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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산 정상 팔각정
 심학산 정상 팔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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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따라 강남가다. 지난 일요일 61년지기 초등학교 동창 세친구가 오랜만에 만나 파주에 있는 심학산 산행을 하며 찍은 동영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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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친구)도 보고 뽕(버찌)도 딴, 파주 심학산 산행

며칠 전 61년 지기인 초등학교 친구가 전화해 "아니 넌 어딜 싸돌아다니는데, 그렇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거냐? 혹시 너 사람 가려 전화받는 것 아니냐?"라고 한소리 했다. 친구는 "너 만나는 것이 '임금님 상투' 보기보다 어렵다"며 6월 9일 일정을 물었다.

친구에게 그런 소릴 듣고 나니 그동안 내가 욕먹을 짓 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서 더는 변명하지 않고 9일 약속 시간에 맞춰 부천에 있는 친구 사무실로 갔다.  친구는 서울 사는 다른 동창도 불렀다며 그가 오면 가볍게 파주 '심학산'에 올랐다가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오랜만에 오붓하게 셋이서 서울 외국순환고속도로와 시원하게 뻥 뚫린 자유로를 달렸다. 얼마가 흘렀을까, 심학산 기슭에 도착하니 세상이 온통 신록에 물들어 있었다.

모심기가 끝나 한창 활착기에 접어든 드넓은 파주평야 들녘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심학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던 '법성사 法成寺'는 '약천사 藥泉寺'란 이름으로 개명했다. 으리으리한 '도량 道場'으로 변모한 이 사찰은 불교대학까지 거느린 중심사찰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요일을 맞아 사찰을 찾은 신도들 차량과 등산객들이 엉켜 심학산 들머리 일대부터  붐볐다.

심학산 들머리 입구에 민가에 핀 장미와 구절초꽃이 장독대와 어우러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심학산 들머리 입구에 민가에 핀 장미와 구절초꽃이 장독대와 어우러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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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법성사 (法成寺)였던 사찰을 약천사(藥泉寺)라 개명하고 도량을 크게 번성하였다.
 원래는 법성사 (法成寺)였던 사찰을 약천사(藥泉寺)라 개명하고 도량을 크게 번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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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산은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서남단 한강변에 있는 산으로 해발 194m의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바로 코앞에 자유로와 한강이 나란히 흐르고 있다. 또 한강 저 건너편 김포평야와 애기봉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날씨 좋은 날엔 인천대교, 강화 마니산, 개성의 송악산, 북한의 선전마을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조선말 이곳 교하 지역으로 천도(遷都)설이 있었을 만큼 '명당 중의 명당'이다. 6·25 전쟁 이후 한강 하구에 군 작전용 철책선이 설치되어 사람의 내왕이 통제되고 있는데,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새 도래지가 되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수십 만 마리의 철새들이 심학산 바로 앞 한강 둔치로 날아온다. 이 시기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학(두루미)을 볼 수 있다.

또한, 매년 5~6월이면 파주시에서 심학산 '돌 곶이 축제'가 열린다. 연말에는 '파주 해넘이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또 심학산 허리를 중심으로 둘레길이 조성돼 있기도 하다. 수도권과 잘 연결돼 있어서 그런지, 일요일이면 많은 가족 나들이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심학산 약천사 대웅전 원래 법성사 대웅전이었었다.
 심학산 약천사 대웅전 원래 법성사 대웅전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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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 거대 좌불상
 약천사 거대 좌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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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웅장한 약천사 지나 거대 좌불상과 도량과 어울리지 않는 아주 작은 대웅전(구 법성사)을 돌아보고 쉬엄쉬엄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등산로를 걷다보니, 둘레길로 연결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느리게 산을 걸었는데, 심학산 정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시각이 낮 12시.

팔각정엔 인파가 많아 조망이 쉽지 않았다. 또 엷은 박무 현상이 나타나 곧바로 '돌곶이' 방면으로 하산했다. 그런데 "성 하의 계절을 맞이해 실록이 얼마나 흐드러지게 우거졌으면 마치 내가 심심산골"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나 홀로 사진을 찍다 보니 친구들은 벌써 저만큼 앞서 가고 있다.

심학산 하산길에 따 먹은 녹익은 '버찌' 열매
 심학산 하산길에 따 먹은 녹익은 '버찌'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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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과 손이 선지피처럼 새빨개 지도록 '버찌'를 따는데 재미들린 친구
 입술과 손이 선지피처럼 새빨개 지도록 '버찌'를 따는데 재미들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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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부지런히 친구들을 따라가니 두 친구가 벚나무 가지를 휘어잡고 새까맣게 녹 익은 '버찌'를 따 먹고 있었다. 친구들은 손과 입이 시뻘겋게 물이 들도록 따 먹으며 나더러 빨리와 오염되지 않은 자연산 버찌를 따먹으라고 했다. 친구들이 따 준 버찌 한 알을 입에 넣었는데 지난해 백두산 산행 때 따먹은 토종 '블루베리' 맛에 버금갈 정도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그렇게 한동안 버찌를 따 먹다 보니 입 언저리와 손바닥이 시뻘겋게  물들었다는 사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한동안 '파안대소'를 하다 혹시 사람들이라도 만나면 창피할 것 같아 일부러 인적이 드문 숲길을 따라 하산했다. 그 길에서 내 작은 키가 묻힐 정도로 우거진 숲을 만나 잠시 갈팡질팡 했지만, 곧 길을 다시 찾았다. 우리는 주차장에 도착해 서둘러 차를 몰아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 훈련센터" 인근에 있는 '두부 마을'로 갔다.

심심산골 방불케 녹음이 우거진 심학산 하산로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길을 잃고 갈팡질팡 알바를 했다.
 심심산골 방불케 녹음이 우거진 심학산 하산로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길을 잃고 갈팡질팡 알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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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산 유래


교하면 동패리에 소재하고 있는 심악산은 한강하류에 있는 산으로 동편은 동패리, 서편은 서패리, 남편은 산남리 등 3개리가 있다. 가운데에 우뚝 솟은 봉우리와 동체는 마치 대호가 옆으로 누워있는 형상인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물 위에 떠있는 큰 군함같기도 하다. 또한 장군 영병 비룡상천형이라고도 한다.

산봉우리 주위는 바위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심부 10여평 남짓한 평평한 곳이 있는 이 자리는 수십 자를 파도 비세황토 흙이 나온다고 한다. 바로 이곳이 풍수지리설로 천자가 나올 자리(천자지지)라 전해져 욕심내는 사람들은 밤중 남몰래 시체를 암매장하였다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자리에 시체를 매장하면 산이 울며 동네에서 병고가 일어났다고. 그래서 동네 사람들을 일제히 상봉에 올라 시체를 파헤쳤다 한다. 조선조 말 김포에 살던 예안이씨 이지열(李志烈)이 이 마을에 들어와 훈학을 하였으나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곳에 몰래 시체를 암매장하였다. 그러자 이 동네에 사는 김면제(金勉濟) 성균관박사 댁(成均館博士宅) 하인이 일자무식한 사람인데 별안간 미쳐서 '이지열이가 여기다 산소를 써서 큰일 났다'며 동네를 뛰어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산에 올라가 파헤쳤다. 이러한 연유로 인하여 지금은 아예 묘를 쓸 생각조차 못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 묘자리 턱 바로 아래 발복지지 묘도 2개소가 나란히 있다 한다.

옛날에는 이 산 주위로 물이 흘러 한강 가운데 있는 섬으로 되어 있었다 한다. 그러므로 한강 물을 막고 있다하여 당초에는 수막산(水漠山)으로 불렸다. 그러나 조선조에 내려와 '언제나 홍수가 있을 때에는 한강물과 조수물이 넘쳐 수막산이 물 속에 잠기게 됨으로 깊은 물에 들어갔다' 하여 심악산(深嶽山)이라 불리게 됐다.

그리고 경기 오악(송악, 감악, 심악, 북악, 관악)중에 하나로 불리고 있다. 그후 조선조 숙종대왕 시절 왕궁에서 학을 기르다가 학 두 마리가 도망을 치자 궁궐에서는 이 학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수소문했다. 이후 학 2마리가 심악산에 와 있는 것을 보고 잡아간 후 숙종대왕께서 이 산에서 학을 찾았다 하여 심학산(尋鶴山)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항간에는 수막산으로 불리고 있으나 각종 문헌에는 심악산으로 명기하고 있으며 이 심악산 동편 중턱에는 유명한 법성사(法 成寺)절이 있고 위에는 속병이 잘 낫는다는 신기한 약수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모여들고 있다. 또한 이 산은 조선조에 유명했던 송구봉 선생께서 탄생하여 성장하신 명산이다. 따라서 일설에는 송구봉선생이 출생할 때 정기를 흡수하여 이 산에 초목이 일시 고사(枯死)하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온라인 자료 참고 작성)


심학산에는 야생화 단지를 조성해 오가는 사람들 눈길을 끈다.
▲ 바위틈에 핀 노랑붓꽃 심학산에는 야생화 단지를 조성해 오가는 사람들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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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심학산, #돌곶이축제, #약천사, #법성사, #파주해넘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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