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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잠정 중단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북한은 남측의 민간단체를 향해 우호적인 손짓을 하고 있는 상황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나서 북한의 행태를 성토했다.

류 장관은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간담회를 열었다. 예고되지 않은 급작스런 방문이었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 문제가 정부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지 않고 기업들의 고통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북한이 대화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민간을 통해 의사를 전달해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야당과 민간단체들에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라며 간담회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류 장관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혹시라도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북이 갖고 있다면 그건 신기루를 쫒는 것이다. 그건 그만 좀 하자"며 "이 문제를 일으킨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이 북한 당국 눈치 보는 상황 없앨 것"

류길재 통일부장관
 류길재 통일부장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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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장관은 "지난 4월 3일 이후, 북한 당국은 공단 운영과는 무관한 정치적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남측의) 공단으로의 통행을 차단하고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는 등 공단 운영을 중단시켰고 식자재 반입과 의료진의 방북은 물론 우리 기업들의 완성품·원부자재 반출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고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이 북측에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

류 장관은 "우리 기업들의 피해와 (공단)체류 근로자들의 안전문제가 커져가는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은 근로자들의 임금 등 미수금 지급을 요구하며, 잔류인원 7명의 귀환을 가로 막았다"며 "정부는 미수금 지불 등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북한은 우리 기업들이 절실히 요구한 완성품과 원부자재 반출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북한이 이제 와서 민간과의 대화의지를 피력하는 것은 위선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우리 기업을 진정으로 존중했다면 (북측)노동자들을 철수시키는 등 공단 운영을 불가능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고 마지막까지 공단을 지키며 조업재개를 외치던 기업인들의 요구에 응답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장관은 "이는 결국 우리 기업을 얕잡아보고 이들을 볼모로 남북관계를 흔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투자를 하면 할수록 피해 규모만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북한과 민간과의 대화로 공단이 재개돼도 북한이 원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언제라도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 아니냐"며 "민간을 상대로 공단을 마음대로 재개하고 북한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짐 싸서 나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류 장관은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단순한 정상화가 아닌 혁신적인 변화를 통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라며 "다시는 우리 기업들이 북한 당국의 일방적 조치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규범과 원칙을 분명히 세워 안정적인 틀을 구축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북한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없앨 것"이라고 다짐한 류 장관은 "우리 측이 제의한 당국 간 대화에 북한은 조속히 호응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착각, 모두 합심해 같은 목소리 내야"

개성공단에 잔류하던 50명 중 43명이 예정보다 늦게 자정을 넘겨 30일 오전 12시 20분경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차량에 물품을 가득 싣고 귀환하고 있다.
이날 통일부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남측 직원 등 7명은 북한 노동자 임금 등 미지급금 문제로 당분간 계속 공단에 체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자정 넘긴 귀환 개성공단에 잔류하던 50명 중 43명이 예정보다 늦게 자정을 넘겨 30일 오전 12시 20분경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차량에 물품을 가득 싣고 귀환하고 있다. 이날 통일부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남측 직원 등 7명은 북한 노동자 임금 등 미지급금 문제로 당분간 계속 공단에 체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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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에 남북공동 6·15기념행사를 제안한 데에 류 장관은 "6·15가 다가오니 자기들 입맛대로 행사하자고 하는데, 문제를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고, 또다른 전장을 만들어 거기서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하려는 것"이라며 "과거 북한이 해오던 행태이긴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이 당국간 실무회담에는 응하지 않은 채 6·15공동행사를 제안하고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의 방북에 호의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데에 민간이 호응하게 되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는 것. 동시에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우리가 북한에 무리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한 게 아니다. 우리는 달라는 대로 다 줬다"며 "(북한은) 자기들이 받을 것은 다 받고 우리가 해달라는 것은 안 해주는, 이런 법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물론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이런 특수성을 인정하는 순간, 남북관계는 언제까지고 이 모양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류 장관은 "북한이 과거 자신들의 행태를 우리 새 정부에 대해서도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지만, 이건 북한의 착각"이라며 "북한이 이런 착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야당도 다 같이 힘을 합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같이 정부와 합심해서 북에 같은 목소리를 내줘야만이 북한이 그런 착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호소했다.


태그:#류길재, #통일부장관,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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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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