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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된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된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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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3일 오후 5시 50분]

'윤창중 성추행 사건'의 불똥이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튀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이 정무수석을 공석 중인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이동'시켰다.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른바 '윤창중 성추행 사건'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2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이 전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언론인과 정치인 중 후임자를 물색해왔다. 그러나 최종선택은 '돌려막기'로 결정됐다. 바로 오랫동안 '박근혜의 입'으로 활약한 사람이었다.

이에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홍보수석 자리는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인사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을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이정현 신임 홍보수석만큼 어울리는 인사는 없다는 얘기다. 이 홍보수석은 지난 대선 당시 캠프 공보단장을 맡아 야권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정말 이제 홍보 업무 그만하려 한다" 했는데... 취임 100일 만에 원위치?

그러나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은 그 자리의 경중이 다르다. 정무수석은 청와대의 대(對) 여·야 관계를 총괄한다. 이명박 정부는 정무라인에 '특임장관'을 따로 뒀지만 박근혜 정부는 특임장관을 폐지하고 정무수석실에 정무 기능을 집중시켰다. 정부수석은 또 청와대와 경찰의 연결고리인 '사회안전비서관'을 통해 경찰 인사와 정보 등을 아우르기도 한다.

반면, 청와대 홍보수석 체제는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설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의 공보수석을 국정홍보전략을 주력하는 홍보수석과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으로 분리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폐지됐다가 부활되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홍보수석은 골 아픈 자리였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홍보수석실의 위계질서가 잡히지 않고 남녀 공동대변인이 중요 브리핑이나 대통령 방미 수행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지난달 15일 국정기획실을 중심으로 홍보라인 시스템에 대한 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홍보수석 본인도 더 이상 '대언론관계'를 책임지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을 맡고 있던 지난 1월 기자들과 만나, "정말 이제 홍보 업무는 그만하려고 한다, 한 18년 했는데 너무 오래 했다"며 "국회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정무가 내 일이다, 앞으로 야당과의 관계를 좋게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이 홍보수석 입장에서는 과오도 없는데 "대통령을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 실세 자리에서 밀려난 셈이다.

'소통수석' 자처했던 정무수석... 박근혜의 '돌려막기' 선택 통할까

그러나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소통'을 가장 잘 했던 인사도 이정현 신임 홍보수석이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3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청와대·새누리당 출입기자 1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근혜 정부의 언론소통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2.9%가 이정현 당시 정무수석을 소통이 가장 잘 되는 인사로 꼽았다. 반대로 청와대 언론창구 인사 가운데 소통이 가장 안 되는 인사로는 응답자의 47%가 윤창중 전 대변인을 꼽았고 이남기 전 홍보수석(17.5%)가 그 뒤를 이었다.

그는 지난 2월 정무수석으로 발탁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도 "정무수석은 소통수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님을 중심으로 정부와 여당 특히 야당과 시민단체, 함께 계신 언론인 여러분의 생각을 잇는 그런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관리'에 나선 것도 그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한 오찬에서 "진주의료원은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발언했다. 야권은 대통령의 첫 '진주의료원 사태'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민주당은 "민주당 원혜영·김용익 의원, 참여연대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71%가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 '국민의 판단' 발언은 이후 박 대통령에게 여지를 줄 수 있는 '경남도민의 판단'으로 수정됐다. 당시 언론들도 이를 수정·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이 홍보수석이 역할을 했다는 후문도 나왔다. 이처럼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홍보수석이야말로 자신의 의중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줄곧 논란이 됐던 청와대의 '소통'을 담당할 적임자였던 셈이다.

이정현 "기자들이 묻기 전에 먼저 찾아와 심부름 하겠다"

한편, 이정현 신임 홍보수석은 이날 임명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 실제로 제가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할 기회를 갖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넉 달 전 입장을 바꾼 셈이다. 박 대통령이 적임자가 없어 '돌려막기' 했다는 세간의 비판을 일축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또 "저희들이 아는 것을 전달하는 홍보가 아니라 국민이나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의견을 들어가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겠다"며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정 철학과 국민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가급적이면 정확하게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자들이 묻기 전에 먼저 찾아와 심부름을 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이정현, #윤창중,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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