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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가치를 제대로 알려면 진짜 보석상이 되어야 하듯 『숫타니파타』를 제대로 새기고 재미있게 읽으려면 <숫타니파타를 읽는 증거움>을 읽어야 합니다.
 보석 가치를 제대로 알려면 진짜 보석상이 되어야 하듯 『숫타니파타』를 제대로 새기고 재미있게 읽으려면 <숫타니파타를 읽는 증거움>을 읽어야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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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대학생이 된 스무 살, 대학생이 돼 처음으로 수강한 교양 국어에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있었습니다. 중간고사인지 기말고사인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시험에 단답식 주관문제로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임을 암시하는 내용을 적으라'는 문항이 시험문제에 있었습니다.

고교시절 삼 년 내내 입던 교복, 머릿밑이 하얗게 드러나도록 짧게 깎은 상고머리, 당구장과 다방 출입은 엄두도 못 내던 고교생에서 대학생이 되니 교복을 안 입어도 되고, 장발 단속이 있던 시대지만 머리도 기를 수 있고, 다방에도 들락거릴 수 있는데다 술도 눈치 보지 않고 마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어두컴컴한 음악다방에서 여학생들과 만나 희희낙락거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미팅도 능력껏 할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대학생이 된 기분을 그렇게 만끽하느라 강의를 빼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메밀 꽃 필 무렵>을 강의하던 날도 어떤 이유에서였건 결강을 하였었습니다. 시험기간이 되고, 시험 범위에 메밀 꽃 필 무렵이 포함된 것을 알고는 메밀 꽃 필 무렵을 몇 번이나 읽으며 나름대로 시험에 준비했지만,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임을 알 수 있는 내용에 쓰라는 문제에서는 답을 쓰지 못했습니다.

강의를 듣지 않아서 쓰지 못한 정답 '왼손잡이'

시험이 끝나고 보니 그날, <메밀 꽃 필 무렵>을 강의하던 날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왼손잡이'를 정답으로 썼다고 하였습니다. 그 강의하던 날, 교수님께서는 모노드라마를 연기하듯이 '때릴 테면 때려보라지 왼손잡이가 사람을 때려'하면서 그 부분을 몇 번씩이나 강조하며 아주 재미있게 강의했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몇 번씩이나 읽었을지라도 <메밀꽃 필 무렵>을 제대로 새기지 못한 필자는 동이가 왜 허생원의 아들인지를 알지 못했지만,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은 교수님께서 재미있게 풀어 들려준 해설 덕분에 두 사람 모두가 '왼손잡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정답으로 쓸 수가 있었습니다.

같은 책일지라도 그 내용을 제대로 새기느냐 여부에 따라 학습효과는 천양지차라는 걸 체험하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그 내용을 제대로 새기지 못하는 사람에겐 그저 그럴싸한 자구를 배열한 인쇄물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어떤 내용을 잘 해설해 준다는 것은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이에겐 눈이 돼주고, 듣고 있어도 듣지 못하는 이에겐 보청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세하고 친절한 해설은 책속에 들어있는 내용을 보석처럼 새기에 해주고, 내용 속에 가려져 있는 진리를 지혜의 등불로 밝히게 하는 심안을 틔워줍니다.

보경 스님의 친절한 해설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지은이 보경 스님┃펴낸곳 민족사┃2013.5.30┃값 1만 5000원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지은이 보경 스님┃펴낸곳 민족사┃2013.5.30┃값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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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스님이 쓰고 민족사에서 펴낸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은 최초의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해설을 덧대 즐겁게 읽을 수는 내용입니다. '숫타니파타'는 '말의 묶음(經)'이라는 뜻인 숫타(Sutta)와 '모음(集)'이라는 뜻의 니파타(Nipata) 두 단어가 합쳐져 '말의 모음집'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법정스님께서 한글로 번역해 책으로 펴낸 적이 있습니다.

'숫타니파타'는 1149수의 시를 70경으로 정리해 다시 다섯 장, '뱀의 비유', '작은 장', '큰 장', '여덟 편의 시',  '피안에 이르는 길'로 나누고 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과 같이 불교 신자이건 아니건 간에 다들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말들이 숫타니파타에서 비롯된 문구들입니다.

'숫타니파타'에 실린 말들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렵지 않다고 해서 뜻이 가볍고 새길 게 없다는 건 아닙니다. 쉽고 재미있지만 말씀에 담긴 진리는 심오하고 깊습니다. 그러기에 '숫타니파타'를 제대로 새기려면 쉽고 재미있는 행간 속에 깃들어 있는 의미, 똬리를 틀고 있는 진리를 제대로 펼쳐 풀어주는 세세한 해설이 필요합니다. 

한 젊은이가 가난한 수행자를 찾아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오. 사람들에게 잘못된 지혜를 가르치다니."
그러자 수행자는 반지를 빼내어 젊은이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장터의 노점상들에게 이걸 가지고 가서 금화 한 냥이라도 바꿔와 보거라."
젊은이는 수행자를 비웃으며 장터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 반지를 누구나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젊은이는 투덜거리며 그냥 돌아왔습니다. 수행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그럼 진짜 보석상을 찾아가 값을 얼마나 쳐주는지 알아 보거라."
젊은이가 보석상에 가서 반지를 보여줬더니 주인은 보자마자 값을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젊은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오자 수행자가 말했습니다.
"보석의 가치를 알고자 한다면 진짜 보석상이 되어 보아야 한다."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137쪽-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의 '작은 장', '어떻게 하면 최상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가' 중 '진정한 보석상이 되라'를 해설하는 부분에서 보경 스님이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를 빌어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 이야기는 최상의 목적인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에 이어집니다. 보경 스님은 진짜 보석상이 되어야만 진짜 보석을 알아 볼 수 있다는 걸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 더 이상 궁금할 게 없는 이야기로 재미있고 명료하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숫타니파타'어쩜 가난한 수행자가 끼고 있는 반지일지도 모릅니다. 같은 반지라고 해도 노점상의 눈으로 보느냐 진짜 보석상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한 냥 가치도 안 되는 짝퉁이 될 수도 있고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값진 보석이 되는 것처럼 '숫타니파타'도 어떻게 새기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읽는 '숫타니파타'는 진짜 보석인 줄을 모르며 끼고 있는 액세서리처럼 그냥 일독하는 책에 불과 할 수도 있습니다. 보경 스님은 '숫타니파타'를 <논어>, <주역>, <대학>, <노자 도덕경>은 물론 <히랍인 조르바>, <리그베다> 등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인용해 쉽고, 재미있고, 세세하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고, 세세한 설명으로 친절하게 해설하고 있는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을 통해서 새겨보는 '숫타니파타'라면 진짜 보석, 참된 진리를 소유하게 되는 진리의 독서가 되는 것은 물론 '숫타니파타'읽는 즐거움 또한 배가(倍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지은이 보경 스님┃펴낸곳 민족사┃2013.5.30┃값 1만 5000원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 보경 스님의 친절한 해설

보경 스님 지음, 민족사(2013)


태그:#수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보경 스님, #민족사, #법정 스님, #무소의 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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