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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부터 민주노총 천연옥 비정규위원장, 청년유니온 한정석, 알바연대 이지원, 배성민
 왼쪽 부터 민주노총 천연옥 비정규위원장, 청년유니온 한정석, 알바연대 이지원, 배성민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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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부산 카페 헤세이티에서는 부산 알바연대 주최로 알바, 비정규직, 영세상인 대담회 '모자란 임금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행사가 진행됐다. 비정규직과 알바노동자, 그리고 갑의 횡포로 고통 받는 영세상인들의 목소리를 이 자리를 통해 나누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지만 왜 삶이 나아지지 않는지 그 이유를 탐색해 보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일을 열심히 해도 왜 가난할까

행사는 총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으며, 1부는 알바 노동자, GM 대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세븐일레븐 가맹점주 협의회 부회장, 문화노동자 등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알바노동자 권순배씨는 대학을 다니며 피씨방 알바를 하다가 힘들어 대학교를 휴학하고 현재 모델하우스에 알바를 하고 있는 20대 청년이다. 피씨방 알바 당시에는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4610원(2012년)을 받으며 월70-80만원의 돈을 벌었다. 하지만 평일 학교를 마치고, 알바로 7-8시간 일해야 그 정도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월세 30만원과 공과금, 통신비, 식비, 교통비 등을 빼면 남는 게 없었다고 했다. 사장님은 알바가 도망갈 수도 있기 때문에 매달 5만원씩 보조금을 빼앗아 가기도 했단다. 학업에 알바까지 너무나 힘들었던 권씨는 결국 휴학을 선택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전업 알바 노동자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파트 모델하우스 알바 노동자입니다. 원래 고용 될 때는 사무직으로 일을 하는 게 저의 근로 조건이었어요. 근데 어느 날 사무직 일에서 빼서 온갖 잡일과 모델하우스 카페테리아에서 음료를 뽑는 일을 시키더라고요. 그러면서 언제 해고할 지 모르니 시키는데로 열심히 하라고 하더군요. 알바가 노예도 아니고 참..."

GM대우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을 하다가 2006년 해고 된 진환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알바와 함께 노예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진환씨가 창원공장에 일을 할 당시 3개월 계약직 노동자로 채용되어 계약 만료일이 되면 회사에 못 나오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10년을 버틴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비정규직들은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위협 속에서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되는 시급 4810원을 받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수당을 붙어서 시간당 5천원을 조금 넘게 받고 있지만 작업 특근을 통해 주당 70시간 일을 해야 월240-50만원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 강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콘베이어 벨트에 자동 생산물이 흘러가면 300여명이 볼트를 조이는 일을 합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편성된 일을 마쳐야 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고려해서 업무를 조절해야 하죠. 근데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 일을 시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공정에는 한 명이 빠질 수가 없어요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는 거죠. 대공장 남성 노동자들이 노총각이 많은 것도 장시간 노동 때문입니다. 주당 68시간 일을 하는데 자신이 맘에 드는 사람과 연애 할 여유가 있겠습니까?"

다음 패널로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가맹점주 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박정용씨의 발표가 이어졌다. 박정용씨는 편의점 점주 또한 알바들에게 최저임금을 주고 싶지만, 대기업 프렌차이즈 본사의 착취 구조 때문에 도저히 힘들다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 영업직원들이 최하 500만원까지 보증을 2년 동안 해준다고 해서 알바 다 쓰고 세 안 나가니까 간단히 생각하고 시작을 했습니다. 엄청 두꺼운 계약서를 갖고 왔는데, 기업에서 만든 계약서니까 거짓말하지 않겠지 하고 계약을 했어요. 근데 그게 현대판 노예계약서였어요. 잘 되는 곳 편의점들은 다 회사와 연결된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3개월 넘게 해보니까 장난이 아니였죠. 편의점 하는 주인들은 절대로 돈을 못 버는 구조를 만들어 놨어요. 불공정계약 구조를 바꿔야만 알바 하는 분들도 살고, 저희도 살 수 있겠더라고요."

노동자 임금 100%와 최저임금 만원

2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알바연대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만원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회 천연옥 위원장, 청년유니온 한정석, 알바연대 이지원 등의 청년, 노동 단체 관계자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먼저 민주노총 비정규위원회 천연옥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진짜 이름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라고 설명했다.  '심의'라는 말이 붙어야지 그곳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매년 6월 말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들이 대립 속에 결정된다는 사실만이 밖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근로자 위원 9 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위원과 뜻을 같이 하면서 근로자 위원 없이도 표결로 매년 100-200원 최저임금 인상안을 통과시킵니다. 민주노총 등의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 50%는 현실화 되기 어렵죠. 현재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32% 가량 되는데 이걸 50% 올려봤자 현재 5910원 밖에 되지 않고, 월급으로 계산해도 150만원이 안됩니다. 최저임금 만원 올리자는 알바연대의 주장이 평균 임금 100%인 1만 1820원에 미달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차라리 노동자 임금 100%를 최저임금으로라는 주장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청년유니온 한정석씨는 알바연대의 최저임금 만원의 주장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조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에서는 노동계와 함께 최저임금 5910원을 주장하면서 적어도 평균노동자 임금의 50%를 달성하자는 현실적인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알바연대의 주장은 지금 당장 실현 할 수 있는 안은 아니다"면서 "최저임금 만원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과 자료들을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바연대 이지원씨는 최저임금 만원의 주장이 단순한 슬로건만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가 1인 생계비로 월 141만원의 돈을 정하고 있는데 노동계가 정하는 최저임금 5910원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액수라고 주장했다. 주거비, 식비, 통신비, 여가비 등의 비용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1인당 150만원 이상의 임금이 필요하고 최저임금 만원 인상이 당장 필요하다는 것.

천연옥 위원장의 표현대로 노동자가 똑같은 노동을 하는데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과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들이(비정규직, 알바 등)임금에서 차별되는 것은 부당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지원씨는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만원을 뜯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이윤으로 알바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모자란 내 임금 누가 다 먹었을까? 5월 31일 알바연대 대담회에서의 결론은 재벌, 대기업의 거대한 주주 경영자들이 현재 저임금 노동자를 생산하고 우리의 임금을 합법적으로 뜯어먹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알바연대는 이후 6월 11일 부산경제인총연합회 오전 조찬이 열리는 롯데호텔 주변에서 '알바들의 조찬 최저임금 만원!'을 개최하여 경영인들에게 최저임금 만원 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알바연대 기획팀장입니다.



태그:#알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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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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