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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미조항으로 가다 휴게소에서 바라 본 외딴 섬.
▲ 보물섬 남해 미조항으로 가다 휴게소에서 바라 본 외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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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남해. 사람들은 남해 섬을 왜 '보물섬'이라고 부를까.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보물섬'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다양한 내용의 자동 생성어가 뜬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보물섬이 알려졌으며, 남해가 최고의 여행지라는 뜻도 되리라. 17일부터 시작된 3일의 연휴를 맞아 보물섬이라 불리는 남해를 찾았다. 제10회 보물섬 미조멸치축제도 구경도 할 겸.

거제에서 남해를 갈 땐 고속국도를 이용 할 수 있지만, 쉬엄쉬엄 가며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국도를 탔다. 사천에서 남해를 가려면 삼천포대교를 비롯하여 4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삼천포대교에 이어 초양대교, 늑도대교 그리고 창선대교를 넘어서면 비로소 남해 땅이다. 이 길은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에서 대상을 수상한 길로, 많은 여행자가 이 다리를 건너며 사천과 남해를 오가고 있다.

남해 삼동면 갯가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있는 여행자들.
▲ 갯벌체험 남해 삼동면 갯가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있는 여행자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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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거제도가 아름답다고 자부하지만, 남해 섬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삼동면 둔촌마을에 이르자 갑자기 차가 많이 밀린다. 사고라도 났나 싶었는데, 갯벌체험에 나선 사람들이 길가에 차를 주차했기 때문이다. 갯벌에서 조개를 캤거나, 신기한 무엇을 주었는지,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기뻐한다.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덩달아 어른들도 마냥 행복한 모습이다. 자연과 어울리는 인간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보물섬 멸치축제가 열리는 미조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도 3호선을 타야한다. 굽이굽이 따라 도는 도로가 조심스럽지만 스릴도 넘친다. 차창 밖 바다풍경을 힐끗하며 잠시 바라보면 행복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아쉬운 것 하나 있다면, 중간 중간에 차를 정차하고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는 전망대가 없다는 점이다. 그 아쉬운 마음이 생길 무렵 실제로 휴게소가 있는 전망대에서 차를 세웠다.

남해 미조항으로 가는 길 휴게소에 만난 영화 '밀애' 촬영지 안내판. 앞으로 보이는 곳이 멸치축제가 열리는 미조항.
▲ 밀애 남해 미조항으로 가는 길 휴게소에 만난 영화 '밀애' 촬영지 안내판. 앞으로 보이는 곳이 멸치축제가 열리는 미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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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운전의 피로감에서 벗어나서인지 기분이 상쾌하다. 마음을 힐링하는 데 쪽빛바다 하나면 충분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서였을까, 영화 촬영지라는 팻말이 펜스에 붙어있다. 이종원, 김윤진이 주연한 영화 <밀애> 촬영장소라고.

해마다 멸치축제가 열리는 남해 미조항, 몰려드는 여행자들

멸치축제가 열리는 미조항은 사람과 차량들로 북적인다. 주차할 곳을 어렵게 찾았다. 비릿한 항구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그래도 싫지가 않다. 갯내음이 고향의 추억과 맛을 주기에. 어선이 정박하는 어항치고는 항구가 제법 크다. 대구 잡이로 유명한 거제 외포항이 큰 줄 알았는데, 미조항이 더 크다는 느낌이다.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멸치축제가 열린 미조항. 미조항의 멸치털기는 5월 내내 이어진다.
▲ 미조항 멸치축제가 열린 미조항. 미조항의 멸치털기는 5월 내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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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에 와서 그냥 갈 수는 없는 법. 멸치축제인 만큼 멸치무침회 한 접시를 시켰다. 맵고 새콤한 맛이 입안을 자극하며 오감을 만족시킨다. 시끄러운 음악소리, 큰 웃음소리 등 사람소리에 묻혀 버린 축제장. 축제장은 역시 사람구경이 아닐까 싶다. 몰려드는 인파 속에 열리는 여러 가지 공연은 축제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남해대교 인근에 위치한 관음포 이순신 전몰 유허. 계단을 올라 뒤로 가면 이락사가 나온다.
▲ 이락사 남해대교 인근에 위치한 관음포 이순신 전몰 유허. 계단을 올라 뒤로 가면 이락사가 나온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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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시간을 즐긴 끝에 차를 돌려 남해대교로 향했다. 남해대교 인근에 위치한 관음포에 잠긴 큰 별 '이순신 영상관'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 영상관은 2008년 12월, 이순신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락사 일원 2만 3000여㎡ 면적에 세워졌다. 그런데 시간이 맞지 않다. 주말(토일) 개관시간은 오전 10시, 11시와 오후 1시 반, 2시 반, 3시 반 그리고 4시 반 상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관람을 할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발걸음을 인근 이락사로 돌렸다.

관음포 이순신 유허 전몰. 이락사 가는 길이 소나무 숲으로 덮혀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 숲길 관음포 이순신 유허 전몰. 이락사 가는 길이 소나무 숲으로 덮혀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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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사적 제232호). 관음포 앞바다 해안에 위치한 이곳은 이충무공의 영구가 처음으로 육지에 안치된 곳이다. 이순신이 순국한 지 234년 후인 1832년(순조 32), 공의 8대손 이항권이 왕명에 의해 단을 모아 제사했다. 비와 비각을 세워 이락사라 칭하였다. 대성운해(큰 별이 바다에 잠기다)라는 편액이 붙은 비각 안에는 홍문관 대제학 홍석주가 비문을 짓고 형조판서 예문관 제학 이익회가 쓴 유허비가 있다.

남해대교 인근에 위치한 이락사.
▲ 이락사 남해대교 인근에 위치한 이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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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이르자 가족들로 보이는 여행자가 손을 끌며 계단을 오른다. 이곳은 예전에 몇 번 다녀갔지만, 그래도 역사공부도 할 겸 안내문 앞에 서서 글을 읽어본다. 다시 자리를 옮기니 세로로 된 큰 돌에 한자로 새겨진 글씨가 있다.

이순신이 순직한 노량해전, 그 앞바다에서 그 날을 상상해 보며

"전방급 신물언아사(戰方急 愼勿言我死)"
"지금 전쟁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

1598년 음력으로 11월 18일 밤 10시경. 정유재란으로 조명연합함대는 장도에서 관음포로 진격한다. 이순신은 "이 나라를 위해 적을 섬멸 할 수 있다 하오면, 죽어도 또한 한이 없겠나이다"라면서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까지 조명연합함대와 일본함대 사이에 벌어지는 처절한 혈전. 19일 9시경. 적이 쏜 총탄은 이순신의 왼쪽 가슴을 뚫는다. 그리고 위와 같은 유언을 남기며 10시경 순직에 이른다. 훗날 이 유언은 명언이 되어 국민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지며 나라사랑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이락사 뒤편으로 나 있는 첨망대로 가는 길에는 이처럼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가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 생명 이락사 뒤편으로 나 있는 첨망대로 가는 길에는 이처럼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가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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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비가 내린 탓인지 날씨가 쾌청해 만족스럽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이락사와 유허비가 세워진 '대성운해'를 둘러보고 첨망대로 향했다. 빽빽한 소나무 숲이 아름답다. 길도 걷기에 편하게 곱게 나 있다. 뿌리가 드러난 소나무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어떤 것이든 고난이 닥치며 이를 잘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필수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첨망대에 오르니 415년 전 치열했던 전투장면이 떠오른다. 광양 화력발전소가 보이는 노량바다는 평온함을 유지한 듯 보이지만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바다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어떤 기록으로 역사에 남았을까'라고.

영웅 이순신이 1598년 11월 19일 오전 9시경, 노량해전에서 적군인 일본 수군의 총탄에 맞아 쓰러졌던 노량바다. 415년이 지난 지금의 노량바다는 평온하기 그지없다.
▲ 노량바다 영웅 이순신이 1598년 11월 19일 오전 9시경, 노량해전에서 적군인 일본 수군의 총탄에 맞아 쓰러졌던 노량바다. 415년이 지난 지금의 노량바다는 평온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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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을 가진 채 소나무 숲길을 걸으니 마음이 편하다. 여행이란 자기도취에 빠져 자기만족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날 짐승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름의 사고에 빠져 보는 사색이 깊은 여행. 여행에서 얻는 이득은 그 무엇보다 큰 행복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남해여행에서 깨달았다.

관음포 이순신 전몰 유허공원에 있는 첨망대를 둘러 보고 다시 돌아 나오는 숲길이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 숲길 관음포 이순신 전몰 유허공원에 있는 첨망대를 둘러 보고 다시 돌아 나오는 숲길이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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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입구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생마늘 한 봉지를 5천 원에 샀다. 생마늘이라 그런지 씨알이 굵고 단단하다. 맛이 넘쳐난다는 느낌이다. 마늘의 고장 남해에서 오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보물섬 마늘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또 다시 가보고 싶은 섬, 남해. 그곳으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와 <경남이야기>에도 싣습니다.



태그:#미조항, #미조 멸치축제, #남해대교, #이락사,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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