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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롯데부여리조트주식회사( 간 체결한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 민자유치사업협약'서에는 협약내용을 비밀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롯데부여리조트주식회사( 간 체결한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 민자유치사업협약'서에는 협약내용을 비밀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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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롯데 측과 체결한 백제역사재현단지조성을 위한 협약이 지나치게 롯데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백제역사재현단지가 롯데의 수익시설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충남도는 롯데 측이 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08년 12월, 당시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롯데부여리조트주식회사(대표이사 김창권,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건설·롯데상상·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로 구성)와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 민자유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뒤이은 당시 본 협약서에는 '롯데부여리조트주식회사(이하 롯데)가 향후 5년간 백제역사재현단지내에 테마파크와 숙박 및 체육시설 등 3100억 원을 투자하는 대신 백제역사재현단지내 공공사업시설을 향후 20년간 롯데가 위탁관리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롯데, 콘도-골프장-아울렛 공사 후 "약속한 돈 초과 투자했다"

충남도는 협약대로 왕궁촌, 전통민속촌, 백제역사문화관 등 공공사업시설을 대부분 마무
2008년 12월, 충남도와 롯데부여리조트간 체결한 '백제역사재현단지조성 민자유치사업 협약서'
 2008년 12월, 충남도와 롯데부여리조트간 체결한 '백제역사재현단지조성 민자유치사업 협약서'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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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했다. 공공시설에는 국, 도비 등 모두 4000억여 원이 투여됐다. 하지만 롯데 측은 계획시설중 현재까지 리조트(콘도)와 골프장(18홀)만을 마무리한 상태다. 골프장의 경우 인접 왕흥사지 등 '백제문화재 훼손'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초 협약서에는 1단계시설(사업기간 2011년까지)로 콘도 시설을 포함 전통문화체험시설, 산림욕장, 생태공원(에코파크), 어린이체험시설, 온천체험시설 등을 갖춘 테마파크를 건립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롯데 측은 1단계시설을 마무리한 후 2단계 시설인 골프장 시설을 먼저 조성한 후 공공성을 띤 테마파크시설은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반면 대형슈퍼마켓을 갖춘 아울렛매장은 올 7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돈벌이가 되는 콘도와 골프장, 아울렛만을 조성했다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롯데쇼핑이 벌이고 있는 아울렛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지하 1층에 롯데마트를 입점 시킬 예정이다. 특히 충남도가 지역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슈퍼마켓 입점을 협약단계에서부터 허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부여군은 그동안 대형슈퍼마켓은 협약서에 들어 있지 않은 내용이라고 주장해왔다.  

충남도, 대형마트 입점도 사전 허용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부여주민들이 떠안게 됐다. 이미 부여읍내 숙박업소 운영자들은 리조트시설이 들어선 이후 매출이 절반이상 떨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부여읍내 자영업자들은 대형슈퍼마켓을 갖춘 아울렛이 들어설 경우 지역상권이 초토화될 것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충남도는 지난 2011년, 롯데 측이 1단계 시설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단계 시설인 골프장을 먼저 조성하는 계획안을 용인했다. 또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라며 사업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공사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해 줬다. 도는 롯데 측이 올해 말까지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사업기간 연장을 재차 고려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롯데 측의) 시설고급화 등으로 사업이 지연돼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부득이 2년 정도 기간을 더 연장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리조트 관계자는 "(리조트와 골프장, 아울렛 공사에) 이미 약속한 3100억 원을 초과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생태공원 등과 같은 공공시설에 사업비를 투자할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수익이 되는 시설에만 투자하고 손을 떼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롯데 측은 당초 조성하기로 한 1단계 시설인 생태공원(테마파크) 등은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콘도와 골프장, 아울렛 시설만으로 약속금액보다 초과투자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롯데 측은 당초 조성하기로 한 1단계 시설인 생태공원(테마파크) 등은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콘도와 골프장, 아울렛 시설만으로 약속금액보다 초과투자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대전mbc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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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민들이 롯데아울렛과 마트입점에 반발하고 있다.
 부여군민들이 롯데아울렛과 마트입점에 반발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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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콘도-골프장-아울렛 오수처리시설까지 충남도 부담

충남도가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이라는 외피를 씌워 롯데 측의 수익사업을 지나치게 돕고 있다는 의혹은 살 만한 일이 또 있다. 당시 충남도와 롯데와 맺은 협약서에는 롯데리조트 측에 △사업부지 매입협조 △기반시설 우선설치 지원 △공사기간 연장 등을  '충남도의 의무'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선지원 기반시설'에는 ▲오수처리장 용량증설 ▲주도로주변 조경공사 ▲조경시설 설치 ▲ 백제역사재현단지 내 비지정문화재 매입 이전 등을 포함시켰다. 조경과 같은 기초적인 기반시설은 물론 롯데가 골프장, 콘도, 아울렛 등 수익사업체 운영도중 발생하는 오폐수 처리를 위한 시설까지 충남도가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4일 대전충남지역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대전MBC 시사플러스>(연출 최영규 PD) 보도를 보면 충남도는 지난 달 준공된 롯데를 위한 오수처리장 증설공사로 136억 원을 투여했다. 또 롯데콘도와 골프장 등 시설유지에 필요한 상수도지원, 지중화사업, 도로공사 등 기반시설조성에 28억 원을 지원했다.

롯데가 지금까지 백제역사재현단지에 투자한 돈은 콘도, 골프장, 아울렛 시설비와 이를 위한 부지매입비 뿐이다. 결국 충남도는 백제역사재현단지 운영을 활성화한다며 롯데의 수익사업을 혈세를 들여 지원한 셈이다.  

지난 4·24 부여·청양 재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은 롯데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당시 통합진보당 천성인 후보는 대전MBC 주최 방송토론회를 통해 새누리당 이완구 후보에게 "롯데 리조트, 아울렛, 마트까지 들어오면서, 부여를 롯데에 바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며 "롯데그룹 배만 불리고, 지역주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충남지사 시절 롯데와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한 이 후보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완구 의원은 <대전MBC 시사플러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시각의 차이"라며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해야 공공시설도 성공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백제역사재현단지 공공시설을 롯데가 위탁관리 하기로 한데 대해서도 "어차피 (공공시설에서는) 적자가 나기 때문에 꾀를 내서 롯데에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남참여자치시민연대 이상선 대표는 "비유하자면 롯데는 충남도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콘도)과 젓가락(골프장), 밥주걱(아울렛)만 들고 온 셈"이라며 "이마저도 롯데 혼자 밥상을 독차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도는 수익형사업을 롯데에 안겨주고 민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자축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생계기반을 송두리째 빼앗는 일에 충남도가 발 벗고 나선 꼴 "이라고 꼬집었다.

'동의 없이 제공 안 된다'... 협약 내용 '비밀 유지' 이유는?

이완구 국회의원(당시 충남도지사)가 대전mbc <시사플러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에 백제역사재현단지 위탁경영 협약과 관련 "꾀를 내서 롯데에 떠맡긴 것이지 특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완구 국회의원(당시 충남도지사)가 대전mbc <시사플러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에 백제역사재현단지 위탁경영 협약과 관련 "꾀를 내서 롯데에 떠맡긴 것이지 특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 대전mbc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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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와 롯데 측이 이같은 비판을 미리 예측하고 협약서 내용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약서에는 "협약당사자들은 본 협약이 유지되는 동안과 본 협약이 종료이후 3년 동안 협약 조건을 상대방 동의 없이는 어떠한 자에게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대표는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여된 사업을 놓고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 것 자체가 사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논란을 스스로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며 "양 측은 지금이라도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에서는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협약내용을 검증할 예정이다.     

<대전MBC 시사플러스>도 이날 보도를 통해 "충남도는 롯데 민간자본 유치로 백제역사재현단지가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역사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일고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협약서를 공개하고 롯데를 위한 사업이라는 논란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충남도, #롯데, #백제역사재현단지, #협약서, #비밀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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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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