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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직원들은 모르겠는데, 너희들은 여기에 왜 왔느냐. 한전보다 너희들이 더 밉다."

여기서 말하는 '너희'는 경찰을 말한다.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송전탑 공사현장에 있는 중장비 밑에 들어가 있던 한 할머니가 경찰이 다가와 이야기를 건네자 이같이 쏘아 붙였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주민들이 쓰러지자 헬기를 이용해 병원으로 후송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주민들이 쓰러지자 헬기를 이용해 병원으로 후송했다.
ⓒ 곽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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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는 20일부터 6곳에서 걸쳐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는데, 공권력이 투입된 것이다. 밀양 송전탑 갈등이 8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경찰 병력이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거의 매일 500명 안팎의 기동대원을 투입하고 있다.

송전탑 현장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국전력 직원뿐만 아니라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할머니들은 경찰이 저지하자 옷을 벗어 '알몸 투쟁'에 나서기도 하고, 오물을 담아와 뿌리기도 한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찰이 주민들을 막으면서 한국전력 시공업체가 공사를 하도록 방어 역할을 해주고, 마찰 현장에서 한국전력 편을 든다고 지적했다.

공사 재개 첫날 현장을 찾았던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공권력 투입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남지역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22일 "공권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경찰병력 즉시 철수시키고 자숙하라"고 촉구했다.

반핵부산대책위도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경찰 병력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흘 동안 주민 12명이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과 몸싸움 등으로 쓰러지거나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전력 대란을 막기 위해 공사를 해야 하고, 주민 안전을 위해 경찰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경남공대위 "주민들과 뜻 같이 하며 함께 싸울 것"

한국전력공사가 20일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이 화악산 8부능선에 있는 127번 철탑 공사장 부근에서 경찰로부터 저지를 당하자 인분을 물병에 담아와 투척했다.
 한국전력공사가 20일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이 화악산 8부능선에 있는 127번 철탑 공사장 부근에서 경찰로부터 저지를 당하자 인분을 물병에 담아와 투척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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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공동대책위는 22일 오후 밀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과 뜻을 같이하며 함께 싸울 것"이라며 "한국전력은 밀양 765KV 송전탑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오후 공사장 부근에서 한 할머니가 옷을 벗고 공사 저지 투쟁에 나서자 여성경찰들이 달라 들어 제압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오후 공사장 부근에서 한 할머니가 옷을 벗고 공사 저지 투쟁에 나서자 여성경찰들이 달라 들어 제압하고 있다.
ⓒ 이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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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국전력은 대화를 통해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었다. 밀양주민들은 공기업 한전의 이 같은 약속이 허언이 아닐 것이라 믿으며 지난 몇 달 동안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다"며 "농사일도, 개인적인 일상도 모두 제쳐 두고 조금만 더 고생하고 노력하다보면 송전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감내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온몸이 아프고, 마음이 병들고, 생활이 곤궁해졌지만 힘들다는 말씀 한번 하지 않았던 밀양 주민들의 노력과 기대가 한전의 공사 강행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경남공대위는 "20일, 한전은 공사를 강행했다. 이전부터 이미 주민들 사이에는 한국전력이 공사를 시작할 것이고, 경찰병력도 대거 투입될 것이라는 등 소문들이 무성했지만, 모두들 그저 소문이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사회와 주민들이 공사강행 시에 일어날 사태에 대해 염려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다"며 "80대 할머니들이 젊디젊은 경찰들과 대치하다가 혼절을 하고, 어느 할아버지는 공사 인부들과 맞서다가 부상을 입었다. 공사 인부들이 밀쳐 허리를 다치고, 경찰에 끌려가다 팔, 다리를 다친 분들이 모두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시다"고 덧붙였다.

경남공대위는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폭력과 폭압을 행사하면서 강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런 집단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특히 한국전력과 같이 전국 곳곳에서 이런 사태를 벌이는 공기업이라면 과연 이대로 존치시켜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밀양주민들의 요구와 주장이 절대 부당하거나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설령 지나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한전이 보여준 태도와 공사강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우리는 밀양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투장을 지지하며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주민들이 공사 저지를 위해 중장비 쪽에 앉아 있다. 사진은 한국전력 직원들이 주민들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주민들이 공사 저지를 위해 중장비 쪽에 앉아 있다. 사진은 한국전력 직원들이 주민들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
ⓒ 곽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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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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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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