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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는 경남 창원에 살고 있는 '아롱이'라고 합니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직 어린 강아지예요.

지난 4월 21일, 26일 저와 관련된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는데, 혹시 보셨나요? 저와 함께 태어난 새끼강아지 9마리는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빈집에서 태어났죠. 할머니가 돌아가신 걸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제 형제들과 엄마개, 할머니개는 유기견이 될까봐 걱정했답니다.

옥상에서 내려오다가 잠시 쉬고 있어요.
▲ 계단위의 아롱이 옥상에서 내려오다가 잠시 쉬고 있어요.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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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처음 우리 9남매를 나무더미 속 구덩이에서 찾아내고 놀라워했던 아줌마의 모습과 목소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4월 6일, 아줌마 가족들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49재를 마치고 왔을 때, 나는 9마리의 새끼강아지들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얼룩 점박이 형제들 중에서 나 혼자만 하얀 강아지였거든요.

그래서 나만 안방까지 초대를 받기도 했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답니다. 그날 창원에 살고 있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의 아줌마와 아저씨는 여러 번의 실랑이 끝에 할머니개를 붙잡아 목걸이를 하고 줄로 묶어 두었답니다.

우리들이 어느 정도 자라 바깥 출입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되면, 할머니개와 엄마개를 따라서 산과 들로 떠돌아 다니는 유기견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요. 우리 엄마개는 머리가 영리해서 아예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붙잡히지 않았지요.

4월 6일, 할머니 49 종재식이 있던 날의 아롱이
▲ 새끼 강아지 시절의 아롱이 4월 6일, 할머니 49 종재식이 있던 날의 아롱이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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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네 가족들이 떠나간 후, 우리 9남매들은 묶이지 않은 엄마개와 함께 빈집 넓은 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놀며 자랐답니다. 엄마개를 졸래 졸래 따라다니며 대문 밖 길에도 나가기도 하고, 텃밭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몇 몇 형제들은 집 앞 수로에 빠지기도 해서 가끔 사료를 주러 오시는 이웃집 아저씨의 도움으로 엄마곁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4월 20일 토요일, 저를 포함한 8명의 형제들과 묶여 있던 할머니개가 그 집을 떠나게 되었답니다. 2일후인 4월 22일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생신이기에 아줌마네 가족들이 다시 온다고 하는데, 사료를 주러 오던 아저씨와 또 다른 아저씨에게 붙들려 트럭 뒤에 실려 오게 되었답니다.

빈집에 얼룩강아지 1마리와 뒷산으로 도망을 친 엄마개만 남겨 두고. 우리들이 탄 트럭이 출발을 하자마자 할머니개가 여러번의 힘겨운 실랑이를 벌이던 끝에 기적처럼 목줄을 벗어 버리고, 순식간에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 내려 다시 빈집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할머니개는 우리 8마리의 손주·손녀와 자식들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빈집이 더 좋았나봅니다. 그렇게 우리 8형제들은 트럭을 타고 전북 오수라는 고장으로 옮겨 오게 되었습니다.

그후 4월 22일, 아줌마를 비롯한 아줌마의 언니, 동생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생신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멀리 뒷산 위에 올라 앉은 할머니개와 엄마개를 발견하고는 많이 허탈해 했다고 합니다. 아마 귀여운 저를 만날 수 없어서 더 그랬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날 오후 내내, 아줌마와 가족들은 남겨진 한 마리의 강아지를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우리 8마리 형제를 데려간 아저씨에게 전화를 해서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남겨두고 간 강아지 한마리를 도저히 찾을 수 없으니, 가져간 강아지 중에서 흰강아지를 다시 돌려 줄 수 없느냐고요. 그래서 아저씨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답니다.

아줌마는 8마리의 강아지 중에서 왜 흰강아지라고 저를 콕! 찍어서 이야기를 했을까요? 그것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아줌마네 셋째 언니가 4월 6일 저를 만나고 간 후에 꿈을 꾸었대요. 어느날 아침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지만, 흰강아지인 제가 셋째 언니 침대속으로 쏙 들어오더니 셋째 언니의 품에 아무렇지도 않게 포옥 안겼대요.

그 꿈을 꾸고 나서 주변 사람에게 꿈이야기를 했더니, 셋째 아줌마네 집에 새로운 가족이 들어오거나 아니면 태몽같다고 하더래요. 마침 5월 11일에 셋째 아줌마네 큰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기도 했지만, 그 꿈을 꾼 후 셋째 아줌마는 시골에 왔는데 내가 없어서 많이 섭섭해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나는 4월 22일 저녁 9시, 전북 오수의 의견공원이 있는 다리 입구에서 아줌마를 만났고, 아저씨의 품에서 얼른 아줌마의 품으로 안겨 버렸답니다.

아줌마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먼저 저에게 이름부터 지어주자고 했습니다. 나의 엄마개와 할머니개가 이렇다할 이름이 없어서 아줌마들은 엄마개, 할머니개 모두에게 '예삐'라고 부르고 있거든요. 내 꿈을 꾸었다는 셋째 아줌마가 '방울이'라고 부르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아줌마 손에 목욕을 한 후, 나는 몹시 추워서 덜덜 떨었답니다. 그래서 아줌마는 저를 따뜻한 안방에서 아줌마와 함께 잠을 자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 다음날일 4월 23일 이른 새벽, 나는 몹시 덥게 느껴진 탓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내내 헉헉 거리며 힘들어 했지요. 그러자 아줌마는 거실로 나와서 나를 빈박스에 넣었습니다. 그때 낑낑대기 시작하는 나를 두고 차마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줌마는 내가 들어 있는 박스 옆에 이불을 깔고 누웠습니다.

잠깐 잠에 들었을까? 갑자기 마당에서 할머니개와 엄마개가 마구 짖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가 빈방 창문을 열고 밖을 살펴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엄마개는 대문 밖에서, 할머니개는 마당을 서성이며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짖고 있는 것을 아줌마는 발견했대요. 아직 이른 새벽이라 주변은 멀리 가로등불과 달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는데, 그렇게 '엄마개와 할머니개가 적지 않는 시간동안 빈집을 지키고 지내고 있었구나...' 하면서 아줌마는 마음이 울컥했다고 해요.

잠시후 아줌마가 내 곁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마당에서 강아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다시 창문을 밖을 내다 보았대요. 그랬더니 어제 오후내내 그렇게 찾아 헤매었던 얼룩강아지가 엄마개랑 어울려서 마당을 다니고 있더래요.

아줌마는 깜짝 놀라서 다른 아줌마들을 깨워 그 광경을 보여 주고 얼른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나왔대요.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새끼강아지가 사라지고 없더래요. 그때부터 다섯 아줌마들은 다시 사라진 얼룩강아지를 찾아서 집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지요.

잠시후 아줌마는 창고에 미처 타작을 하지 못하고 쌓아둔 콩대 무더기가 의심스러워졌지요. 그래서 콩대무더기 밑에 뚫린 작은 구멍속으로 나를 들여 보냈습니다. 나는 그 구멍속으로 한발 한발 들어갔는데, 그 속에 얼룩무늬 강아지가 몸을 한껏 움츠리고 숨어 있었습니다.  내가 그 강아지 엉덩이를 툭 치면서 '야! 무서워할 거 없어~ 우리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했는데, 얼룩무늬 강아지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서 조용히 하고 빨리 나가라고 신경질을 냈습니다.

나는 그냥 뒤돌아서 나왔지요. 아줌마는 혹시 콩대속에 강아지가 숨어 있다면 나를 따라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 혼자만 나오자 콩대 속에는 없나보다... 하고 잠시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다른 곳은 강아지 숨을 곳이 없어서, 다른 아줌마들을 불러 모아 마당에 비닐 천막을 깔고 콩대를 하나 하나 천막 위에 쌓았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아줌마는 콩대속에 몸을 숨긴 얼룩무늬 강아지를 발견하고 아주 흥분을 해서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여기 있다!"

그렇게 얼룩무늬 강아지를 발견한 아줌마는 그 강아지도 저에게 했던 것처럼 따뜻한 물로 목욕부터 시켰습니다. 사실 나는 성격이 명랑하고 쾌활하며 호기심도 아주 많답니다. 애교도 많고요. 그런데 얼룩무늬 강아지는 어찌나 소심하고 무서움을 많이 타는지 자꾸 어디론가 숨으려고만 했습니다.

사실 얼룩무늬 강아지와는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특별히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9남매가 지내면서 누구하고만 친하게 지낼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아무튼 그날 얼룩무늬 강아지와 나는 같은 종이 박스에 담겨져 다섯 아줌마들과 함께 그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줌마가 다시 붙잡아 매어 놓은 할머니개와 붙잡히지 않은 엄마개를 뒤로 한 채로요.

많은 비가 내리는 4월 23일 그날 오전,  우리 둘이 담긴 박스를 아줌마가 차에 싣자 엄마개가 소리내어 슬프게 울던 울음소리는 지금도 내 기억에 남아 있답니다.

달리는 차 속에서 아줌마들은 우리 두 강아지의 이름을 새로 지어 주자고 했습니다. 어떤 이름을 지어 줄까...고민을 하다가, '알록 달록'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어서 여자이고 흰강아지인 나를 '아롱이', 남자인 얼룩강아지를 '다롱이'로 부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하루만에 '방울이'에서 '아롱이'로 개명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날 오후, 경남 함안에 있는 창원 아줌마의 시댁에 도착한 아줌마네 일행은 강아지 한마리만 키우고 싶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부탁을 했답니다. 아직 두 강아지가 많이 어리고, 또 낯선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당분간만 함께 키우시라고요. 그리고 행여 도저히 두마리를 키우지 못할 것 같으면, 꼭 하얀 강아지인 나 '아롱이'를 키우시고, 얼룩강아지인 '다롱이'를 다른 집에 보내라고요. 

물론 아줌마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부탁을 한 이유를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죠? 셋째 아줌마의 꿈에 내가 태몽으로 나타났었다는 사실을요.

그런데 10일쯤 지난 5월 4일 토요일, 할아버지는 그렇게 좋아하는 며느리인 아줌마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흰강아지인 나 '아롱이'를 다른 집으로 보내고,  얼룩강아지인 '다롱이'를 키우시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려 줄게요. >

4월 28일, 조금 더 자란 모습의 아롱이
▲ 아직도 앳된 아롱이 4월 28일, 조금 더 자란 모습의 아롱이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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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헤어지기 전에 아롱이와 다롱이
▲ 아롱이와 다롱이 5월 5일, 헤어지기 전에 아롱이와 다롱이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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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실을 예정입니다.



태그:#친정엄마, #선물, #아롱이와 다롱이, #아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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