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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포고등학교는 창원시에 위치해 있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다. 최근 이 학교에서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직원,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나눔 문화와 인성교육을 병행하기 위해 여러 일들을 벌이고 있다. 사소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라는 틀 안에서 인성교육을 병행하려는 실천이 돋보인다.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두 가지이다. 나눔 우산과 나눔 도서. 활동 명에서도 따뜻한 느낌이 묻어난다. 나눔 우산은 집에서 놀고 있는 우산을 기증 받아 교무실에 비치해 두고 학생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대여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철저히 양심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우산을 최초로 빌려간 학생들의 말이다.

"학교에서 나눔 우산이라는 것을 한다고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우산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신기했어요. 지난주에 비가 와서 처음 사용해보았는데 아주 요긴했어요. 제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 생각하니 더 아껴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K 학생)

"사실 저희 동아리에서 이 우산을 취합하고 준비했거든요. 그린에너지학술부입니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이 사용하고 수거가 잘 안될까 봐서요. 하지만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완전 좋아요."(H 학생)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제가 좀 덜렁대는 편이라 우산을 안 가지고 학교에 자주 오거든요. 작년에도 그래서 비를 왕창 맞고 집에 간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나눔 우산이 있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물론 우산을 잘 챙기고 다녀야죠."(Y 학생)

나눔우산을 들고 있는 아이들
▲ 나눔우산 나눔우산을 들고 있는 아이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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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별 내용이 아니다. 사실 나 역시도 학교에서 처음 기획하고 우산을 모을 때는 반신반의했었다.

다음은 인성부장 이철주 선생님의 말이다.

"처음 이 사업을 기획했을 땐 걱정이 좀 있었습니다. 많이 모일 것인가? 수거가 잘 될 것인가? 선생님들에게 또 하나의 업무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요즘은 나름 만족합니다. 우산도 근 200여개가 모였어요. 어떤 학부모님께서는 취지를 공감하시고 많은 양의 우산을 기부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참 감사했어요.

몇 개씩 가져오는 아이들에게는 그냥 받으려니 고맙고 미안해서 BP(블루포인트)를 5점씩이라도 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BP를 받으려고만 우산을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기가 기증한 우산에 '합포고 나눔 우산' 이라는 새로운 이름표가 붙는 것을 보고 뿌듯하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나눔우산 앞에서 포즈를 취하신 이철주 선생님.
▲ 이철주 선생님 나눔우산 앞에서 포즈를 취하신 이철주 선생님.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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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이 우산이 제대로, 많은 학생들에게 사용이 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곧 닥칠 장마철에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나눔 도서는 책을 기부 받는다는 점에서 나눔 우산과 똑같다. 하지만 여기에 감성이 묻어있어 취재하는 내내 마음이 좋았다. 나눔 도서를 추진하고 있는 하수현 사서선생님을 만났다.

"나눔 도서는 집에서 잠자는 도서를 기부 받고 나눠읽고, 바꿔 읽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우선 학생이 책을 기부하면 쿠폰을 발급합니다. 그 쿠폰에는 학번과 이름, 읽고 싶은 책제목을 씁니다. 혹 타인이 기부한 책 중에 교환하고 싶은 책이 있을 때 쿠폰을 사용합니다. 교환하고 싶은 책이 없을 경우 추첨함에 넣으면 한 달에 3~5명을 추첨하여 읽고 싶은 책을 구매하여 교환해 줍니다."

선생님들도 참여해도 되냐고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선생님들도 쿠폰의 효력은 동일합니다. 단, 선생님께서 책을 기부하실 때는 책에 간단한 메시지, 예를 들면 '김용만 선생님이 읽음. 이 책을 읽고 더욱 멋진 성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등의 학생에게 좋은 자극을 줄 메시지를 적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서 기부는 이번 주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책을 기부한 학생과 교사가 여럿 있다. 하수현 선생님은 "전임교에서는 도서 바자회 형태로 이런 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반응이 좋아 충분히 잘될 것 같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소개 중이신 하수현 선생님.
▲ 하수현 선생님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소개 중이신 하수현 선생님.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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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하루종일 길거리에 청소년들이 보이지 않아 의아해했다고 한다. 나중에 한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거의 하루를 다 보낸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학생들이 학업에,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학교는 이미 아이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도 작은 사회다. 학생들이 보다 더 다양하고 의미있는 일들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나눔의 의미.. 내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타인을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 합포고의 이러한 나눔의 활동들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아이가 행복해야 학교 또한 행복할 것이다.
첨부파일
하수현선생님.jpg


태그:#합포고, #나눔우산, #나눔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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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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