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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에 부당하게 개입해 수사를 축소시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조사를 받고 5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밖으로 나서고 있다.
▲ 김용판 '질문은 사양합니다' 지난해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에 부당하게 개입해 수사를 축소시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조사를 받고 5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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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 18대 대선에 개입했고,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조작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범행을 지시한 배후는 여전히 의혹만 남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16일 경찰에 축소수사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배후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전 청장의 배후가 '몸통'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김 전 청장의 배후, 김 전 청장과 12·16 직거래(경찰이 지난 대선 이틀 전인 12월 16일 심야에 긴급 수사중간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는 의미)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제보가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영선 의원은 '몸통'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박근혜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이명박 정부가 BBK사건을 다뤘던 스탠스와 똑같은 행위를 보인다면 민주당도 언젠가는 이 부분을 밝힐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경고했다. 이어 "저희는 박원동 전 국정원 국장의 배후에 대한 제보도 가지고 있으나,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가안정을 위해 지금 자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영선 "김용판 전 청장의 배후가 '몸통'"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의 '몸통'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이들 사건의 성격이나 비중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나 김용판 전 청장 선에서 자칫 '국기 문란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는 일들이 결정되고 실행하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특위 및 국회 법사위원들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점'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김용판이 왜 증거인멸을 하고, 수사 축소·은폐, 불법적 중간결과 발표를 지시하도록 했는지에 대한 원인은 (검찰 수사에서)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며 "중간 수사 발표의 배후를 밝히는 것만이 사건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한 공소장에서 "국가정보원의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내용의 왜곡된 수사결과를 발표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국정원의 개입의혹을 해소해주는 발표방안을 강구하라고 하였다"(공소장 9p)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이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이 같은 범죄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한다고 발표했다.
▲ 검찰, 국정원 의혹 관련 수사 발표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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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몸통'에 대한 제보가 당에 접수돼 있다고 밝혀, 향후 국회 국정조사나 재판 과정 등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영선 의원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해 "원 전 원장의 불구속이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MB 측근들의 외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 김 전 청장의 불구속은 TK(대구·경북) 라인의 외압에 의한 불구속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저희 당에 들어온 여러 제보의 정황으로 미뤄 김 전 청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내담당총괄국장이 이번 사건에 있어서 분명 직거래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동안 김 전 청장이 대구와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사실을 언급하며 "김 전 청장이 누군가를 협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 의원이 언급한 김용판 전 청장의 배후가 누구냐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청장에게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경찰이 지난 대선 이틀 전인 12월 16일 심야에 긴급 수사중간결과 발표를 강행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전 청장의 공소장에서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기 위해서 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박근혜 캠프 인사가 김 전 청장에게 모종의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어, 박 의원이 언급한 '배후'가 박근혜 캠프 인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새누리당과 교감 여부, 국정조사로 밝혀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정치·선거 개입을 지시한 배경에도 윗선이나 배후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실을 확인하고도, 실제 어떻게 실행됐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확보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는 이명박 정권의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 국정원이 개입하라는 원 전 국정원장의 지시가 담겨 있는 만큼, 지시가 실제로 어떻게 실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들이 없었는지를 광범위하고 면밀하게 수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앞서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해 자행된 광범위한 국정원법 위반 행위들을 검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원 전 원장이 왜 그러한 불법적 정치개입을 했는지, 누구 지시에 의해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주로 행정 업무만 해온 원세훈 전 원장이 2009년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믿음을 준 '복심'이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수시로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 현안 보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선거·정치 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것 외에 배후까지 수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음을 토로했다.

문병호 의원은 "원세훈 전 원장이 단독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겠느냐"며 "MB와의 관련성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2월 16일 김용판이 그런 허위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나 새누리당과 교감이 없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수사하지 않았다"며 "국회 차원에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담기지 않은 추가적인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며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지난 2004년 10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원세훈 행정1부시장.
▲ 이명박 시장과 원세훈 부시장 시절 지난 2004년 10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원세훈 행정1부시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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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국정조사? 국정원 직원 매관공작부터..."
민주당 "특정언론과 새누리당의 짜고 치는 고스톱?"

그러나 새누리당은 당초 민주당과의 합의를 외면한 채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국정원 사건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민주당이 국가기관인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교사하여 선거에 이용한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물타기'에 나선 것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고, "국정원 사건의 핵심은 민주당 교사에 의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공작 여부, 민주당에 의한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유린 여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대선 개입 유무 등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에 앞서 국정원 간부 김모씨에게 총선 공천을 약속하고 국정원 기조실장 제의를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흠 대변인이 거론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공작' 의혹은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새누리당이 특정 언론사의 잘못된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며 "특정 언론사와 새누리당의 연계성은 무엇인가?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특정언론사와 새누리당이 연계가 된 보도가 2012년 총선 때부터 계속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도 "특정언론의 매관매직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건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 한 정당에 대한 도전이고, 정치체제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그:#국정원 대선 개입,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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