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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진주지부장(가운데)이 3월30일 오후 진주의료원 현관 농성장에서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진주지부장(가운데)이 3월30일 오후 진주의료원 현관 농성장에서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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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 고집 때문이다."

수화기 너머 박석용(46)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 지부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평소처럼 "출정식을 진행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차분하게 말하던 그였다. 하지만 폐업 강행에 이어 국회 국정조사까지 거부하려는 홍준표 경상남도지사 이야기에는 격분했다.

경남도는 하루 전 진주의료원 노조 조합원 51명을 상대로 출입금지·업무방해중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1인당 하루 50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휴업 기간 동안 진료비를 받지 않겠다'던 약속과 달리 병원에 남아 있던 환자 3명에게는 체납 진료비 2148만여 원을 청구했다. 박 지부장은 "어제 1명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며 "보호자가 (도의 압력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67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명예퇴직 등으로 절반 이상 떠났지만, 진주의료원 노조는 계속 싸움을 이어가려 한다.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와 정상화 요구' 선언을 한 연대단체들도 8일 '생명버스'를 타고 진주의료원으로 이동해 힘을 보탤 계획이다.

그러나 경남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박 지부장은 "우리야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도는 불통에, 폭거식으로만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는 11~18일 열리는 경남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처리되면, 진주의료원은 과거로 남는다.

다음은 박석용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경남도, '병원 옮기라'고 압력... 보호자 스트레스 호소"

- 현재 병원 상황이 궁금하다.
"어제 환자 한 분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명예퇴직한 직원 어머니인데, 병원에 계속 있고 싶어했다. 하지만 도 공무원이 온 집안사람들에게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난리쳤고, 내용증명까지 보내 '하루에 50만 원씩 부과하겠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모금운동이라도 해서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보호자가 저와 통화하며 '너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도저히 안 되겠다, 못 참겠다'고 하더라.

남은 환자 두 분은 연령도 높고, 치매기가 있다. 다른 병원을 알아봤지만 치료 내용이나 금액 등이 여기가 더 좋아서 끝까지 있겠다고들 하신다. 의료진은 공중보건의 1명이 계속 있고, 매일 아침 경상대학교 병원 의사가 찾아와서 환자들을 진료해주고 있다."

- 조합원들도 명예퇴직 등으로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
"70명 남아있다. 전체 직원은 비조합원까지 포함해서 230명 정도였는데(3월 25일 당시 경남도는 조합원이 167명이라고 발표), 명예퇴직하고 그만두고 해서 이 정도 있다. (사람이 많이 줄어) 힘은 들지만 어쩌겠나. 우리의 정당함을 알리기 위해선 계속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

- 경남도의 폐업 강행 후 지역 분위기는 어떠한가.
"당장 <시사인IN>의 17개 광역단체장 재지지 여부 설문조사만 봐도, 홍준표 지사가 뒤에서 2등 했다(내년 지방선거에서 또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29.6%, 거부는 45.5%, 최하위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거기 나온 그대로다.

병원과 아무 관계없고, 한 번도 와본 적 없는데다 새누리당만 지지하는 사람들 일부야 (폐업에) 찬성하겠지만 대다수는 다르다. (진주의료원 직원들이) 자식 같고, 형제 같은데다 우리가 월급을 많이 받은 것도 아니고…. 또 말로만 '공공병원'을 알고 뭐하는지 몰랐던 이들도 폐업 사태가 벌어지면서 공공병원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대화의 문 열어놨지만... 경남도는 불통"

노동, 보건의료, 전교조, 인권, 정치권 등 각계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정상화를 위한 각계 대표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각계 대표 선언 노동, 보건의료, 전교조, 인권, 정치권 등 각계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정상화를 위한 각계 대표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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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국정조사에 합의했는데,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은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라'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홍준표 지사 고집 때문에, 자신의 말을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가 합의한 국정조사를 강하게 부정하는 것은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 아니냐. (폐업 이유가 노조라면) 우리가 항의 농성 하는 걸 만천하에 알려서 '강성노조, 귀족노조'란 걸 입증하고 어떤 논리에서 (노조 때문에) 적자가 났다 등을 (국정조사를 실시해) 국민들한테 명백히 알리면 되는 것 아니냐."

- 경남도가 폐업 발표와 동시에 해고한 진주의료원 직원 38명,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13명 등 51명을 상대로 '진주의료원에서 나갈 때까지 1인당 하루에 50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청구하는 소송도 냈다던데.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2주일 정도 걸린다. 그때 가서 대응방안을 논의해봐야 하는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아무래도 저희들한테 부담이 많이 될 것 같다."

- 앞으로 계획은.
"계속 싸우는 것 말고 다른 수가 있는가. 당장 오늘(4일)은 서울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와 정상화를 위한 각계 대표들의) 기자회견이 있고, 8일에는 생명버스가 병원으로 온다. 1박 2일간 '생명텐트촌'에서 진주의료원 상황을 공유하고, 직접 병원을 보고, 농민회에서 먹거리 등을 준비해 나눠 먹는 행사다. 1000명 넘게 올 것으로 예상한다."

- 경남도는 대화하려는 움직임이 없는가.
"도는 전혀 (대화 노력이) 없다. 이제 와서 어떤 얘기 하겠냐. 우리야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도는 불통에, 폭거식으로만 나오고 있다."


태그:#진주의료원,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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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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