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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 ……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전투원…… 전라도 사람들은 광주 폭동이 그렇게 들통 나면 유공자 대우를 못 받는다." -채널에이 <김광현의 탕탕평평> 탈북자 말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다." -13일 티브이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북한 특수부대 출신 임천용씨

30년 넘은 과거의 일이라고 5·18을 '북한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폭동'으로 몰아가는 말들을 종편이 마구 쏟아내고 있다. 이런 행태는 지만원씨에 대한 무죄 선고 확정으로 더욱 도를 넘고 있다. 지씨는 "5·18은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인 작전 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됐다"는 따위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에 대법원은 5·18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밝혀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다른 사람 명예를 훼손하였지만, 5·18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까닭을 들어 지씨를 무죄 선고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이미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 내란죄 재판에서 그들 스스로 허위주장이고 선전선동이었다고 사과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전두환씨를 두고 '역사의 한 과정서 보면 민주화 초석'(대구공고 총동문회장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이라고 상식을 뒤집는다. '전사모'라는 카페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이나 좌익용공 배후조정설을 끊임없이 퍼뜨리고 있다. 이는 고통의 무거운 짐을 고스란히 지고 살아온 광주시민을 모욕하는 말이요 민주주의와 우리 역사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요 역사의 퇴행이다.

'전두환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카페에서 보이는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글들.
▲ 전사모 카페 '전두환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카페에서 보이는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글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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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군사정변을 통해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국민의 자유와 정치 참여를 제한하였다. (……) 광주 시민들은 계엄군에 맞서 끝까지 대항하였으나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진압되었다"고 적고 있다. 역사를 단순히 지나간 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역사는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새롭게 규정하게 만든다. 그러니 지금의 역사 판단은 바로 우리가 살아갈 뒷날이기도 하다.

불편한 역사는 언제라도 지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망언으로 일삼는 일본 정치인을 보라. "정신적으로 흥분한 군인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라도 위안부 제도는 필요하다"(오사카시장 하시모토 도루의 말)거나 "침략의 정의는 나라마다 다르다"(일본총리 아베 신조의 말)는 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여기에 일본 자민당은 역사교과서에 '확정된 사실'만 기술하는 방안을 참의원 선거 공약에 넣기도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 공약대로라면 일본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과거사를 삭제하는 교과서 왜곡에 나설 게 뻔하다.

이 땅에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이들이랑 저 일본 정치인들하고 무엇이 다른가. 이러고도 저들에게 역사 왜곡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일본 우익들의 말법을 빌리자면, 5·18은 정권에 따라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확정되지 않은 역사사실'인가 말이다. 틀림없이 말하지만 역사 사실로 뜻매김한 말을 다시 흔드는 건 겨레의 운명을 흔드는 짓이다. 그것은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범죄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태그:# 5·18, #광주, #민주화운동,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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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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