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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사회자의 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사회자의 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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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산촌에 지난해 8월부터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오면서 사업자가 사업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39명을 업무방해로 고소·고발과 함께 16명에게는 1억3500만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지역주민들이 삭발과 함께 대규모 집회에 돌입했다.(관련기사 : "나이 80에 무슨 부귀영화 누린다고 길거리에")

17일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추진되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 사업예정지 인근에 농번기 햇볕에 검게 그을린 고령의 지역주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은산면 폐기물매립장 설치 불법행위 고발 서명'을 하면서 어깨띠와 머리띠를 두르기 시작했고, 이들은 어림잡아 500여 명이 넘어 보였다.

김기일 대책위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집회는 지역언론의 취재 열기까지 겹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폐기물장 추진을 위한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은산면 산업폐기물매립장설치 반대대책위"가 꾸려졌고,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사업 철회를 주장하며 인근지역주민들이 오늘까지 201일째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얼굴에 침 뱉고 욕하던 놈들이 우리를 비웃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사업자의 고소·고발에 맞서 사업자 불법행위 고발을 위한 서명에 돌입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사업자의 고소·고발에 맞서 사업자 불법행위 고발을 위한 서명에 돌입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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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무국장은 "농번기 지속하는 집회 때문에 모내기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두 해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매립장이 들어오면 그때는 평생을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며 "최근 여수 산단에 흙비가 내렸다고 한다, 현재 국과수에서 수사를 하고 있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인근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주범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문제의 산업 폐기물장이 이곳에 들어오려는 사업체와 같은 업체다, 하늘에서 중금속이 함유한 오염원이 내린다면 농작물은 물론 토양오염과 수질오염 등 인간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할 것이다"라며 "사업자가 처음 이곳에 만천 평 규모의 에어돔 4개를 짓겠다고 했는데 지역주민들에게 들어온 소송자료에 의하면 8만7천 평 규모에 30년 동안 폐기물을 790만 톤 가까이 매립하려는 의도를 알게 되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수치로 봐도 30년간 매일같이 차량 38대가 들락거리고 휴일을 제외한다면 매일 전국 각지에서 수은·납·비소 등 중금속에 함유한 유해물질을 실은 차량 60대 이상이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다"며 우려하며 "지난번 집회에 어르신들 얼굴에 침을 뱉고 욕하던 놈들이 아직도 주위를 맴돌며 '사업은 꼭 추진될 것이다'라며 비웃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김기일 사무국장은 "1500명 이상이 모여서 목숨을 걸고 대규모 집회를 하던 지난해 9월과 10월에 동고동락을 해오던 주민이 농지를 팔아서 우리의 뒤통수만 때리지 않았어도 이렇게 힘들게 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며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이어 정기체 전국공무원노조 부여군지부장은 "전국 밤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여군은 우리가 조상에게 물려받았듯이 우리도 깨끗이 사용하고 후손들에게 그대로 넘겨야 한다"며 "사업자에게 고통 받고 억압받은 우리가 사업자 상대로 소송을 하고 고발을 해야 함에도 주객이 전도되어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용우 부여군수가 지역주민에게 위로에 말을 전하고 있다.
 이용우 부여군수가 지역주민에게 위로에 말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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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부여군수는 "200여 일간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이곳은 재난사고가 나서 3명이 실종되어 아직도 1명의 생사도 찾지 못하는 특별재난지구에 산업폐기물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라며 "백제의 역사문화 관광과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 사업장 하나로 물거품이 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여군은 세계적인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폐기물장이 들어오면 누가 사서 먹겠느냐"라며 "본인은 지난 5월 9일 금강유역환경청을 방문하여 확고한 부여군의 의지를 밝혔으며 앞으로도 금강청과 환경부를 추가로 방문하여 지역주민들의 뜻을 전달하고 입장을 확고히 하겠으니 주민들도 조금만 더 힘내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굶어죽을 각오... 모내기도 못해도 이 자리는 나왔다"

좌측으로부터 한상천 홍산1리 이장, 한양우 각대리 이장, 유일현 은산면 이장단 협의회장이 삭발로 적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좌측으로부터 한상천 홍산1리 이장, 한양우 각대리 이장, 유일현 은산면 이장단 협의회장이 삭발로 적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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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군수의 입장표명에 이어 한상천(65) 홍산1리 이장, 한양우(54) 각대리 이장, 유일현(53) 은산면 이장단 협의회장의 삭발식이 이어졌다.

서창원 대책위 총무는 "사업예정지는 보존지구가 약 75%이고 생태자연도 2등급 이상으로 친환경 밤나무 재배단지로 특히 박근혜 대통령께서 공약사항으로 백제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한다고 하셨기에 특별법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곳은 산업폐기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집회에 참석한 사업장 주민을 만나봤다. 아무개(86·남)씨는 "작년부터 이 전쟁이 시작되면서 매일같이 농성과 집회에 농사는 뒷전으로, 모내기는 물론 밤나무 가지치기도 포도 젖순따기도 하지 못하고 굶어죽을 각오로 나왔다"며 "집회 참여로 농사에 막대한 손해가 났지만 폐기물장이 절대 설치되지 못하도록 막아 자식들에게 우리 지역을 청정지역으로 물려주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업예정지 500m 인근은 야생동물 삵, 수달 등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지로 자연생태계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가 훼손될 우려가 매우 크다"며 "포도, 수박, 밤 등 굿뜨래 농산물의 생산지로 농산물 인지도 하락으로 농업경쟁력은 잃게 되어 농민의 농가소득 감소로 지역경제는 붕괴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사업장 예정지 양쪽 산 능선 쪽으로 앉은 주민들이 질서정연하게 집회에 돌입했다.
 사업장 예정지 양쪽 산 능선 쪽으로 앉은 주민들이 질서정연하게 집회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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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매립장은 충남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 산2-1번지 일대 81만1840㎡ 부지에 사업면적 46만8958㎡, 조성 면적 28만7342㎡ 규모로 에어돔(Air Dome) 형태의 매립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매립기간은 30년으로 총 매립가능용량은 789만5250톤이다. 매립장 인허가 부서는 금강유역환경청이고 최종 승인 권한은 부여군에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그:#산업폐기물매립장, #201일째 농성, #부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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