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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런 팬들의 움직임에서 조용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 공연시작을 앞둔 올림픽공원체조경기장 앞 부산스런 팬들의 움직임에서 조용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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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이 돌아왔다.

"여러분 찾아 뵙는 무대는 재작년 12월 이후 지금이니까 1년 반만이군요."

가수 조용필이 10년 만에 발표한 19번째 정규앨범 <Hello>를 들고 팬들을 무대로 초대했다. 6월 1일 올림픽공원체조경기장 1만 5000석을 가득 매운 그의 팬들은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저 멀리 해외에서, 철마다 떼를 짓는 후조와 같이 모여들었다.

필자가 찾은 6월1일은 서울공연 둘째날. 공연시작 시간은 6시 정각이었지만 서너 시간 전부터 공연장 앞은 팬클럽 부스와 응원을 위한 형광봉, 펜 등의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 앨범을 판매하는 가판대, 심지어는 암표상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최측에서 설치한 듯 보이는 조용필 브로마이드 옆에서 사진을 찍는 팬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팔짱을 낀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뒤에서 포옹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 덕소에 거주 하는 40대 중반 여성 김아무개씨는 "다른 팬분들에 비해 비교적 젊어보이는데 어떻게 이 공연을 찾게 되었느냐"고 묻자 "용필오빠를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어요, 콘서트를 좇아 다닌 지는 십 년 넘었는데요. 노래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무엇보다 음악을 대하는 오빠의 태도가 너무 진지해서 늘 감동해요"라고 답했다.

팬클럽 '위대한 탄생'의 회원이기도 한 그는 공연 시작이 얼마 안 남아서인지 목소리가 격앙돼 있었다. 옆에 있던 같은 팬클럽 회원 조아무개(송파)씨의 콘서트 얘기가 이어진다.

"오빠는 뭐든 최고로 해요. 사운드를 위한 기계장치들, 엔지니어들, 스피커 등등 모두 최고 기술이 들어간 거거든요. 그래서 공연하고도 이익이 제일 안 남는다 그래요. 그것도 모르고 공연 티켓 값이 비싸니 어쩌니 하는 사람들 보면 이해가 안되요. 호호호."
팬클럽 임원들이 매니저와 하는 얘기를 듣고 전하는 얘기라고 한다.

이번 정규앨범 <Hello>는 기존 앨범과 제작과정이 다르다. 대부분의 곡을 직접 만들며 스스로 완벽을 추구하던 가왕은 <Hello> 쇼케이스 방송 직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이 "테두리에 갇힌 나를 깨기 위한 선택"(스포츠한국 4월 25일자 인터뷰기사 중)이라고 밝혔다.

올림픽공원체조경기장 1만5000석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매워졌다
▲ 공연시작 직전 체조경기장 실내 모습 올림픽공원체조경기장 1만5000석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매워졌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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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스'를 비롯한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 대부분이 미국, 영국, 스웨덴 등 국내에선 생소한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직접 곡을 만드는 능력 뿐 아니라 여러 장르를 포용하면서 보여준 그의 안목과 곡(曲) 소화능력은 그가 왜 가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앨범 타이틀 '헬로'로 인트로를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시작된 이날 그의 무대는 역시 자기관리에 철저한 그답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주인공이 된다. 그의 7집 수록곡 <미지의 세계>로 시작된 그의 무대를 50대 여성이 주축인 객석에서 받아 안는다. 그의 콘서트를 처음 접한 필자의 귀에 조용필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너를 마지막으로 나의 청춘은 끝이 났다'로 시작하는 그의 10집 앨범 수록곡 'Q'를 부를 때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단전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절절함, 가수 초창기 시절 터득했다는 평생 변함없을 거라는 그의 '두성',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가성 등은 노래마다의 감성과 의미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그는 말이 없었다. 마치 클래식 공연을 보러 온 듯 오로지 노래와 음악만이 140분을 꽉 채웠다. 그는 "이 노래는 그냥 혼자서 흥얼거리면 힘이나요"라면서 최소한의 반주로 계단에 다리를 뻗고 앉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는데, 왠지 그의 고독에 공감이 갔다. 이 노래로 스타가 된 조용필은 대마초 사건으로 3년여를 쉬게 된다. 그 시기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일별하면서 그와 친구가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날 콘서트는 대중가수이지만 예술가의 혼이 느껴질 정도로 철저하게 음악으로만 세상을 만나는 그의 면모를 실제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환갑을 넘은 그의 나이를 거론할 것도 없이 방송사마다 연말에 하던 가요대상에서 그와 각축을 벌이던 동시대의 가수들이 삼십 여 년이 흐른 지금 어떤 모습인가를 본다면, 가왕 조용필의 오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공연 당일 매일경제 조간의 <토요포커스>에는 '응답하라 2013! 新복고 뜬다'라는 제하의 1면 박스기사가 실렸다. 그 한가운데에 기타를 매고 있는 조용필의 사진이 실려있다. 조용필의 19집 앨범은 복고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가 복고풍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음악은 더더욱 복고가 아닐 뿐더러 '위대한 탄생'도 그대로 그 사람들이다.

기사의 의도는 알겠지만 잘못 된 예가 소개되었다. 기사에 소개된 대로 '모던록과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를 선보인' 그야말로 새로운 노래와 음악을 들고 나타난 그에게 예의가 아닌 듯하다. 공연에는 도움이 되었을 테니 문제 삼는 사람은 필자 말고는 없겠지만…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인생을 살고 있는 가왕의 노력과 식지 않는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불후의 명곡 <여행을 떠나요>를 끝으로 조용필이 무대 뒤로 사라졌다. 역시 대스타답게 두번의 커튼콜은 없었다.


태그:#가왕, #콘서트, #이익이안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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