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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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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정치,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꼼지락!"

오는 5월 30일 문을 여는 '신나는 정치학교' 초대 문구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로 가도 당선만 하면 된다는 식의 '선거 기술자 만들기' 강좌가 곳곳에서 열리겠지만, 이런 강좌들과는 다르게 유쾌-통쾌-상쾌하게 풀뿌리 민주주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신나는 정치학교 대신에 '당선되거나 말거나, 출마하거나 말거나'라는 명칭을 쓰자는 제안도 있었죠. 황당하죠?"

신나는 정치학교를 준비하는 김은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이하 여세연) 대표의 말이다. 이 말을 듣고 기자가 "학교 문을 열자마자 닫자는 식의 막가는 이름이네요"라고 말하자 김 대표는 크게 웃었다.

"그만큼 지방선거는 당선만을 위한 정당 줄서기 정치였습니다. 당선되면 지방의원이 주민을 위한 지역정치보다 국회의원 지역구 관리에 소모품처럼 활용되는 일도 많죠. 지역을 고민하지 않는 중앙정치에 고립돼 외로움을 호소하는 지방의원들도 많아요. 그런데 본인이 즐겁지 않으면 지역 정치를 계속할 수 없죠. 이전에 시민후보 또는 풀뿌리 무소속으로 당선된 분들도 계셨지만, 그들도 과도한 주변의 기대 심리에 위축돼 있었어요. 이걸 '지역 네트워크'로 신나게 깨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신나는 정치학교는 지역의 정치생태계를 복원하고 조직하는 법을 함께 공부하는 혁신 생활 정치인 양성 학교라는 얘기다. 지역 정치 공간과 지역 주민, 그리고 공동체-여성-청년-지역 복지 운동을 하는 단체들과 소통하면서 대안을 마련하는 장이기도 하다. 지역 정치는 이를 연결할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풀뿌리는 보수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을 많이 하죠. 그런데 지금의 풀뿌리는 보수입니다. 지역 정치를 장악한 사람들은 토호세력이죠. 중앙 정치는 그나마 변화의 요구나 견제를 받는 데 지역 기득권은 강고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생활 정치인은 지역에서는 소수지요."

여세연에서 10년 동안 활동을 해 온 김 대표는 여성의원들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2006년 선거에서 지방의원이 유급화 되면서 유흥성 해외연수가 논란이 되었지요. 동작구에서 한 초선 기초의원이 유흥성 해외연수를 반대했고 문제제기가 묵살되자 이런 내용을 지역에 공개했어요. 하지만 그 결과는 해당 여성의원이 동료의원과 의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돼서 징계를 받았어요.

최근 파주시 의회에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남북문제가 다급한 상황에서 접경지역인 파주시의 시장이 해외출장을 떠났어요. 한 여성의원이 의회에서 절차에 따라 신청한 5분 발언으로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는데 의회가 동의한 사안이라며 의장이 이를 제지했죠. 의장은 또 '여성의원은 말은 안 듣는다'고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사과하기는 했는데, 이게 우리 지방의회의 단면이죠."

대안은 뭘까? 그는 '네트워크'라고 말한다.

"기초의회의 경우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성비율이 20%를 넘어섰어요. 그래도 아직은 부족합니다. 과학적으로도 임계 질량(Critical Mass)을 30%라고 하잖아요? 소수가 다수가 지배하는 공간 안에서 자기 성질을 유지하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비율이죠." 

그래서 여성지방의원들이 의견을 모아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었단다. 개별의회를 넘어선 네트워킹. 작년에 이 단체는 성평등기본조례 모범 조례안을 만들어서 각자 자기 지역에서 조례 발의운동을 했다.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교육'

 김은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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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정치학교도 여러 단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었다. 김 대표를 포함해 10명이 참여했다. 김경희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김성환 청년혁신그룹 더넥스트 디렉터, 김현 녹색당 사무처장, 백해영 (사)마을 이사장, 오관영 좋은 예산센터 상임이사, 이강오 그린크러스트 사무처장, 이창환 성미산 마을 사무총괄,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장,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 등이다.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서 만든 일종의 '융합 프로그램'인 셈이다.

강의 내용도 일방적인 강연식이 아니라 지역 정치인, 각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을 벌이고 마을 공동체 현장을 탐방하기도 한다.

"12주간의 과정을 통해서 선거를 앞두고 즉흥적으로 내놓은 천편일률적인 공약집이 아니라 자기 지역에 맞는 지역정치 구상을 담은 공약집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일종의 맞춤형 교육이죠. 일부에서는 오해하기도 하는데 중앙 정치 역학을 고려한 게 아니라 그 지역 생활에서 출발하는 학교입니다."

- 중앙 정치 역학이 아니라는 의미는?
"지역에서 자기 정치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채우는 교육이라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누군가의 '새로운 정치'를 도모하는 출발점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는데, 신당이 뜨건 안 뜨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죠."

- '안철수 신당'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하실 분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신당과는 무관하게 풀뿌리 지역정치를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이 학교를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에 열리는 신나는 정치학교는 지방선거 중에서도 기초의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요. 몇몇 지역에서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관심을 보여서 조만간 익산에서도 열리게 될 예정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실제 출마할 분들을 위해 애프터서비스로 선거 전략에 대한 실용 학습 과정도 만듭니다. 지금 출마여부를 결정하지 않아도 지역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분들이라면 정말 될 거라 믿어요."

[클릭!] 신나는 학교 프로그램 보기


태그:#신나는 정치학교, #김은희,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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