사 준비는 순탄치만 않았다. 주말농장치곤 넓은 330㎡를 경작해 온 그는 틈나는 대로 농사를 준비했다.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고 경험담도 들었다. 블루베리 선진 농가도 찾아다니며 재배기술을 보고 익혔다.

그리고 은행 문을 두드렸다. 모아둔 돈이 없어서 신용대출, 연금대출, 마이너스 개설 등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았다. 그 돈으로 지금의 농원 자리에 다랑이논을 장만했다. 블루베리 묘목도 구입했다. 지난 2009년이었다.

산골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는 공무원 양화영씨. 은퇴 후를 대비해 몇 해 전부터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
 산골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는 공무원 양화영씨. 은퇴 후를 대비해 몇 해 전부터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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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영 씨가 가꾸고 있는 블루베리 농원. 오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산중에서 재배하고 있다.
 양화영 씨가 가꾸고 있는 블루베리 농원. 오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산중에서 재배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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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반대했죠. 그래서 절대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수확 때 잠깐 와서 열매만 따면 된다고 달랬죠.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라고요. 초기에 혼자 논에 다녔어요. 풀베기를 감당하기 버거울 땐 어머니를 부르고 형님과 누님도 불러서 도와달라고 했죠. 집사람은 못 불렀어요."

양씨는 논에서 살다시피 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논에 들렀다가 출근을 했다. 퇴근해서도 곧장 논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논을 농원으로 꾸미고 블루베리 묘목 1000주를 심었다. 2010년의 일이다. 일하며 쉴 수 있는 창고형 농막도 직접 지었다. 새 피해를 막기 위한 방조망도 씌웠다.

양화영 씨가 자신의 블루베리 농원에서 손으로 풀을 하나씩 뽑고 있다. 그의 잡초 제거는 친환경농업의 첫걸음이다.
 양화영 씨가 자신의 블루베리 농원에서 손으로 풀을 하나씩 뽑고 있다. 그의 잡초 제거는 친환경농업의 첫걸음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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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영 씨가 블루베리 농원의 토양을 손으로 파서 보여주고 있다. 블루베리가 최적의 조건에서 자랄 수 있도록 양분을 공급해 준 것이다.
 양화영 씨가 블루베리 농원의 토양을 손으로 파서 보여주고 있다. 블루베리가 최적의 조건에서 자랄 수 있도록 양분을 공급해 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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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해 발생한 수해로 심어놓은 묘목의 3분의 1이 물에 씻겨 내려갔다. 아픔이 컸다. 고생한 보람도 없었다. 농사를 시작한 게 후회도 됐다. 실의에 빠져 혼자서 남몰래 울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 없는 일이었다. 물러설 곳도 없었다. 양씨는 다시 블루베리 묘목을 사다 심으며 더 열심히 일을 했다. 좋아하던 축구와 낚시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농사 시작 3년 만에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소득은 별 것 없었다. 직접 키운 블루베리를 이웃과 나누는 것으로 만족했다. 지난해엔 1300㎏을 수확했다. 목돈도 만져봤다. 은행에서 빌린 돈의 일부를 갚기도 했다. 오졌다.

지난해 여름엔 태풍 볼라벤이 또 한 번의 생채기를 남겼다. 두더지로 인한 피해도 컸다. 공무원이랍시고 다른 농가를 배려하느라 피해를 봤다는 얘기도 꺼내지 못했다. 혼자서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 시련을 겪으면서 단련이 된 것도 버팀목이 됐다.

몸은 힘들었지만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열매가 하나씩 달리는 것도 신기했다. 좋은 공기 마시며 몸이 건강해지는 것도 기쁨이었다. 새소리, 물소리 듣고 고라니, 꿩, 노루와 눈 마주치는 것도 즐거웠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블루베리. 전남도청 공무원 양화영 씨가 온갖 정성을 다 들여 키운 것들이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블루베리. 전남도청 공무원 양화영 씨가 온갖 정성을 다 들여 키운 것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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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의 블루베리 재배면적은 5300㎡. 절반은 농사를 시작하면서 구입한 것이고 나머지는 빌린 땅이다. 여기엔 블루베리 2200여 주가 심어져 있다. 재배방식도 남다르다. 풀은 하나씩 손으로 일일이 뽑는다. 토양의 살균을 위해 유황을 뿌려준다. 각종 해충은 유황과 천일염, 황토분말, 가성소다를 섞어 만든 황토유황합제로 막는다.

벌써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내년엔 유기재배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 사이 부인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지금은 농원에서 살다시피 한다. 양씨가 출근하고 나면 농원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워낙 열심히 일하잖아요.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 성격이에요. 천성이 부지런해서. 전들 어떻게 두고만 볼 수 있겠어요? 같이 해야죠.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지금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요."

양씨 부인 김현숙(50)씨의 얘기다. 이들 부부는 최근 블루베리 수확을 시작했다. 알이 크고 당도도 높다. 향도 좋다. 나무가 튼실해 수확량도 다른 농가보다 더 많아 2500㎏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는 지난해처럼 인터넷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한번 인연을 맺은 소비자들이 다시 찾아주는 것도 큰 힘이다.

양화영·김현숙씨 부부가 블루베리의 작황을 살피고 있다. 처음 시작은 양씨 혼자였으나 지금은 둘이서 같이 하고 있다.
 양화영·김현숙씨 부부가 블루베리의 작황을 살피고 있다. 처음 시작은 양씨 혼자였으나 지금은 둘이서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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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영·김현숙씨 부부가 블루베리 농원을 돌아보고 있다. 이들의 농원은 민가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산골에 자리하고 있다.
 양화영·김현숙씨 부부가 블루베리 농원을 돌아보고 있다. 이들의 농원은 민가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산골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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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고객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믿음을 주는 거죠. 그게 쌓여서 신용이 되니까요. 이렇게 맑고 깨끗한 산속에서 재배를 하는 것도 소비자들에 신뢰를 주는 것 같아요. 진솔하게 대하는 것도 그렇고요."

양씨의 말이다. 실제 그의 농원은 산중에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 속하는데, 도로에서 1㎞ 넘게 들어간다. 농원을 산이 둘러싸고 있다. 대낮에도 인적이 드물고 밤이면 반딧불이가 불을 밝힌다. 농원 이름에 반딧불이를 연상시키는 '반디'를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노지가 좋은 것 같아요. 사실 돈이 없어서 하우스 시설을 하지 않았는데. 햇볕도 잘 받고 당도도 그만큼 더 높고요. 앞으로도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 상태에서 키우고 싶어요. 농사도 진솔하게 짓고요."

까맣게 탄 얼굴로 활짝 웃는 양씨가 한없이 순박해 보인다. "나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이제 주변에 자랑도 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천진함도 묻어난다.

양화영·김현숙씨 부부가 일을 하다가 서로 마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양화영·김현숙씨 부부가 일을 하다가 서로 마주보며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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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화영, #블루베리, #귀농, #김현숙, #전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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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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