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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가 5.18단체가 개최하는 5.18특강을 불허한 가운데 11일 오후 7시부터 대구교대 본관 1층 로비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특강을 강행했다.
 대구교대가 5.18단체가 개최하는 5.18특강을 불허한 가운데 11일 오후 7시부터 대구교대 본관 1층 로비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특강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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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대학교(대구교대)가 '5·18광주항쟁 특별강좌' 개최를 승인했다가 '일베' 회원들과 일부 보수층의 항의가 이어지자 주차 공간 부족을 이유로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 그러나 5·18 관련 단체들의 항의가 쏟아진 가운데 행사를 강행했다(관련기사 : 일베 항의에 '5.18광주항쟁 특별강좌' 불허?).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등으로 구성된 (가칭)5·18왜곡저지국민행동과 역사정의실천연대는 11일 오후 7시부터 예정된 '일베에게 상처받은 벗들을 위한 5·18광주항쟁 특별강좌'를 당초 대구교대 제1 강의동 102호에서 본관 1층 현관앞 복도로 옮겨 진행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 작가는 "끝까지 도청에 남은 사람을 기억하자"는 주제를 "어쩌다가 대구가 이렇게 됐나"라는 주제로 바꿔 일제강점기부터 인혁당 사건까지의 대구 현대사와 광주의 의미,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광주항쟁 공식 기념곡으로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했다.

서해성 작가는 복도 바닥에 앉아 강의를 듣는 청강생들을 행해 "허리가 아픈 불편한 자리에서 듣는 강연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며 "오늘 왔던 강의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작가는 "이게 진짜 강의다, 머리에 남는 게 아니라 몸에 남아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며 "오늘 월드컵예선 축구경기가 열리는데 우리 강연이 축구보다 더 재미있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홍구 교수는 "원래 광주 얘기를 진하게 해보자 했는데 오늘 대구교대에서 장소를 불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다가 대구가 이렇게 됐나'로 제목을 바꾸었다"며 "대구 역사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대구를 알면 광주가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교대가 5.18단체가 주최한 특강을 불허하자 11일 오후 7시부터 대구교대 본관 1층 로비에서 60여 명의 청중들이 모인 가운데 한홍구, 서해성의 강연을 강행했다.
 대구교대가 5.18단체가 주최한 특강을 불허하자 11일 오후 7시부터 대구교대 본관 1층 로비에서 60여 명의 청중들이 모인 가운데 한홍구, 서해성의 강연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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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와 서 작가는 일제강점기 때 대구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을 시작으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 해방 직후 대구와 경북 일대에서 벌어진 10월항쟁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인 박상희씨가 구미와 선산에서 폭동을 주도하고 넓은 들판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서 작가는 "대구에는 세 가지 꽃이 있다"며 국채보상운동, 이상화 시인, 2·28학생운동을 들었다. 국채보상운동은 민족자주운동으로 대구에서 가장 먼저 불꽃을 만들어냈고 이상화 시인은 겨레글의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이어 2·28학생운동은 4·19의거를 만들어낸 시작점이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일제시대 대구의 기생들도 해방운동을 이끌고 민중운동을 이끌었다"며 "대구는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릴 만큼 민중운동이 강하게 일어났던 곳으로 지금의 대구시민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 "독재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라며 "대구의 3대 보화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자부심을 현재에 이어가자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구의 꽃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복도에 앉아서 하는 불편함에도 60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김두현 5·18민중항쟁 33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장은 "학교 측과 대화를 하면서 설득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불편한 장소인데도 많이 와주었다"고 인사했다.

강창덕 인혁재단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인혁당 사건으로 많은 사람을 형장의 이슬로 보내 가슴이 아팠는데 한홍구 교수가 과거사위원회에서 많은 일을 해 주셨다"며 "오늘 이자리에서 만나뵈니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강연을 들은 박인화(20)씨는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를 조금밖에 배우지 못해 많이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며 "복도 바닥에 앉아서 강연을 듣는다는 게 황당했지만 뜻깊은 강연이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민세인(38, 교사)씨는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바르게 알아야겠다는 마음에 강연을 듣게 됐다"며 "오늘 두 분의 강연에 많은 공감을 하고 학생들에게도 일본어뿐만 아니라 한일 근현대사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교대는 이날 강연을 불허한 이유로 "대학원생들의 야간 수업일인 매주 화, 목요일은 주차공간이 포화상태"라며 주차공간의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강연이 시작된 오후 7시와 7시 50분, 8시 30분에 걸쳐 주차 공간을 확인한 결과 빈 공간이 상당수 있었다. 강연을 불허할 만큼의 주차 공간 부족의 이유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대구교대가 당초 5.18특강을 승인했다가 '일베' 회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주차공간 부족을 이유로 장소사용을 불허했지만 특강이 강행된 11일 오후 7시 40분경 대구교대의 주차장은 비교적 한가해 장소를 빌려주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대구교대가 당초 5.18특강을 승인했다가 '일베' 회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주차공간 부족을 이유로 장소사용을 불허했지만 특강이 강행된 11일 오후 7시 40분경 대구교대의 주차장은 비교적 한가해 장소를 빌려주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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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5.18특강장소로 사용하려 했던 대구교대 제1강의동 102호 강의실. 대구교대가 장소를 불허한다고 밝힌 뒤인 11일 오후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당초 5.18특강장소로 사용하려 했던 대구교대 제1강의동 102호 강의실. 대구교대가 장소를 불허한다고 밝힌 뒤인 11일 오후 문이 굳게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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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선 오후 4시 30분 5·18단체 등 시민단체들은 대구교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5·18특별강좌의 불허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600명이 개입했다는 역사 왜곡이 판을 치고 있는 시점에서 대구교대가 강연을 취소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에서 역사 왜곡에 동참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두현 행사위원장은 "5·18민주화운동은 지난 1980년 5월 광주를 포함한 여러 지역 시민들이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국민적 저항이고 민중항쟁"이라며 "초등학생들에게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가르쳐야 할 예비교사들에게 이러한 강좌는 적극 권장돼야 하지만 대구교대는 오히려 정체불명의 집단에 휘둘려 강좌를 취소했다"고 비난했다.

5.18민중항쟁33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회 등은 11일 오후 대구교대 앞에서 5.18특별강연 장소를 불허한 데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5.18민중항쟁33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회 등은 11일 오후 대구교대 앞에서 5.18특별강연 장소를 불허한 데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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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학생처장과 면담을 갖고 장소사용을 요구했으나 입장을 굽히지 않자 대구교대 본관 로비에서 계획대로 강연을 강행했다. 대구교대는 이날 당초 강연 에정장소였던 제1 강의동 102호의 문을 하루종일 굳게 잠근 채 열어주지 않았다.

한편 제2강은 오는 18일 팝아티스트 낸시 랭과 강영민 팝 아티스트 협동조합 대표가 '박정희와 광주-나의 일베 전투기'로, 25일에는 1980년 당시 시민군으로 활약했던 홍성담 화가가 '내 마음속의 5월-기억속의 광주, 예술속의 광주'란 주제로 강연을 할 계획이다. 당초 대구교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대구교대가 장소사용을 불허함에 따라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태그:#5.18특별강연, #대구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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