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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한탄. 근데 각하, 이건 역사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국어교육의 문제일 겁니다."(진중권 동양대 교수)
"6·25 북침에 놀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사자성어 '견문발검'(見蚊拔劍)에 딱 들어맞는 경우가 돼 버렸다."(김진애 전 국회의원)
"대통령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발언하다니..."(이재화 변호사)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호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타고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고교생 69%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한 것은 충격"이라면서 "교육현장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학교와 교사들에게 경고했다.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 "설문ABC도 갖추지 않은 조사"

<서울신문> 6월 18일자 1면 모습.
 <서울신문> 6월 18일자 1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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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대통령의 호통은 <서울신문>과 한 입시업체의 서투른 전자메일 조사에 근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메랑이 되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대통령도 낚였고 국민도 낚였다'는 것이다(관련기사: '북침', '남침' 헷갈린 아이들, 박 대통령은 '오버').

<서울신문> 조사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누리꾼들은 물론, 교육부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문제를 지적했다.

18일 교육부 관계자는 "정말 70%의 학생이 '남한의 북침'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북침이 북으로의 방향성을 나타내는지 북한이 한 것인지 아이들이 헷갈려서 답변했다는 게 개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다른 부서의 관계자도 "학생들이 헷갈려 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보도되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그런 (조사 결과) 보도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항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학생들이 용어를 헷갈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것이라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고,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설문 문항의 모호함에 대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서울신문>도 지난 11일자 1면 기사 "고교생 69%, '한국전쟁은 북침'"에서 "학생들이 북침과 남침이라는 용어를 헷갈렸다"고 잘못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이 조사는 <서울신문>이 제공한 문항을 입시업체인 진학사가 메일링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설문 문항은 "한국전쟁은 북침인가, 남침인가"였고, 응답자는 모두 506명이었다.

이 같은 설문 방식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설문의 ABC도 갖추지 않은 조사'라고 비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은 "문법적으로 '북침'은 '북한이 침략했다'고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문 설계단계에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설문의 ABC도 갖추지 않은 점을 반증한다"면서 "요즘엔 교과서도 '남침'이라는 표현보다는 '북한이 침략했다'고 쓰는 점에 비춰볼 때 질문은 '누가 전쟁을 일으켰나'와 같은 식으로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잘못된 질문을 던지니 2004년 0.7%의 학생이 '남한의 북침'이라고 답한 것이 100배나 뛰어오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또 "표본오차도 모르는 허술한 전자메일 조사를 정책에 활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이번 문제는 비서진이 미리 제대로 보고했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잘못된 데이터로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도 청와대 관계자도 뒷걸음질, 하지만 <서울신문>은...

하지만 교육부는 박 대통령의 17일 발언에 따라 이른바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을 내놓기 위한 내부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 말씀에 따라 노력하겠다는 차원"이라고 털어놨다.

'잘못된 설문 설계' 논란에 휘말린 <서울신문>도 이날 대통령의 호통 발언을 1면 머리기사로 전진 배치했다. 기사의 제목은 "박 대통령 '교육현장 역사왜곡 바로잡아야'"였고, 자신들이 조사한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이란 점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자신들이 만든 허술한 설문 문항에 대한 문제점은 다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북침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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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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