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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일 신부님께 인사하러 사무실에 들어가니 눈에 처음 들어 오는 포스터 였습니다.
▲ 귀농학교 1기 모집 유영일 신부님께 인사하러 사무실에 들어가니 눈에 처음 들어 오는 포스터 였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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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지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녹색평론> 울산모임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녹색평론>을 봤습니다만 내용이 저에겐 적잖이 어려웠습니다. 지인이 모임은 그렇지 않다고 하길래 용기를 내 참석했습니다. <녹색평론> 울산모임에 참석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네요. 그 모임을 통해 만난 분이 유영일이라는 신부님입니다.

천주교 신부님이신 유영일씨를 처음 만난 곳은 <녹색평론> 울산모임에서 입니다. 처음엔 그냥 할아버지쯤 되는 줄 알았지 뭡니까. 일반인이 입는 옷보다 털털한 옷을 입고 왔고 뭐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기 때문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할아버지 같은 첫인상이었습니다. 처음 가보니 각자 소개도 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그분이 신부님인줄 알았고 평범하게 사는 분이 아니구나 하는 것도 알게됐습니다.

밀양으로 가시기 전 신부님은 언양에 계셨습니다. 밀양으로 가게되면 자주 못뵐 수 있기에 지난해 여름 신부님이 기거하신다는 언양에 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다 쓰러져 가는 오래된 건물을 지키며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갔을 땐 한창 농번기였는데 신부님은 농사 짓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의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마을 분들이 신부님을 보자 모두 깍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나이 많으신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신부님에 대해 엄청난 칭찬을 쏟아냈습니다. 그걸 보면서 신부님의 인품을 알게됐습니다.

언양을 정리하고 밀양으로 간 뒤로도 신부님은 몇 차례 <녹색평론>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자신이 밀양에 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를 이야기해주기도 했지만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녹색평론>이란 책을 가지고 모임을 가지는데 본래 책은 2개월 한 번씩 나옵니다만 울산모임은 회원 모두가 2개월 한 번씩 보는 게 너무 멀다며 한 달에 한 번씩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다 5월 모임은 밀양에 가신 신부님을 찾아뵙자는 어느 회원의 제안을 받아 들여 지난 11일 오전 11시에 밀양 신부님 거처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지인의 승용차를 타고 오전 9시 20분께 울산을 출발했습니다.

"죄악과 낭비 넘어 공동체 삶 만들자"

생태학습관은 전기를 태양열 전지로 만들어 쓰고 있었습니다.
▲ 태양열 전지 생태학습관은 전기를 태양열 전지로 만들어 쓰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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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언양-밀양을 가는 데 1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화면으로 길 안내를 하는 기계가 있어 신부님이 계신 곳 까지는 쉽게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밀양 감물 이란 동네에 계셨습니다. 신부님은 우리가 모두 도착하자 그곳 시설을 안내해줬습니다.

"저는 언양에 있다가 이곳으로 발령받아 왔습니다. 제가 여기서 진행할 일은 생태학습관을 만들고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세상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신부님은 우리에게 전단지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전단지에는 '아름다운 밀양의 산골마을, 감물 생태학습관'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초대 글에서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수 있으리라(창 3:19)"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아름다운 밀양의 산골 마을, 감물리에서 생태학습관이 시작됩니다. 죄악과 낭비, 공해를 양산하는 도회적 삶의 위기를 넘어 가난하고 소박한 공동체적 삶에 대한 소망을 농촌 현실 속에서 구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생태적 삶, 공동체적 삶,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따르는 삶의 모습을 이 감물 생태학습관을 통해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천주교 부산교구 감물 생태학습관장 유영일 드림."

짧막한 초대의 글에서 신부님이 어떤 생활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생태학습관이 자리 잡은 그곳은 오래전 학교로 쓰이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누가봐도 학교 운동장 같은 풍경이 그대로 였습니다. 건물 옆에는 큰 돌무더기가 하나 있었는데 마을에서 신앙으로 여기는 곳이라 파괴하면 안된다고 그대로 살려 두면서 건물을 지었습니다.

귀농·귀촌 꿈꾸시나요? 여기가 제격입니다

신부님은 시설 곳곳을 돌며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 땅,하늘,사람 신부님은 시설 곳곳을 돌며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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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갖가지 생태학습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동영상을 관람할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 단체 침실방, 강연실, 식당, 휴게실, 야외 교육장 등이 있었습니다. 또한, 생태학습을 위한 텃밭과 논도 있었습니다. 그 마을엔 모두 150가구 정도 살고 있다고 합니다. 높다란 산들이 사방으로 빙 둘러 있는 아담하고 살기 좋은 산골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입구엔 커다한 호수도 있어서 풍경도 좋았습니다.

"여기는 가족이나 단체·개인 누구나 와서 묵고 가도록 준비했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 자연체험, 가족 자연체험, 농사체험, 귀농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을 위해 방학 동안에 2박 3일이나 3박 4일 일정으로 생태 영성 교육이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가족 단위로 하는 영농 체험도 해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전국귀농운동본부나 정농회와 연계해 귀농지를 견학할 수 있고 전문 귀농교육도 실시하려고 합니다."

녹색평론 울산모임 참석자에게 자급자족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텃밭을 돌면서 설명해 주고 계시는 유영일 신부님.
▲ 자급자족 녹색평론 울산모임 참석자에게 자급자족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텃밭을 돌면서 설명해 주고 계시는 유영일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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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습 운영을 위한 밭을 안내하는 신부님.
▲ 오른쪽이 유영일 신부님. 생태학습 운영을 위한 밭을 안내하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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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준비단계라 그렇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정착이 되고나면 되도록 자급자족과 음식물 쓰레기 남기지 않는 생태학습관이 되도록 할 것이라 합니다. 생태학습관 지붕엔 태양전지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한다는 목표 아래 생태학습관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유 신부님은 오랜 농사경험과 환경운동을 실천해 오고 계신 분이므로 밀양 산골에서의 생태환경운동도 잘해 나가리라 여겨집니다.

저는 무신론자이면서 이 세상 모든 종교를 다 받아들이자는 입장입니다. 신이 있다고 믿으면 있는 것이고, 없다고 믿으면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톨릭이라는 종단에서 운영하는 것이긴 하지만, 하나뿐인 이 지구별을 생각하는 마음은 고결하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생태학습관은 종교와 사상·이념을 떠나서 우리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지구의 자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해시대인 지금의 지구별은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생태학습관 같은 이런 작은 시작이야말로 아픈 지구별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시발점이 될 것 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심 고맙겠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네요. 추기경님 오른쪽 옆에 서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저분이 울산 녹색평론 모임 회원 중 한분인 장태환 선생님 이시라네요. 요즘도 건강히 잘 참석하고 계십니다. 밀양 모임에도 오셨습니다.
▲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네요. 추기경님 오른쪽 옆에 서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저분이 울산 녹색평론 모임 회원 중 한분인 장태환 선생님 이시라네요. 요즘도 건강히 잘 참석하고 계십니다. 밀양 모임에도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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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감물, #생태학습관, #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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