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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상당수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이 표출되었는데, 이는 한 노동자가 끈질기게 요청해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황종열(59·창원)씨가 그 주인공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그는 경남 창원시를 비롯한, 부산광역시,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제주시, 성남시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해당 시청 담당자들이 받아들여 실행에 옮긴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황종열씨는 전국 상당수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을 표출하도록 하는 민원을 해당 자치단체에 제기해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황종열씨는 전국 상당수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을 표출하도록 하는 민원을 해당 자치단체에 제기해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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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거의 대부분 도·시·군·구청은 자체 홍보 전광판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홍보 전광판에는 대부분 관광지 홍보와 행정·행사 안내, 구인정보 등이 담긴다. 최근 상당수 시정홍보 전광판에는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이 함께 소개되었는데, 황씨가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몇몇 자치단체는 시정홍보 전광판에 '근로자'라는 단어 대신에 '노동자'라는 표기를 하기도 했다. 노동단체들은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자'라는 단어가 표기된 것은 '획기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 12가지 표출 요구

황종열씨가 요구했던 '노동법 관련 준수 내용'은 모두 12가지다. 일부 자치단체는 시정홍보 전광판에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와 '최저임금' 안내를 해왔지만, 황씨는 10가지를 더 요구했던 것이다. 그내용은 다음과 같다.

▲18세 미만 근로자는 오후 10시~오전 6시까지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시 본인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계속 근로연수 1년에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받아야 한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인데, 3년만 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청구할 수 있다. ▲회사가 파산․도산 등으로 임금지급 능력이 없는 경우 국가가 임금을 대신 지급해 주는 체당금제도가 있다. ▲1주일간 소정근로시간을 개근한 경우 반드시 1일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일하다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4일 이상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산재보상보험법에 따라 치료받을 수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목격자를 확보하고 목격자가 없을시 119를 불러 사고의 근거를 남겨두어야 한다. ▲제조업에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에는 반드시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적어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징계․인사발령․해고가 부당하다 생각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노동자가 알아야 할 내용도 있지만, 사용주가 먼저 알고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황씨는 "노동자가 노동법 내용을 많이 안다고 해도, 사장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사장들이 먼저 알아야 할 내용 위주로 정리했고, 사장을 교육시켜 보겠다는 속셈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장 교육이 핵심'이라는 것.

최근 대전광역시는 옥외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을 표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황종열씨가 대전시청에 민원을 제기해 이루어진 것인데, 대전시는 민원을 해결했다며 관련 자료사진을 첨부해 회신하기도 했다.
 최근 대전광역시는 옥외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을 표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황종열씨가 대전시청에 민원을 제기해 이루어진 것인데, 대전시는 민원을 해결했다며 관련 자료사진을 첨부해 회신하기도 했다.
ⓒ 대전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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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같은 민원 제기에 나선 데는 까닭이 있다. 개인적인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 사이 네 차례 4개 업체에서 일했지만, 모두 불과 며칠만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로서 정당한 요구를 했는데, 업체에서는 그만두라고 했던 것이다. 가령 업체에 근로계약서를 왜 작성하지 않는지를 따졌더니, 또 업체에 의료보험을 왜 해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업체는 그를 잘랐던 것이다.

그는 자치단체마다 홍보 전광판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통한 '사장 교육'을 생각했다. 먼저 창원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창원시는 시청 전광판에 지난 5월 한 달 동안 노동법 관련 내용을 게시했다.

그는 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전광판 개수를 파악하는 행정정보공개를 신청했다. 경남은 시·군청 모두 민원을 제기했지만, 경기·경북·전남·전북·강원·제주 등 다른 지역은 시청 위주로 제기했다.

거의 대부분 자치단체에서 그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부산광역시는 시청 앞 옥외전광판에 12개 항목을 6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매달 1개항씩 12개월 동안 내기로 했고, 그것도 하루 70회씩 표출하겠다고 회신했다.

세종시는 6월 한 달 동안 12개 항목 모두를, 제주시는 6월 7일부터 20분씩 4개 항목으로 나누어, 거제시는 6월부터 12개월 동안 매달 1개 항목씩 전광판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요청한 노동법 관련 정보가 정확한지 사실을 확인하여 바른 정보를 시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해당 기관에 사실 확인을 했고, 내용의 신뢰성을 주기위해 노동법 적용 조항을 추가해 시청 전광판에 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팩스 보내놓고 받았는지 확인 전화까지 ... 전화비만 30만원 넘어

황종열씨는 자치단체마다 민원을 팩시밀리로 보내고, 다시 전화를 걸어 팩스를 받았는지 확인까지 했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국 상당수 시·군청의 담당부서 전화번호와 팩시밀리 번호를 파악해 놓았고, 나머지 지역도 같은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지난 4월부터 이같은 민원을 하면서 들어간 전화비용만 해도 30만 원이 넘는다. 현재 실업자인 그가 부담하기에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는 노동 문제와 산업재해 관련한 문제를 고용노동부장관과 청와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앞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노동 관련 민원을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제기해 봤자 시군청의 담당 부서로 이첩했다는 답변만 받을 뿐"이라며 "그래서 직접 해당 시군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황종열씨는 전국 상당수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을 표출하도록 하는 민원을 해당 자치단체에 제기해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며 관련 자료를 펼쳐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황종열씨는 전국 상당수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준수내용'을 표출하도록 하는 민원을 해당 자치단체에 제기해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며 관련 자료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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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민주노총 경남본부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치단체에 요구할 '노동법 관련 내용'을 파악·정리하기도 했다. 황씨가 제기한 민원으로 시정홍보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안내가 나오는 성과를 거두자 민주노총이 적극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재명)는 최근 운영위원회에서 황씨의 사례를 소개한 뒤 "경남지역 각 시군에서 일괄로 노동법 관련 전광판 표출을 요구"하기로 했으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안해 전국에 동시로 이를 요구하기로 했다.

황씨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홍보전광판에 '산재 사망 몇 명'이라는 표현보다 산업재해와 관련해 사장이 알아야 할 내용을 표현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 보고 있다. 그는 조만간 공단에 홍보전광판의 문구 수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황씨는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많이 싸우기도 했다"며 "노동 관련 문제는 노동자들보다 사장들이 먼저 알고 지켜야 할 내용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황종열, #시정홍보 전광판, #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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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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